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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여도 괜찮은 날들

by 연우

어느 날 문득, 인생은 결국 ‘혼자 잘 지내는 법’을 배우는 여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위를 둘러보면 친구들도, 주변 사람들도 하나둘씩 제 가정을 꾸려가기 시작했다. 그 사이 나는 여전히 "혼자가 편하다"고 말하며 살고 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친한 친구의 결혼 소식을 들으면 마냥 축하만 할 수는 없다. 내가 결혼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 건 아니다. 함께 시간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며 웃었던 친구들이 점점 각자의 삶으로 떠나는 것이 슬프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의 새로운 시작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변함없다. 다만 함께 여행을 가고, 심심할 때 불러내 밥을 먹고, 실없는 농담이 대화의 절반을 차지하던 친구가 멀어지는 느낌. 모두 나를 두고 떠나가는 것 같은 마음.


영원이라는 단어는 허상이지만, 평생 이렇게 살아갈 줄 알았던 내 착각이 깨지는 순간. 꿈에서 깨어난 듯한 쓸쓸함이 찾아온다. 그렇게 친구들이 각자의 삶을 살아갈 때, 나는 깨닫는다. 아, 인생이라는 건 결국 나 하나로 이루어진 것이구나. 나와 잘 놀고, 잘 지내고, 혼자서 무언가를 해내야 하는 삶.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둘 늘어갈수록, 아, 이렇게 혼자 잘 지내는 법을 배워가는 거구나 싶다. 조금은 외롭고, 씁쓸할 때도 있다. 그렇다고 누군가 곁에 없어 허전하다고 느끼는 건 또 아니다. 그건 다만, 존재했던 어떤 착각이 사라지고 난 뒤에 찾아오는 감정일 뿐이다.


삶은 결국 혼자 시작해, 혼자 끝나는 여정이다.
그 긴 여정 속에서 굳이 혼자일 필요는 없지만, 만약 혼자이기를 선택했다면, 그에 따라오는 감정들도 나의 몫일 것이다. 혼자가 아닌 삶을 선택한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다. 나의 하루는, 생명선이 허락하는 날까지 이어질 것이다. 그 여정을 어떤 태도로, 어떤 선택으로 살아갈 것인지는 오롯이 내 몫이다. 혼자라고 해서 마냥 외롭기만 한 건 아니다. 혼자이기에 가능한 즐거움과 편안함도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 긴 여행길에서 혼자 잘 지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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