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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힘이 들어가는 일이다.

by 연우

가끔씩 모든 것이 귀찮게 여겨지는 날이 있다. 밥을 하는 것도, 먹는 것도, 청소를 하는 것도, 운동을 하는 것도, 설거지를 하는 것도. 하루에 필요한 일들이 귀찮아지고 가만히 누워있고만 싶은 날이 있다. 오늘이 딱 그런 날이었다. 해야 할 것들은 산더미인데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중력이 나에게만 존재한다는 듯이 몸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오늘이라는 하루를 살아가는 것도 참 힘이 드는 일이다.


인생에서 힘을 들이지 않는 것은 없다.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할 때까지 삶에 힘을 들인다. 살아간다는 것은 참 고달픈 일이 아닐까 싶다. 끝없는 에너지 소비를 하며 하루를 잘 견뎌내고 또 내일을 살아가는 반복의 삶을 마주한다. 지루할지 모를 인생을 사람들은 살아낸다. 물론 무너지는 날도 있겠지만 말이다. 평탄한 삶이 어디 있고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모두가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지고 불운과 행운의 총운 속에서 아등바등 살아내며 버티는 것이지.


살다 보면 살아진다라는 말이 있다. 내게는 안간힘을 쓰기보다 조금은 힘을 빼고 살아가는 말처럼 들린다. 그 말처럼 어떤 심오한 것이나 심연의 깊은 것이나, 머리 아픈 것은 제쳐두고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밖에서 묵은 먼지를 씻었으면 좋겠다. 식탁에 앉아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며 든든히 채워진 배를 쓰다듬다가 몰려오는 졸음에 가만히 침대에 누워 지나가는 시간을 아쉬워하며 핸드폰을 하다가 잠들어버리는 하루를 살아가기를 바란다. 평범한 하루들을 지속할 수 있는 보통의 행운이 지나쳐가지 않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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