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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빈대디 Nov 10. 2022

병원 밖에서 어머니가 주신 행복

오랜만의 어머니 병원 외출기




지난 주말 오랜만에 식구들이 모두 어머니(아이들에겐 할머니)를 뵈러 함께 움직였다. 팔순이 훌쩍 넘은 지 오래인 어머니는 지방의 요양병원에서 입원 생활을 하신지 오래다. 그런 어머니를 어렵게 뵐 수 있게 되었다. 토요일 찾아뵙기로 하고 식구들과 일정을 맞추고 교통편, 숙박, 식당 예약 등 방문 준비를 마쳤다. 그런데 갑자기 병원이 코호트 격리에 들어가 면회와 외출이 모두 중단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모두들 멘붕에 빠져 어찌해야 할지 혼란에 빠졌다. 그러다 다행히 토요일부터 격리가 해제된다는 결정을 병원으로부터 목요일에 통보받았다. 병원 방문 이틀 전이었다. 그야말로 천만다행이었다.


드디어 토요일, 식구들은 두 개 조로 나누어 출발했다. 한 조는 승용차로 이동하였고, 다른 한 조는 KTX로 이동하여 현지에서 합류하였다. 어머니를 외부로 모시려면 차가 필요해 장거리 운전을 감내하고 승용차를 가져간 것이다.


새벽같이 차를 몰아 토요일 오전 외출 등록한 제시간에 병원에 도착했다. 바로 코로나 검사를 받는 등 어머니의 병원 외출 절차를 밟고 나니, 간호사가 휠체어로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 일층 문 앞까지 와서 내게 휠체어 손잡이를 넘겨주었다. 그렇게 어머니의 오랜만의 외출이 시작되었다.


나름 두툼하게 차려입고 내려오신 어머니께 아내가 준비한 외투를 한 겹 더 입혀드렸다. 오랜만의 바깥나들이라 혹시 추울까 걱정이 되어서였다. 어머니는 아내의 옷 선물에 색깔이 맘에 든다고 활짝 웃으며 칭찬하셨다. 역시 왕년의 멋쟁이 었던 어머니 다운 반응이었다.


아내와 함께 어머니를 차에 모시고 예약해 놓은 시내 식당으로 향했다. 20분 정도 시내 도로를 타는 길이었다. 그런데 차를 탄지 얼마 되지 않아 어머니께서 멀미를 하시는 것 같았다. 차창을 활짝 열고 조심스럽게 운전을 하여 식당에 도착했다. 짧은 여정이었지만 진땀이 나는 시간이었다.


차 트렁크에서 휠체어를 꺼내 어머니를 태우고 식당으로 들어섰다. 식당에는 딸들과 사위가 할머니인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었다. 손주들과 손주 사위가 어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나서, 온 식구들이 어머니와 함께 식탁에 둘러앉았다. 어머니, 아내, 두 딸과 사위, 거기에 나까지 여섯이었다. 막내딸이 예약한 부드러운 음식이 차려져 나왔다. 어머니는 멀미로 속이 편치 않았을 텐데도 맛있다 하시면서 음식을 맛있는 모습으로 드셔 주었다.


즐겁게 점심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모두 멀지 않은 카페로 이동했다. 이번에는 손주들이 할머니를 휠체어에 모시고 길을 따라 걸어서 이동했다. 어머니는 오랜만에 햇볕을 피부로 직접 받아도 보고, 옷깃을 휘날리는 바람을 코와 손으로 만져도 보면서, 지나가는 동네 풍경을 눈 속에 차곡차곡 담으셨다.


오랜만에 어머니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어머니가 행복해 보였다.


카페에 들어서서 일층 양지바른 곳에 자리를 잡았다. 작은딸이 할머니를 위해 주문한 달짝지근한 맛의 따뜻한 커피를 어머니는 '맛나다'하시며 맛있게도 드셨다. 그렇게 식구들은 함께 둘러앉아 커피타임을 즐겼다.


그러다  할머니에게 드리는 손주들의 선물 소개와 자랑이 시작되었다. 작은딸이 직접 만든 빵과 과자, 큰 딸이 준비한 몇 가지 화장품과 건강식품 등 딸들은 할머니께 드리려 나름 정성껏 준비한 선물들을 설명하느라 바빴다. 어머니의 얼굴에 다시 한번 큰 미소가 번졌다. 덩달아 내 얼굴도 활짝 피어졌다.


그렇게 카페에서의 정담은 계속되었다. 그런 가운데 사위는 어머니와 가족들이 함께하는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얼마 전 장만했다는 카메라로 진짜 사진작가라도 되는 듯 멋진 포즈로 셔터를 계속 눌러대고 있었다. 덕분에 어머니의 모습들을 사진에 많이 담을 수 있었다.


어머니와 손주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나는 아내와 함께 어머니가 좋아하는 반찬인 토하젓을 사기 위해 일어섰다. 차를 몰아 수산물시장에 가서 여기저기 물어물어 어렵사리 맛있다는 토하젓을 구해 카페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이제 모두 일어나야 했다. 어머니를 병원으로 다시 모셔 드려야 할 시간이었다. 어머니를 차로 다시 모시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으로 돌아가는 그 짧은 자동차 여행에서도 어머니는 멀미로 고통스러워하셨다. 너무 오랜만의 외출에다 너무 오랜만에 차를 타다 보니 그런 것 같았다. 어렵게 병원에 도착해서 복귀 절차를 밟았다. 어머니를 휠체어 모시고 그 품에 선물 꾸러미를 안긴 모양으로 간호사에게 어머니를 부탁했다.


어머니는 뒤를 돌아보며 내게 한 마디를 던져 주셨다.

"고맙다"

어머니의 눈가엔 살짝 이슬이 내려 있는 것 같았다.


"어머니, 고맙습니다"

그리고 난 손을 흔들며 어머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서있었다.



어머니를 보내 드리고, 다시 차에 올라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 모두 차에 태웠다. 차는 아버지가 계신 추모관으로 향했다. 오늘의 두 번째 일정이었다.


가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슬픔일까 행복일까?'



사전에 나온 것처럼, 생활에서 충분히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한 게 행복이라면, 나에게 그날 하루는 작은 슬픔도 있었지만 행복이 훨씬 컸던 행복한 날이었던 것 같다.


나는 충분히 행복했다.

다 어머니와 식구들 덕분이다.


그리고

어머니도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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