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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속에서 나는 결혼을 포기했다

by 연우

나는 비혼주의자다. 이 말을 꺼낼 때마다 꼭 듣게 되는 말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제일 먼저 결혼하더라.”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
“남들이 다 해보는 건 해봐야지.”
“나이 들어 외로우면 어쩔 건데.”


결혼이라는 가치 자체를 부정하는 건 아니다. 다만, 나는 결혼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살면서 안정감은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그 안정이 반드시 '결혼'이라는 제도에서만 나오는 걸까?
마음이 맞고, 뜻이 통하는 사람과 동반자로 살아가는 방식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말한다.

“결혼하지 않으면 불안정한 관계 아니야?” 그렇지만 결혼했다고 해서 항상 안정적인 것은 아니다. 어떤 이유와 사정이 생기면, 결혼도 무너지기 쉽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고, 그건 우리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진리다.

나는 어릴 때부터 결혼을 하고 싶지 않았다. 결혼에 대한 막연한 꿈조차 꾸지 않던 어린 나이에도 “나는 결혼 안 할 거야”라고 친구들에게 말하곤 했다. 관심도 없었고, 결혼이라는 것이 그리 좋아 보이지도 않았다.


왜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을까? 돌아보면, 가장 가까운 모델은 부모님의 결혼 생활이었다. 직접적이면서도 간접적으로, 나는 그 관계를 경험했다. 부모님이 스스로 만족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린 시절의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그 관계는 결코 나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지 않았다.

부모님은 자주 싸우셨다. 돈 문제로, 성격 차이로, 집안일로, 자식 문제로. 언성이 높아질 때마다, 거칠고 날 선 말들이 고막을 타고 흘러들었다. 그 말들이 나를 향하지 않았더라도, 결국 나를 베고 지나갔다. 나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그 싸움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랐다. 그러다 점점, 그 모든 상황이 분노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예민한 성격은 더 예민해졌고 나는 ‘큰 소리’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갈등을 회피하는 어른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아직까지, 그런 나 자신을 온전히 극복하지 못했다. 그게 내 삶에서 가장 큰 고통의 뿌리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결혼을 긍정적으로 보지 못한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달라질 거야.” 그 흔한 말도, 이젠 지겹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과 ‘결혼’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결혼에 대한 환상은 없다. 누군가와 평생을 함께 살아갈 자신도 없다.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며 생기는 불편함을 감수할 자신도 없다. 그렇다고 주변 사람들이 결혼하는 것을 말리진 않는다. 비판도, 조롱도 없다. 결혼은 각자의 선택이니까. 다만, 나에게는 삶의 중요한 선택지가 아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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