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생각하는 밤
처음 만났던 날, 어색하기만 했던 그 순간. 서로를 마주 보며 조심스럽게 인사를 나누던 그날.
그때 우리는 알 수 있었을까요? 우리의 인연이 이렇게 오래도록 이어질 거라는 걸.
미성숙하고 어리숙했던 어린 날의 우리는, 과연 서로를 알아볼 수 있었을까요?
시간은 조용히 쌓였습니다. 서로의 마음 한 자락을 쥔 채, 조심스럽게 스며들던 날들이 차곡차곡 모였습니다.
우리가 함께 맞은 봄이 몇 번째인지도 잊을 만큼 시간이 흘렀습니다.
매일 밤,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묻습니다.
하루는 어땠는지, 밥은 먹었는지, 사소한 대화 속에서도 당신은 늘 제 안에 있습니다.
사람들은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말하지만, 당신은 저에게 그 말이 틀렸다는 걸 알려주었습니다.
비록 우리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제 마음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습니다. 당신을 향한 안부도, 생각도, 마음도 끝없이 애틋해집니다.
당신이 그리운 날이 많습니다. 당신이 좋아하던 곳들—떡볶이 집, 감자탕 집, 편의점, 버스 정류장, 햄버거집, 쌈밥 집, 꽃들— 그 모든 것들은 여전히 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세상이 변해가도, 당신이 좋아했던 것들은 묘하게도 남아 있습니다. 어쩌면, 그 안에 당신과 나의 추억이 깃들어 있어서인지도 모릅니다. 그 기억을 그리워하는 건, 나만이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당신과 함께 걸었던 시간들, 밤새 나눴던 대화, 때로는 다투기도 했던 그 순간들마저도 지금은 모두 그립습니다.
당신은 어떤가요? 저만큼이나 그 시간을 그리워하고 있을까요? 나는 언제나 당신 곁에 있고 싶습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밥을 먹고, 소소한 일상으로 웃고, 당신의 기쁨과 속상함을 함께 나누며 많은 밤을 함께 보내고 싶습니다. 나는 당신의 아침보다, 밤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당신의 소란한 밤을 지켜주고, 당신의 하루 끝에 내가 있기를 바랍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당신과 나란히 걷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우리라는 이름으로 이 밤의 그림자 속에서 함께할 수 있을까요? 내 마음은 꺼지지 않고, 당신의 세상 속에 오래 머물 수 있을까요? 확신할 수 없는 미래 앞에 선 지금, 나는 여전히 당신을 생각합니다.
고요한 달빛 아래, 나는 또다시 당신을 떠올립니다. 당신을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지만, 유독 밤이 오면 그리움이 짙어집니다.
당신도 저를 생각하시나요?
혹여 생각하지 않은 날들이 있다 해도 괜찮습니다.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당신의 삶 속에 내가 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넘쳐흐른 마음으로 써 내려간 이 글을 당신에게 부치진 않겠습니다. 당신에게 전하기엔 너무 부끄러운 마음이니까요.
그저 오늘도, 당신의 밤이 편안하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