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투빈대디 Sep 01. 2022

부캐에도 조건이 있다

중년의 부캐 vs 청년의 부캐



요즘 '부캐'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TV에서까지 유명 연예인들이 부캐로 활동하는 프로를 방송할 정도이니, 요즘 유행어라고 말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평상시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이나 캐릭터로 활동하는 것'이 부캐의 일반적인 의미이다. 그런데 이 말에서 '다른 모습이나 캐릭터로 활동한다'는 말에는, 평상시와는 달리 '좋아하는 것 또는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부캐'를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나'라고 해석한다.


최근 외부에서 강연을 할 기회가 몇 차례 있었는데, 그 강연의 내용 속에는 모두 '부캐 이야기'가 들어있다.


강연 행사를 주관하는 측이, 나의 요즘 생활을 신중년의 활발한 부캐 활동'의 사례로 보면서, '당신이 지금 하고 있는 생활 자체가 바로 부캐이니, 그 부캐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전해 달라'는 요청을 하였기 때문이다.


신중년에 이른 사람이 부캐로 사는 - 그것도 두 개의 부캐를 병행하는 - 모습이 약간은 특별해 보였나 싶다. 그리고 그렇게 강연을 하게 되니, 내가 지금 하고 있다는 생활, 즉 부캐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생각하게 된 것 같다.


강연에서 나는 그들이 부캐라고 정의해준, 나의 '브런치 작가' 활동과 '유튜버' 활동, 거기에다 글 소재를 쫓다가 만난 '구청 청년 일자리 멘토' 역할 등을 통해 경험한 부캐에 대한 나의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강연의 끝자락에 내가 생각하는 '좋은 부캐의 조건'에 대해 이야기했다. 물론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다. 그때 했던 이야기, '좋은 부캐의 조건'을 여기에 옮겨본다.



부캐의 전제 조건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일 것이다.


이 전제 아래서 부캐가 가져야 할 공통적인 조건을 찾아보자. 부캐를 추구하는 이가 청년이든 신중년이든 상관없이 모두가 필요한 요소를 말한다.


좋은 부캐는 활동을 시작한 후 중간에 소재가 고갈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소재 고갈될 위험이 없는 것으로 처음부터 고려하여 테마를 결정해야 한다. 내 경우에도 첫 번째 부캐인 글쓰기 활동 중 글 소재의 고갈을 만나 어려움을 크게 겪었었다. 그래서 두 번째 부캐인 유투버 활동을 시작할 때는 걷다가 만난 세상(걸을 수만 있으면 언제까지고 계속 촬영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이라는 주제를 테마로 잡았다.(채널 이름도 '혼자걷다보면' 으로 잡았다)


좋은 부캐는 그 활동의 결과물을 축적하다 보면 그것이 새로운 가치로 진화할 수도 있으면 좋다. 예를 들어, 글쓰기 부캐의 경우에는 글을 쓰는 부캐 활동을 계속하다 보면 글들이 모아지고 그 모아진 글들로 책을 낼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좋은 부캐는 열심히 활동하다 보면 수익화나 직업화까지도 가능하다는 희망을 주면 좋다. 예컨대, 유투버 활동의 경우 그것이 크게 활성화되면 경제적 수입을 가져다줄 수 있고, 더 진화하다 보면 직업으로 까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희망은 실제로 구현 여부를 떠나서 희망 자체가 부캐에 대한 열정에 지구력을 가져다줄 것이다. 실제로, 나의 글쓰기 부캐는 곡절 끝에 결국 현재의 구청 청년 일자리 멘토라는 직업으로 까지 연결되었다.


좋은 부캐는 그 활동에 소요되는 비용이 적어야 한다. 그래야 부캐를 쉽게 시작할 수 있고,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다. 특히 신중년의 경우, 이 조건이 더 중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비싼 비용을 치러야만 할 수 있는 활동을 부캐라고 말하는 경우는 없다.



지금까지 나열한 네 가지 좋은 부캐의 조건은 부캐 활동을 하는 사람이 청년이든 중년이든 상관없는 공통조건이다.


그런데 부캐를 시작하려는 사람이 중년이라면 몇 가지 추가적인 조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중년에게 필요한 부캐의 조건'을 살펴보자.



중년의 부캐는 


'혼자서도 잘해요' 여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혼자 할 수 있어야 하고, 혼자 놀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나이가 들수록 부캐가 더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당연히 나이와 상관없는 것이어야 한다. 오히려 나이가 들면 더 어울리는 활동이면 좋다. 예컨대, 글을 쓰는 작가 활동은 나이와 상관이 없고, 나이가 든 사람은 그 경륜과 경험이 가미되어 작가에 더 어울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건강과 친구여야 한다. 부캐 활동이 건강에 유익해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더 중요한 요소이다. 예를 들면, 걷기를 기반으로 하는 부캐 활동은 건강을 지키는 효과로 작용할 것이다.


끝으로, 그 활동이 자부심을 가져다주는 것이면 더 좋겠다. 중년 이후에는 자부심이 무엇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될 수 있다.



좋은 부캐의 조건을 나열하다 보니, 조건이 너무 많고 까다롭다 느낄 수도 있겠다.


물론 모든 조건을 다 충족시키는 것을 찾을 필요는 없다. 이 조건들 중 몇 가지만 충족할 수 있는 부캐를 찾는 것도 문제가 없다.


부캐를 시작할 때 내게 맞는 부캐를 찾는 하나의 틀로 소용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제시한 것뿐이다.



그리고, 누구든 인생이 지루함과 멀어지길 바란다면, 부캐는 한 번쯤 가져 보기 바란다.

특히나, 자신이 중년에 이미 접어들었다면 꼭 한번 부캐에 도전해 보면 좋겠다. 시간이 많은 사람일수록, 과거로 부터 벗어나 새로운 삶을 필요로 하는 사람일수록 부캐는 더 필요하다.


부캐가 새로움을 그 시작으로 여러 가지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 공무원들에게 박수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