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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위로

by 연우

가끔, ‘힘내’라는 말이 잔인하게 들릴 때가 있다. 그 안에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묘한 부채감이 숨어 있다.

내가 누군가에게 건네는 말이든, 누군가가 나에게 건네는 말이든 간에.

예전에는 ‘힘내’라는 말이 너무 가볍지도, 지나치게 무겁지도 않은 적당한 위로라고 생각했다.
그 사람의 괴로움을 인정하면서도, 감정을 나누는 말이라고.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인생에서 무수히 그 말을 듣고 또 말하게 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힘내’라는 말이, 어쩌면 누군가에게 좌절 위에 절망을 덧붙이는 말일 수도 있겠다고. 분명 위로였는데, 어쩌면 가장 이기적인 말이 되어버린 건 아닐까.

혹시 그 말은 상대를 위한 말이 아니라, 상대가 빨리 괜찮아졌으면 좋겠다는 내 마음을 위한 말은 아니었을까.
상대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견디기 힘든 나의 불안, 그 불편함을 덜기 위해 건넨 말이 아니었을까.


‘힘내’라는 말은 그저 마음의 짐을 털어내고, 빨리 제자리로 돌아와 주길 바라는, 나의 바람이 담긴 명령어 같았다. 누군가가 고통 속에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그저 바라보는 일은 참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서둘러 다정한 말을 건넨다. 하지만 그 다정함이 때로는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들기도 한다.

나도 그랬다. 무취에 가까운 고통 속에서 허우적댈 때, 가까운 이에게, 가족에게서 들은 ‘힘내’라는 말이 다른 어떤 말보다 더 공허하게 들렸다. 공중에 퍼졌다가 흩어지는, 아무 의미도 감정도 없는 소리처럼 느껴졌다.

그런 경험을 겪고 나니 이제는 쉽게 그 말을 꺼낼 수가 없다. 그 말이 누군가의 마음에 구멍을 하나 더 내는 일일지도 몰라서.


그렇다면, 정말 힘든 사람에게 나는 어떤 말을 건넬 수 있을까? 아직도 모르겠다. 그저, ‘힘내’라는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곁에 있는 것, 그 힘듦을 떠나지 않고 함께 바라보는 것,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다. 위로가 서툰 사람이라 어여쁜 말을 찾아 고르고 골라보지만 아직 내 안엔 그런 말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오늘도, 그저 제자리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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