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적반하장이 끌고 온 생각들
세상 참 잘 살아야겠다
적반하장(賊反荷杖),
도둑이 도리어 매를 든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아침 출근길에 적반하장을 경험했다. 출근길에 지나가는 초등학교 앞 좁은 일방통행 길이 있다. 그 길은 초등생들의 등교시간인 아침에는 차량통행이 금지되는데, 그 시간이 되면 길 진입구에 바리케이드가 쳐지고 어르신 한 분이 노란 조끼를 입고 차량 통행을 막는다.
그래서 그 찻길은 내가 출근하는 시간 즈음에는 양방향의 보행자들이 편안하게 걷는 보행도로가 된다. 오늘도 나는 그 일방통행 길의 진입구 방향-그 시간엔 보행도로가 되어 있지만-으로 귀에 이어폰 꽂고 볼륨을 높여 즐거운 팝송을 들으며 걷고 있었다.
그런데 뒤에서 갑자기 자동차 경적소리가 크게 울렸고, 나는 화들짝 놀랐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향에서 큰 소리가 바로 등 뒤에서 울리다 보니 내겐 천둥소리처럼 느껴졌다.
놀란 눈으로 뒤를 돌아보니 승용차 한 대가 내 뒤를 따르고 있었다.
난 어이가 없었다.
그 시간은 자동차 운행이 금지된 시간이었고, 그것도 일방통행의 반대방향으로 역주행하면서, 앞에 걸어가고 있는 내게 경적을 울린 것이다.
순간 갈등을 했다.
운전자에게 지적질을 날릴까? 그대로 차도 한가운데로 계속 걸어갈까? 아니면 그냥 비껴 줄까?
난 그냥 길 갓으로 비껴 서는 것을 선택했다. 아침 출근길의 평화를 잃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렇게 내가 만난 적반하장 상황은 일단락되었지만, 회사에 도착할 때까지 내 머릿속에선 그 상황이 끝나지 않고 계속되고 있었다.
저 사람은 운전의 기본을 배우긴 했을까? 저 사람의 얼굴 두께는 얼마나 될까? 저 사람에겐 우주가 다 자신을 중심으로 돌고 있겠지? 저 차 안에 초등학생이 타고 있지 않을까? 학교 바로 앞에 그 학생을 내려 주려고 한 걸까? 그 사람은 그 초등생에게 어떤 세상을 보여주려는 것일까? 저 사람의 눈에는 이 길을 걷고 있는 어린 학생들과 사람들이 들어오지 않는 걸까?
그렇게 나는 끊임없이 그 차의 운전자에게 부정적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그런 한편으로 나도 많이 변했구나 하는 생각이 찾아들었다. 나이가 들더니 비겁해진 것 같기도 하고, 세상에 대해선 나 몰라라 하면서 나 자신만 생각하는 에고이스트가 된 것 같기도 하고, 저런 것쯤이야 정도로 치부하는 달관인지 관대인지 아니면 포기인지 모를 인내심이 커진 것 같기도 하였다. 아무튼 나는 아침의 평온을 지키고 싶었던 것 같다. 세월이 나를 이렇게 둥그렇게 만들어 버렸구나 싶었다.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이제 나는 이런 선택이 더 편한 모양이다.
씁쓸한 맛이었지만 많은 생각을 만난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