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계획이 있어야 한다. 계획 없는 내일은 불안하다'는 오랫동안 학습된 내 묵은 습관은 이제 내 것이 아니다.
한 달 전쯤 정월대보름날의 대표적인 세시풍속 “달집 태우기” 행사가 있다고 해서 가족들과 함께 구경길에 나섰다. 그리고 그 반가운 불놀이를 혼자보기 아까워 영상에 담았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나서야 그 '철 지난 영상'을 세상에 내놓았다.
아내가 놀린다.
참 게으르다고. 대보름이 다 지났으니 누가 그 영상을 보겠냐고.
난 아내에게 대답한다.
“내년 대보름 땐 보는 사람이 있겠지.”
시간에 쫓겨 편집작업을 하는 게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기다렸다. “내가” 하고 싶을 때가 올 때까지. 그리고 때를 따지지 않고 영상을 올렸다.
내년에 보라고.
나이가 드는 건지 철이 드는 건지 아니면 '캐세라세라'의 심정인지, 계획이니 체계화니 하는 논리를 내 삶에 갖다 대는 것이 이젠 편치 않다. 누군가들이 정해 놓은 길을 따라 걷고 싶은 마음도 이젠 나와 거리가 있다. 지금에 와선 내 삶 하나쯤은 내 속내대로 걷고 싶어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