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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빈대디 Jan 16. 2019

후회 없는 직업 찾기

좋은 직업을 구별하는 네 가지 질문



아빠 생각엔 어떤 직장에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대학 4학년 취준생인 둘째 딸의 질문에서 시작된 이야기다. 딸은 나름 손님(?) 좀 있다는 맛집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데, 음식산업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아직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까로 고민이 많은 듯하다.



내 생각엔 우선, 

‘직장’과 ‘직업’을 구분하여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직장’은 내가 입사하는 회사를 말하는 것이고,

‘직업’은 어떤 일을 업으로 하는가를 말하는 것이다.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당연시되던 예전에는 직장의 선택이 곧 직업을 결정하는 것이었다. 어떤 직업을 원하면 무슨 회사에 들어가야 한다는 등식(=)이 존재했다. 하지만 이제 먼 과거가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직장과는 별개로 ‘직업의 선택’이 인생진로의 방향타가 되는 시대가 되었다.


기술, 생산-소비-생활 패턴, 인간관계, 글로벌화, 지구촌 환경 등등, 직업과 관련된 여러 주변 환경들이 과거보다는 훨씬 더 크게 변화하고 다양해지고 있다. 심지어 전문가라는 사람들조차도 그 방향과 범위를 예측하기 어려워하는 시대이다.


그러니 경험이 없는 우리 청년들, 우리 딸 입장에선 인생진로를 잡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나의 경우에도 직업선택은 두고두고 후회를 남길 만큼 어렵고 무거운 문제였다. 직업은 인생의 내용과 질에 크나큰 영향을 주는 중요한 선택과제이다. 그런데 이 직업의 선택은 세월이 한참 흐른 다음에야 그 결과를 알 수 있고 되돌리기도 어렵다. 후회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판단기준을 미리 만들고 선택을 할 때 사용하여야 한다.



이제 직업에 대한 판단과 선택에 관한 문제를 몇 개 던지면서 그 해답을 찾아보자.








문1. 진짜 내가 좋아하는 분야가 맞는가?


지금도 좋아하고, 앞으로 오랫동안 좋아할 것이란 확신이 서는 분야인가? 좋아하면 어려움도 잘 견디어 낼 수 있다. 오랫동안 열정을 지켜낼 수 있다. 같은 어려움도 좋아하는 사람이 더 잘 극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를 확실하게 찾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먼저 할 일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인생 직업으로 삼아온 사람은 수십 년이 지난 다음에도 자기 일을 사랑하고 만족해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직업을 찾자.



문2. 패러다임바뀌어도 살아남을 수 있는가?


살다 보면, 내가 상상도 못 한 격차로 사회경제적 패러다임이 변하는 걸 만날 수 있다. 

시대가 변하면서 연필과 공책을 팔던 문방구가 타자기 판매점, 컴퓨터 판매점을 거쳐, 지금은 스마트폰 판매점으로 변신해 있다. 

한때는 타자기 수리를 잘하는 사람이 기술자였고, 그다음엔 컴퓨터 조립과 수리를 잘하는 사람은 각광받는 미래형 전문기술자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 기술자에 대한 평가는 달라졌고, 많던 그 기술자들은 이제 찾을 수도 없다.


그럼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타자기가 스마트폰으로 바뀌었지만 그것을 파는 판매점은 여전히 존재한다. 파는 물건이 달라졌을 뿐 물건을 판매하는 행위는 여전히 그대로다. 판매하는 영업능력, 즉 좋은 품목을 선택하여 구매력 있는 고객에게 상품을 파는 장사의 기술은 별 차이 없이 존재하고 있다. 오히려 지금은 기술자보다는 영업전문가의 비중이 더 커진 상태이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PC 수리기술자라는 직업은 사라졌다. 그러나 PC나 전자기기를 팔던 영업전문가란 직업은 여전히 각광을 받고 있다. 컴퓨터가 막 도입되던 그 시대에는 PC 기술자가 영업직보다 더 좋은 직업이었지만, 시대가 변하자, 좋은 직업도 바뀐 것이다.



문3. 15년 뒤에도 내 맘대로 이직할 수 있는가?


평생직장은 사라진 지 오래다. 어느 회사를 다니든 중간의 이직은 필수이고, 이직은 현재의 대우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좋은 수단으로 활용된다. 그러나 이러한 이직이 가능하려면 전문분야 즉 업으로 하는 일을 잘 선택하여야 한다.


회사생활을 기준으로 보면,

고객과 만나는 접점과 가까운 일을 자기의 직무 즉 직업으로 삼아 경험을 쌓아야 한다.


예컨대, 고객과 가장 가까운 직업이 영업이고 그다음이 마케팅 정도 일 것이다. 그럼 고객과 가장 먼 직업은 무엇일까? 기획, 인사 등 경영지원 업무를 꼽을 수 있겠다. 기획, 인사 등의 직무 종사자는 그 회사 내에서는 큰 권한을 갖으며 높은 평가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직업은 그 회사를 떠나면 외부의 이직시장에서 가장 평가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반대로, 영업이나 마케팅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의 경우, 처음의 회사 내의 권력이나 대우는 높지 않다. 그러나 직업의 경력이 쌓이고 인적 네트워크가 구축되고 나면, 회사 안팎의 모든 회사로부터 환영받는 존재가 된다.


이런 직업의 경력자는 자유로운 이직이 가능하고 이직 회사 선택의 폭도 넓다.


그런데 여기서 놓쳐서는 안 되는 문제가 하나 있다.

그 직업에 종사한 지 15년이 지나서도 여전히 자유롭게 이직을 할 수 있는가이다. 대부분의 직업은 회사 내 직위가 높아질수록 회사에서의 역할과 영향력은 커진다. 그러나 그와 반대로 회사 밖에서 그 직업을 찾아 옮겨 가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직위가 올라가고 경력이 쌓이면 이직을 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좁아져 가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러나 고객과의 접점으로부터 멀어지지 않는 직업은 경력이 쌓이고 그 직위가 높아지더라도 회사 밖의 이직시장에서 여전히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하다.


결국 고객과의 거리를 가깝게 유지하는 경력이 핵심이다. 그런 직업의 경력만이 오래될수록 회사 밖에서도 높게 인정받는다.



문4. 지금은 작아도 시간이 지나면 점점 더 커질까?


나는 딸에게 프로 장사꾼이 되는 길은 어떠냐고 권유한 적이 있다. 장사의 대상이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 인가와 상관이 없다. 장사의 방법이 전통적인 방식이든 새로운 방식이든 상관이 없다. 상품이면 무엇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멋지게 팔아 해치울 수 있는 프로 장사꾼이 되라는 것이다.


무엇인가를 잘 파는 능력은,

무엇을 잘 만들어내는 Know-how를 좇지 않는다. 잘 만드는 곳, 잘 만들어진 상품, 잘 살 수 있는 고객이 어디에 있는지를 찾아내어 연계하는 Know-where를 추구한다. 유용한 정보를 잘 만들어 활용하는 유통능력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좋은 물건을 잘 선별하여 상품화하고 고객에게 적절히 어필하는 능력은 경험의 시간이 축적되어 갈수록 그 가치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세월이 흘러 사회경제적 패러다임이 변하더라도 그와 상관없이, 내가 종사한 직업의 경험과 지식이 축적한 높이만큼 인정받을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하는 것은, 변화와 변동이 일상이 되어 버린 이 시대에는 더욱더 중요하게 되었다.  







너무 이상적인가? 그런 직업은 현실에서 찾기가 어렵다고?


그렇지 않다.

직업에 대한 평가를 행하는 시점을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에 불과하다.

지금이나 5년 뒤가 아닌 선택한 후 15년 뒤로, 직업을 평가하는 시점을 옮겨 놓고 진정한 가치를 판단하자. 그리고  그 판단을 기준 삼아 오늘 나의 직업을 선택하면 된다. 그래야 그 직업의 진정한 속살을 볼 수 있다. 긴 호흡과 긴 안목이 필요하다. 직업의 선택을 인생의 문제답게 걸맞은 대접을 해줘야 한다.



적어도 15년 뒤의 시각으로 직업을 선택하라. 
그래야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다.


 




2019년 1월, 인턴 '투빈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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