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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이 없어도, 글을 씁니다

by 연우

‘나는 왜 글을 쓰는 걸까.’
‘나는 글쓰기에 재능이 있는 사람일까.’
‘나는 정말 글을 사랑하고 있을까.’


글을 쓰는 사람은 세상에 많다. 그러나 재능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재능이 있다고 해서 어려움이 없는 것도 아니다. 나는 단지, 글쓰기에 있어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 아님을 말하고 싶다. 나는 어중간한 글을 쓰는, 그저 그런 사람이다.


한때는 바쁘게 쫓기듯 살아야 했고, 그 와중에 글에서 멀어졌던 시기가 있었다. 어쩌면 외부의 바쁜 삶보다는, 내 실력에 대한 회의와 무력감이 더 깊은 좌절로 다가왔던 것 같다. '나는 안 되는 사람인가.' 그런 생각이 자주 나를 짓눌렀다.


시간이 흘렀고, 어느 날 문득 다시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치밀어 올랐다. ‘지금 쓰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강한 충동이었다. 머릿속을 가득 메운 생각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몰려왔고, 그것들을 글로 붙잡아두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긴박함에 나는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손가락은 자연스레 노트북 자판을 두드렸다.

아마도 나는 그동안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가며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결국 그것들이 더 이상 억눌리지 못하고, 펑하고 터져버린 것이다. 글을 쓰고 싶다는 간절함. 쉽지 않고, 보상도 따르지 않는 이 일에 대한 욕망이 나를 다시 이 자리로 이끈 것이다.


한동안 나는 글쓰기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외면했던 시절이 있었고, 나태했던 시간도 있었기에. 그러나 이제는 안다. 사랑이 꼭 뜨겁고 열정적일 필요는 없다는 걸. 조용히, 잔잔히 흔들리는 마음 역시 사랑임을. 타고난 재능으로 글을 써서 먹고사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이 훨씬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글을 쓴다. 누군가는 인스타에, 누군가는 블로그에, 브런치에, 또는 다이어리에—각자의 공간에 자신의 생각과 감정, 가치관을 기록한다.


아마 그들이 글을 쓰는 이유는, 글을 쓴다는 그 주체적인 행위 자체가 ‘나’라는 사람의 본질을 찾아가는 여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그렇게 나를 찾아가는 이 여정 속에서, 글쓰기는 그 자체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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