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무너진 마음을 다시 세우기란 어렵다. 어쩌면 무너진 것은 애초에 다시 세울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자잘하게 조각난 것들은 버리고 전혀 새로운 무언가를 다시 사들여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밑바닥은 사람을 더욱 초라하게, 그리고 찌질하게 만든다.
한 번 겪은 밑바닥은 삶이란 이름으로 끊임없이 반복 재생된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겨우 흘려보낼 줄 알게 되면 또 다른 고통이 불쑥 튀어나와 나를 흔들어댄다. 삶은 어쩌면 밑바닥의 그 밑바닥까지 마주하게 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부끄러움을 견디는 일인지도.
그저 고요하길 바랐지만, 삶은 짓궂게도 나를 이리저리 흔든다. 심심하다는 듯, 약 오르라는 듯.
그 장난 같은 조롱 앞에 나는 속수무책이다. ‘꿋꿋이 이겨내보자’ 다짐하지만, 몰아치는 폭풍우 앞에서는 그저 초라한 나뭇가지를 붙들고 폭풍이 지나가기만을 빌고 있다. 참, 인생을 수치스럽게 사는 것 같기도 하다.
남들처럼 열심히, 멋지게 살지는 못하겠다. 태생이 게으르고 느리니까. 그래도 고요하게는 살고 싶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다소 희미할지라도 조용하게. 모순일지도 모르겠다. 살아간다는 건 격동 그 자체니까.
움직이고, 숨 쉬는 것, 그것이 곧 삶이니까. 사람은 원래 모순적인 존재 아닐까. 그래서 삶도, 마음도, 모든 것이 모순이길 바라는지도 모른다.
결국 마음이라는 건 내 것이 아니고, 가질 수 없는 것이라면 그저 흘러가는 지표에 따라 떠나는 여정이길 바란다. 위태롭고 연약한, 나약한 영혼이 떠올린 헛된 희망의 비명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