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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빈대디 Mar 07. 2023

'부끄러움'이 필요한 세상


시절이 더해질수록 '부끄러움'에 대한 나의 해석도 달라지는 것 같다.


갈수록 '부끄러움'을 그리워하고, '부끄러움을 잃어가는 것'에 부끄러워한다. 그리고 부끄러움을 잊지 않은 이가 점점 사라져 가는 것 같은 세상이 안타깝다.


문득, 부끄러움의 값을 바꾼 것은 과연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세상 탓일까?  

아니면

지금의 내 나이 탓일까?



며칠 전 아침 출근길이었다. 

언제나처럼 나는 양쪽 귀에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지하철을 탔다.


운 좋게 귀한 자리를 차지하고 한참을 갔다. 그러다 언뜻 무엇인가 불편한 소리가 들려왔다. 어울리지 않는 소리가 듣고 있던 음악과 섞이어 귀 속을 파고들었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내 옆 좌석에 앉은 사람이 스마트폰으로 시끄러운 음악 영상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사람의 귀에는 있어야 할 이어폰이 보이지 않았다. 볼륨을 조금 낮춘 채 폰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맨 소리를 들으며 폰영상을 보고 있었다.


몇 번을 다시 확인했지만 처음 본 그대로였다. 많은 사람들이 같이 있는 복잡한 지하철 안에서 이어폰 없이 맨 소리를 들으며 혼자서 웃으며 즐기고 있는 그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나는 눈을 들어 그 사람의 얼굴과 차림새를 훑어보았다. 삼십 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출근 복장을 한 멀쩡한 남자였다. 그리고 한국인이 맞아 보였다.


그 사람은 내가 그 지하철을 내릴 때까지 그 모양을 계속 유지했다. 남들의 눈초리 따위는 무시하고 자기만의 세계 속에서 미소 짓고 있는 것 같았다.

  

지하철에서 내려 회사까지 걸어가는 내내 그 장면이 내 뇌리를 잡고 있었다.


'이어폰이 갑자기 고장이 난 걸까?'

'다른 나라에서 살다 왔을까?'

'학교는 나온 사람이겠지?'

'그 사람 직업은 무엇일까?'

'직장에서는 어떤 모습일까?'


'본래부터 자기만 생각하고, 세상이 자기를 중심으로 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겠지?'

'얼굴을 두껍게 하고 남들 눈치 안 보고 행동하는 직업을 가졌을까?'

'배려가 부족해 결혼도 못했겠지?'


'어디선가 상처를 받고 세상에 반항하는 중일까?'

'그 정도로 볼륨을 줄이면 다른 사람들에겐 불편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걸까?'



'설마 부끄러움을 잊어버린 건 아니겠지?'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상상이 꼬리를 물었다.


그러다 혼자서 중얼거렸다.

'세상엔 별 사람 다 있지..'


그 사람 귀가 많이 간지러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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