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오랜만에 1박 2일로 서울 여행을 다녀왔다. 올해 첫 여행이었다. 떠나기 전까지는 집 청소와 짐 싸는 게 너무 귀찮았지만, 여행 당일 기차에 몸을 싣고 창밖 풍경이 조금씩 달라질수록 마음속 설렘이 커져갔다.
기차 안에서, 문득 내가 처음 혼자 여행을 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어릴 적 나는 타고난 게으름 탓인지 여행이라는 것에 별다른 흥미가 없는 줄 알았다. 여행의 재미를 몰랐던 것이다. 그러다 여행에 재미를 붙인 건 불과 3년 전쯤부터다.
늘 친구들과 함께 다녔던 여행. 처음으로 혼자 떠난 건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도전할 수 있었다.
그 계기는 단순했다. 꼭 보고 싶은 뮤지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공연을 보기 위해 처음으로 혼자 숙소를 예약하고, 기차표를 예매하고, 일정을 계획해봤다. 하지만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게 익숙하지 않던 나에겐 쉽지 않았다. '에라 모르겠다, 잘 곳만 있으면 되지' 하며 무계획에 가까운 여행을 시작했지만, 서울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는 걱정이 밀려왔다. 길을 잃지는 않을지, 무사히 잘 다녀올 수 있을지.
예상대로 실수는 있었다. 용산역에서 지하철을 잘못 타 반대 방향으로 가버린 것이다. ‘어떡하지…’ 속으로 중얼거리며 허둥지둥 내린 역에서 지도를 켜다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예전부터 가보고 싶던 국립중앙박물관이 근처에 있었던 것. ‘이왕 이렇게 된 거, 가보자’며 발걸음을 옮겼고,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혼자 박물관 구경을 하게 됐다. 계획에서 벗어난 하루였지만, 오히려 더 기억에 남았다. 길을 잃은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길을 만난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여행은 꼭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아도 된다는 걸 그날 배웠다. 결국 나는 박물관도 잘 구경했고, 가려던 목적지도 무사히 도착했으니까.
혼자 낯선 곳을 여행하며 나는 스스로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꼈다. 크고 작은 실수들이 있었고 아쉬움도 남았지만, 시작과 마무리를 내 힘으로 해냈다는 사실이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나도 이런 걸 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겼고, 그게 혼자 여행을 더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목적지를 코앞에 두고 몇십 분을 헤매던 기억도, 지금 떠올리면 웃음 나는 추억이다. 그때의 나를 떠올리면 스스로가 기특하기도 하다. 여행을 자주 다닐 수는 없겠지만, 언젠가 국내 도시들을 넘어 해외까지 혼자 떠나보는 것이 내 작은 목표다. 아직은 해외가 조금 겁나지만 말이다.
그 첫 경험은 나에게 여행의 즐거움을 알게 해주었고, ‘나’라는 사람을 믿고 기대하게 해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여행이 벌써 그리워진다. 꿈처럼 지나간 짧은 시간. 그래도 앞으로 내 인생에 이런 여행이 더 많아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