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하고팠던 말이 어찌 이것뿐이겠는가? 그와 나눴던 이야기가 떠오르며 그가 하고 있을 실망과 걱정까지 느껴지는 듯했다.
무슨 말을 해줘야 할까?
나는 숙제를 안고 생각 속으로 들어선다.
그런데 면접에 떨어진 것이 과연 위로까지 해야 할 일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내게 맞는 직장을 찾아내고 그곳에 입사까지 하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냐만은.
문득 그 청년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싶어 진다.
"소개팅이나맞선 한 번으로 결혼에 골인할 사람이 있을까?"
'그렇다'라고 대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취업과정에서 만나는 '불합격'은 마치 결혼을 위해 으레 거치는 소개팅이나 맞선과도같다. 한 번 만에 아니면 한 번이 아니더라도 상대가 내 맘에 들고 상대도 나를 맘에 들어하는 그런 상대를 만나는 일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러니 면접 한 번 떨어진 것으로 크게 실망하거나 위로를 받는 것은 좀 과잉이아닐까? 한 번 보는 것 만으로결혼상대를 만나는 행운을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결혼상대를 찾는 것과 견줄만한 내 인생직장을 찾아다니다 만나는 불합격은과정에서만나는 당연한 일일 뿐이다.
'무엇이든 인연이 닿아야 된다.'
주변 어른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나도 그 주변 어른쯤 되고 나니 같은 이야기를 하게 된다. 지나고 나니 알게 된 것이다. 취업도 인연이 닿아야 한다. 나와 인연이 닿는 회사가 따로 있고 그 회사를 만나야 취업 여정도 일단락을 지울 수 있게 된다.
인연이 연결해 주는 인생직장을 만나고 싶다면 참고 기다려야 한다. 여기서 기다리라는 말은 그냥 서 있으라는 말이 아니다. 이곳저곳 여러 회사의 문을 부지런히 두드리면서 그 인연과 마주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시작할 때 가졌던 굳은 마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에게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인연은 없기 때문이다.
만약 불합격을 만나면 그곳은 나와는 인연이 아닌 곳이라 생각하면 된다. 신기하게도 취업을 하더라도 진짜 인연이 아닌 곳은 아무리 어렵게 들어갔더라도 머지않아 떠나게 된다. 어쩌면 불합격이란 진짜 인연을 향해 가는 길에 건너야만 하는 징검다리인지도 모른다.진짜 인연과 만날 때까지 그 징검다리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결혼도 그렇지만 취업은 청개구리를 닮은 경우가 많다. 내가 예상하고계획한 것과는 동떨어진 곳으로 향한다. 대부분이 그렇다.그러니 취업생이라면 내가 계획하고 준비한 대로 되지 않는다고 초조나 실망을 가질 이유가 없다.
앞으로 불합격을 만나면 인연의 존재를 믿고 조바심하지 말고 기다려 보자. 그러면 인연이 가진 만유인력이 그 회사를 내게 아니면 나를 그 회사로 끌어당긴다. 어떻게든 서로 만나게 한다. 언제, 어느 회사를 만나느냐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