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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빈대디 Sep 06. 2022

회사에서도 체력 안배가 필요해

남겨 놓은 30%로 해야 할 일



며칠 전 딸과 사위의 방문으로 거실에서 작은 술판이 벌어졌다. 독한 술이 몇 잔씩 돌고 나니 어느새 그 자리는 회사 생활에 대한 토론회가 되었다.


한참 회사에서 일꾼의 위치에 있는 딸과 사위가 회사에서 당면하고 있는 어려움을 토로하였다. 나는 그저 들어주었다. 그러다 딸의 의견을 묻는 눈 빛을 받고 한참만에 입을 열었다.



"회사 생활에도 체력 안배가 필요한 것 같아."


그렇게 내 이야기는 시작하면서, 두 사람에게 물었다.


"너네 둘 다 가진 힘 다를 회사 일에다 쏟아붓고 있는 것 같은데, "


"너네가 회사 일에 가지고 있는 에너지의 100퍼센트를 쏟아부어 만든 결과와 70퍼센트만 쓰고 만든 결과가  과연 얼마나 차이를 보일까?"


"다른 말로, 그렇게 만들어 낸 두 결과에 대해  회사 사장은 어떻게 평가할 것 같아?"


딸과 사위는 대답을 주저했다. 기다리다 내 질문에 내가 대답했다.


"아마 별 차이가 없을 거야, 상사들의 평가에는."


본인은 자신이 얼마나 에너지를 쏟았는지 그 차이를 분명하게 느낀다. 그리고 과도하게 에너지를 소진한 경우에는 일이 끝나고 그 후유증을 온몸으로 앓는다. 뿐만 아니다. 다 쏟고 나면 쏟아버린 에너지가 다시 충전될 때까지 꽤 오랜 시간 동안 육체적 정신적 기진맥진 상태를 겪는다. 그리고 런 일이 반복되면 번아웃에 그대로 노출되어 더 큰 위험 속으로 빨려 들어갈 수도 있다.


그렇게 큰 대가를 감내하고 쏟은 100퍼센트가 만든 결과와 70퍼센트 만으로 만든 결과의 차이를 오너나 사장 같은 상사들은 잘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구태어 그 결과들 사이의 차이를 구별하려 하지도 않는다. 그들의 눈은 개인의 성과보다는 조직 전체 성과를 향한다. 그러니 개인이 한 노력의 강도까지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직장인인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힘을 아껴서 여분의 에너지를 남겨놓아야 한다. 회사에서 구별하지도 못하는 30퍼센트의 힘은 남겨놓고 일을 해야 한다. 그 30퍼센트는 따로 쓸데가 있다.


남겨놓은 30퍼센트를 쓸 곳은 회사 이다.



우선은 상사들의 '바깥세상 사대주의'에 대응하는데 써야 한다.


회사의 경영자들은 일반적으로 회사 밖의 소위 전문가의 말에 과대한 비중을 준다. 업무 담당자는 오랫동안 깊은 고민과 연구를 해온 회사 내부의 전문가이지만, 그의 심사숙고가 담긴 말은 회사 밖 전문가가 던진 몇 마디 말에 쉽게 묻혀 버린다. 경영자들의 외부 전문가에 대한 뿌리 깊은 사대주의의 제물이 되곤 한다. 쉽게 고쳐지기 어려운 고질병이다.


그러니 본인이 외부의 전문가처럼 인정받을 수 있는 외부 타이틀 획득에 에너지를 쓰는 것은 매우 현실적인 접근이다. 그것에다 남겨놓았던 30퍼센트를 써야 한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그것이 결국 지름길일 수 있다. 잘 아는 자기 분야에서 어떤 것이 쓸모 있는 외부 전문가 타이틀일지 살펴보는 것부터 그 30퍼센트를 쓰면 된다.


외부 타이틀을 획득하고 나면, 더 적은 에너지로 일을 하더라도 회사의 평가는 100퍼센트를 쏟았을 때 보다 더 높을 수 있다. 그렇게 상사들의 사대주의를 역으로 이용해 보자.  



그다음은 '내 신선도 유지'에 써야 한다.


오너나 사장이 바깥세상의 전문가를 높게 보는 것은 그가 회사 밖의 신선함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강과 숲이 있고 바람도 부는 회사 밖에서 살고 있는 사람은 생각까지 신선할 것이라 여기는 것이다.


그러니 나도 밖의 공기와 소통해야 한다. 그래서 내게서도 바깥의 시원한 바람 내음이 나게 해야 한다. 회사 밖과 통할수록 새로움을 잘 찾아내는 사람으로, 회사에서는 희귀종인 창의적인 사람으로 자리매김하기가 쉽다.  그러니 회사 밖 세상의 큰 흐름을 놓치지 않도록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바깥세상과의 연결 고리가 끊어지면 나의 신선도는 떨어지고, 그 신선함이 흩어지는 데는 시간이 별로 소요되지 않는다. 이 신선도를 지키는 데는 아껴놓았던 30퍼센트가 필요하다.  



끝으로 '회사 안팎 체감기온차를 줄이는 데' 써야 한다.


바깥세상과의 교류와 소통을 지속하다 보면, 회사 안과 밖에서 느껴지는 체감 온도에 큰 차이를 느끼지 않게 된다. 그렇게 되면 언젠가 있을 회사 밖으로의 이주에도 잘 적응할 수 있다. 다가올 미래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이 체감 온도 차를 줄이는 회사 밖 세상과의 교류 소통이 가능하려면, 그것에 쓸 에너지가 남아 있어야 한다. 체력 안배로 30퍼센트의 여유를 만들어야 할 또 하나의 이유이다.



이렇게  체력 안배를 통해 만든 여분의 에너지는 회사 생활을 넘어 인생 전체의 선순환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중년에 접어든 직장인이라면,

이 힘 조절과 체력 안배가 더욱 절실하다. 오랫동안 에너지를 쏟아온 중년의 직장인에게는 더 적극적인 체력 안배가 필요하다. 그에게는 회사 안에서의 준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사 생활은 과정이다.

목적지는 행복한 인생이다.


목적지 문 앞까지 죽을 듯 살 듯 뛰어가서 문 앞에서 주저앉는다면 지금까지 달려온 보람이 없다. 목적지의 문을 열고 들어 갈 수 있는 체력 안배가 필요하다.



체력 안배는 직장 생활은 물론 전체 인생의 행복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자 미래전략이다. 부디, 체력을 잘 안배하여 원하는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착하길 바란다.



나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이제야 알게 된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다. 세월이 가르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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