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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영하 20도

추운 날엔 뚱보기사가 맞다

by 투빈대디



체감온도 영하 20도, 오늘 아침 서울의 기온이다. 제대로 추운 날이다.


오늘 같은 날 가장 중요한 것은 멋이나 체면 따위는 저 구석으로 던져 버리는 것이다. 그 대신 동장군을 맞이할 태세를 빈틈없이 갖추는데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이제 동장군과의 정면충돌을 상상하며 최상급 전투복장을 갖추어 입기 시작한다.


아랫도리로는, 안쪽에 두꺼운 기모가 있는 방한 바지를 입고, 발목 위까지 감싸주는 두껍고 긴 양말을 신는다.


윗도리로는, 맨 안에 면으로 된 반팔내의를 입고, 그 위에다 목까지 올라오는 스웨터를 입는다. 거기에다 두꺼운 모자가 달린 빵빵한 방한 패딩 외투를 껴입고 자크를 턱 밑까지 올린다.


머리에는 빵모자를 눌러쓴 다음 그 위에다 패딩에 달려있는 후드 모양의 모자를 겹쳐서 쓴다. 두 겹의 모자를 쓴 꼴이다.


거기에 손에 방한용 기모면장갑을 끼고, 발에는 밑창이 두툼한 겨울용 트레킹신발을 신는다. 그리고 가방은 손이 필요 없는 백팩을 멘다.


얼굴에는 안경을 쓴 상태로 입과 코를 마스크로 덮는다.


이렇게 나의 오늘의 출근룩이 완성되었다.


출근복장의 내 모습은 마치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생사대결을 앞둔 중세기사의 모습과 비슷하다. 한 마디로 껌벅이는 눈만 보이는 뒤뚱뒤뚱 걷는 뚱보와 같은 모습이다.


이렇게 차려입은 나는 집 밖으로 나서며 귀에 이어폰을 끼고 스마트폰에서 라디오앱을 켠다.


반가운 팝송이 들려오고, 나는 흥겨운 리듬에 맞추어 춤걸음을 옮긴다.


이미 영하 20도는 온데간데없다.

기분이 좋은 아침이다.


그냥 굿모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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