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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빈대디 Nov 08. 2022

출근길 변덕

출근길에 그리워하는 것



'출근길'


삼십 년 동안 출근을 했었다. 그 출근의 시절에는 출근에서 벗어나는 시간을 그리워했다. 그리고 삼십 년 동안 계속되었던 출근을 끝내고 잠시 시간을 지내 보냈다. 그리고 얼마도 지나지 않아 초봄 새싹처럼 출근을 향한 그리움이 다시 움을 텄다. 출근과 헤어진 시간이 더해질수록 그리움도 더 커져갔다.


그리움은 다시 출근할 곳을 찾아 나서게 했고, 다시 출근길을 찾았다. 그리고 출근이라는 일상으로 복귀하였다. 그리고 그 일상은 벌써 이 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출근을 반가움으로 맞이하는 시간의 길이가 한 겨울 해 짧아지듯이 많이도 짧아진 것 같다. 나이 탓일까? 출근을 시작한 지 채 이 년도 되기 전에 벌써 출근 없는 날을 그리워한다.

참 변덕이다.


지금의 출근이 나에게는 마지막 회사로의 출근길 일 수 있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그리고 이 출근길이 허용받은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럼에도 난 출근 없는 날을 그리워한다.

참 변덕이다.


머지않아 이 출근과 이별하고 나면 다시 새로운 출근을 만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세상이 정년이라는 굵은 선을 그어 놓았으니 말이다. 이 출근이 끝나고 나면 나는 이 출근길을 추억하며 그리워할 것이다.


집 밖으로 나서 출근길을 걷기 시작하면 코 속으로 파고들던 이른 아침 시원한 찬바람이 그리울 것이다.


모르는 이들과 얼떨결에 발을 맞추어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던 지하철 역의  아침 행군이 그리워질 것이다.


지하철 안에 서있다 앞자리에 앉아있던 이가 일어서는 행운을 만났을 때 느끼던 행복이 그리울 것이다.


지하철 자리에 앉아 핸드폰 위에 자판을 두드리며 글을 써 내려가던 내 모습이 그리워질 것이다.


군중들과 함께 어수선한 대열을 만들어 지하철 역을 빠져나오던 발 바쁜 행진이 그리울 것이다.


회사로 향하는 동네 작은 거리에서 이어폰이 들려주는 팝송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춤추듯 걷던 아침 행군이 그리워질 것이다.


사무실에 들어설 때면 소리 높여 말하던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라는 아침 인사가 그리울 것이다.



이 그리울 것들을 하나씩 마음으로 밟으며 아직 남은 출근길의 발걸음을 내딛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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