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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빈대디 Feb 23. 2019

'면접 1등'이 '입사 10년차'에도 1등일까?

<면접점수> vs.<입사10년차 업무성적>




20여 년 전 내가 대기업에 다니던 시절에 있었던 이야기이다. 당시에는 1박 2일 심층면접이 유행이었고, 나는 1박 2일 중 첫날(1박 1일) 실무면접을 하는 1차 면접관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 면접 결과 내가 면접을 한 분야에서는 총 5명이 최종적으로 입사하였다. 솔직히 난 그들 중 2명에게만 합격점수를 부여하였으나, 최종결정자인 2차 면접자가 3명을 더 합격시킨 결과였다.


그 후 난 그 5명의 신입사원과 10년 동안 회사생활을 함께하며 직접 관찰할 수 있었다. 


매우 특이한 경험이었다. 10년이 지나는 동안 5명의 입사자 중, 2명은 조기 퇴사하였고, 3명은 10년 넘게 회사에 남았다. 나는 그들이 그려낸 회사생활의 결과가 매우 흥미로웠다.



입사자 5명 중,

조기 퇴사한 2명은 내가 면접 때 낮은 점수를 준 3명에 속했고,


회사에 계속 살아남은 

근속자 3명의 업무능력은 면접점수의 순위와 일치하였다.



참고로, 내가 부장 때까지 그들과 같은 부서에서 근무했으므로 난 그들의 업무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지금도 그 친구들 중 일부와 가끔 만나지만, 이것은 늘 내 마음속에 비밀로 숨겨놓았던 이야기이다.






그럼, 면접관이었던 나는 실제 무엇으로 평가를 했던 것일까?

앞의 사례를 들어 이야기해 보자. 내가 면접자로서 높은 점수를 주는 기준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밝은 사람이 회사생활을 더 잘한다.


난 사회생활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 밝고 명랑한 태도를 꼽는다. 대부분 어두운 사람에게는 좋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 자신에게 그늘이 있다고 생각된다면 일부러라도 웃으며 이야기하자. 미소와 함께 말을 하다 보면 어느새 그늘은 사라지고 없다. 면접 때 밝은 사람이 회사생활도 밝게 한다.



둘째, 순수함을 잃지 않은 청년이 더 열정적으로 회사생활을 한다.


눈빛 만으로도 그 사람이 순수한 사람인지를 가려낼 수 있다. 눈을 마주치지 못하거나 눈동자가 흔들려 정서적 안정이 부족해 보이거나, 벌써 세상사에 찌든 분위기를 풍기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순수한 청춘이 회사에게도 가장 매력적이다. 순수하게 시작한 사람이 회사에 대한 호감이나 일에 대한 열정을 더 크게 갖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셋째, 진짜 실력은 출신 대학이나 주변 요소로 감추어지지 않는다.


내가 부여한 면접점수는 소위 학교 서열과는 상관없었다. 나는 내가 직접 1박을 포함한 하루 온종일 보고 느낀 것만으로 평가하여, 2명에게 합격에 충분한 높은 점수를 부여하였다. 그러나 2차 최종 면접관은 1차 면접에서 내가 최소 점수만을 부여한 3명을 구제하여 최종 합격자에 포함시켰다. 


그 이유는 2차 최종 면접관의 성향을 볼 때 구제한 3명의 학력에 비중을 두어 점수를 부여한 결과로 짐작된다. 그런데, 실제 회사생활의 결과는 내가 면접점수를 더 높게 주었던 2명이, 다른 3명 보다 회사로부터 더 높게 인정받았고 중간 탈락 없이 끝까지 살아남았다.


결과적으로, 선입견 없이 진짜 모습만을 평가한 면접점수가 맞았던 것이다. 실력은 출신학교나 주변 배경으로 감출 수 없다. 대부분의 면접관들은 그 진짜를 놓치지 않고 찾아볼 줄 안다.



넷째, 적극적인 사람이 더 빨리 회사생활에 적응하고 기회를 잡는 경우가 많다.


회사는 많은 사람들이 공존하며 활동하는 사회이다. 각자는 많은 사람 중에 하나이다. 새로운 사회인 회사에 입사하게 되면, 기존의 회사의 선배들과 얼마나 허물없이 어울릴 수 있느냐가 적응 속도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면에서 적극적인 사람이 좀 더 빨리 회사의 문화에 적응할 가능성이 높다. 적응이 빠르면 당연히 성과를 보여 줄 기회도 빨라질 확률이 높을 것이다. 반면에, 수동적이고 사회성이 약한 사람은 회사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면 업무능력을 발휘하는 데 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러나 시작의 빠름이 반드시 최종 결과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적응한 이후에는 진정한 실력이 성과를 만들기 때문이다.



다섯째, 많이 아는 사람은 쉽게 설명할 줄 안다.


자기 분야 즉 전문분야에 관련된 이야기이다. 지식을 자기 것으로 잘 소화한 사람은 그 분야의 여러 가지에 대하여, 대체로 편한 단어와 쉬운 표현으로 상대가 쉽게 이해하도록 설명할 수 있다. 교과서나 서점의 책에 있는 어려운 용어를 나열하는 사람은 실력이 아직 부족한 사람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 설명하는 것을 들어보면 그 사람의 진짜 실력을 짐작할 수 있다.



여섯째, 자신감은 언제나 중요하다.


자신감을 갖는 것은 어디서나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새로운 곳에 진입하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것이 자신감일 것이다. 자신을 믿는 마음이 강한 사람일수록 일에 대한 열정과 도전의식이 높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당연히 면접하는 자리에서 자신감은 중요한 평가요소로 작용한다. 자신의 실력을 믿고 자신감 있는 표정과 태도를 일부러라도 만들 필요가 있다.






짧은 시간의 면접만으로 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매우 위험천만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사람의 내적인 많은 것들이 자신도 모르게 얼굴과 태도에서 나타난다. 정말 놀랍고 무서운 일이다.


이 몇 가지 기준은 나의 주관적 시각일 수 있지만, 나는 우리 딸과 그 친구들이 이런 것들을 미리 준비하라고 권하고 싶다. 마음먹으면 할 수 있는 것들이다.



분명, 노력 만으로도 그 표정과 태도 그리고 분위기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2019년 2월, 인턴 '투빈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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