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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빈대디 Mar 23. 2023

어른자전거 올라타기

'시작'은 '자전거 타기'처럼



퇴근길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자 맞은편에서 한 젊은 여성이 따릉이 자전거를 붙잡고 올라타려 애를 쓰고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것 같았다. 몇 번의 실패 끝에 마침내 올라타는 데 성공한 그는 페달을 힘겹게 밟아 속도를 높이더니 제법 안정된 자세를 잡으며 나를 지나쳐 자신의 갈 길을 갔다.


문득, 내가 처음 자전거 타기를 배우던 시절이 떠올랐다. 나이가 두 자릿수도 되지 않았던 어리디 어린 시절의 일인 것 같다.


내가 처음 자전거 타기에 도전한 것은 아버지 자전거 였다.  기억에 시절에는 어린이용 자전거가 없었던 것 같다. 내가 본 자전거는 모두 어른 자전거 였고, 내게는 너무 높고 무거운 존재였.

시작하기 좋은 자리 찾기


나의 자전거 타기 도전은 내 키와 비슷한 아버지 자전거를 끌고 동네 아래의 포장길을 찾는 데서 시작되었다. 언덕 위있는 그 길은 경사가 심한 내리막이 길게 늘어진 비탈길이었다. 그 길에서는 자전거에 올라타기만 하면 페달을 밟지 않아도 내리막을 따라 자전거 바퀴가 굴러간다는 생각에서였던 것 같다. 

자전거와 친해지기


처음 시작은 자전거 페달에 한 발을 딛고 서서 자전거에 몸을 실은 상태로 경사를 따라 달리는 것이었다. 내 몸과 자전거 차체를 이용해 넘어지지 않도록 균형을 만드는 것이 핵심기술이다. 그렇게 몇 번 언덕을 내리다 보면 자전거에 몸을 맡기는 두려움은 어느새 사라지고 자전거와 친구가 되어 있다.

옆에서 두 발로 페달 굴리기


그다음은 자전거 옆에 타고서 두 발로 페달을 밟아 굴리는 단계였다. 내리막의 만유인력이 자전거를 경사를 따라 달리게 하는 동안, 자전거 차체 사이에 한쪽 다리를 집어넣어 두 발이 다 페달을 밟도록 한 다음 페달을 두 발로 굴리는 것이다. 아직은 다리가 짧아 두 발이 페달에 닿지 않아 페달 굴리기가 어려울 때 쓰는 기술이다.


경사가 만들어준 주행속도가 사라지기 전에 내 두 다리로 페달을 밟아 자전거 주행에 필요한 속도를 자체적으로 만들어 내는 작업이었다. 내 몸과 자전거가 대칭형태로 균형을 만든 다음 왼발(오른손잡이 기준)은 안쪽 페달에 올리고 오른발은 차체사이로 집어넣어 바깥쪽 페달을 밟게 하여 양다리로 번갈라 페달을 밟아 굴린다.

자전거 위에 올라타기


그다음은 자전거의 옆이 아닌 자전거 위로 올라타는 단계였다. 내리막에서 자전거가 움직이고 있을 때 두 손은 핸들을 잡고서 발로 페달 위를 계단 삼아 딛고 자전거 위로 올라탄다. 그런 다음 안장(사람이 앉는 자리)에 앉지 않고 안장 앞 아래에 있는 차체를 가랑이 사이 두고 허벅지에 힘을 주고 똑바로 서서 두 발로 페달을 밟는다. 안장에 앉으면 발이 페달에 닿지 않기 때문이다.  

몸무게를 실어 속도 내기


다음은 자전거의 속도를 높이는 단계이다. 두 발로 밟은 페달에 번갈라 한쪽에 몸무게를 실어 다리를 쭉 뻗어 주면 자전거의 속도가 올라간다. 이때 자전거를 밟는 페달과 반대쪽으로 자전거를 기울게 하여 균형이 깨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심 기술이다. 내리막 동안에는 안장에 앉았다가 내리막이 끝나 주행속도가 떨어지면 안장에서 내려와 선 자세로 페달을 밟는 체력안배도 필요하다.

평지에서 출발하기


마지막 단계는 내리막이 없는 평지에서 자전거를 출발시키는 것이었다. 앞에서 했던 여러 단계의 작업을 경사지의 도움 없이 평지에서 출발하여 실행하는 것이다.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도록 필요한 초기 속도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자전거 핸들을 잡고 빨리 달리기를 시작해 속도를 만들고 앞으로 향하는 관성이 작용하는 시간이 끝나기 전에 잽싸게 페달 위를 계단 삼아 밟고 자전거 위로 올라탄다. 올라탄 다음엔 이미 연습한 방법으로 페달을 굴리면 된다. 자전거 타기의 실전 단계인 셈이다.

키가 크길 기다리기

그리고 기다리면 된다. 나이가 들고 키가 크고 다리가 길어지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다리가 길어지고 나면 안장에 앉아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된다. 자전거 타기가 평범해지는 단계이다.



인생자전거 타기


인생 자전거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인생길을 따라가다 보면 수없이 많은 곳에 다양한 자전거를 만난다. 그런데 인생길은 자전거를 타지 않고 그냥 걷기에는 너무 먼 여정이다. 그래서 인생길을 중간에 멈추지 않고 끝까지 가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간다.


지금 앞에 있는 자전거가 너무 높으면 중간을 밟고 올라도 되고 차체 사이로 다리를 집어넣어도 괜찮다. 너무 무거워 바로 타기 어려우면 경사지를 이용해도 좋고, 속도를 내고 싶다면 두 발이 페달이 닿는 곳에 서서 몸무게를 페달에 실으면 된다.


가는 길마다 자전거는 다 다르고 자전거마다 올라탈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럴 때면 어린아이들이 처음 자전거를 시작할 때처럼 생각하고 접근하면 된다. 어린아이의 유연한 눈이 있다면 어려운 자전거는 있어도 못 오늘 자전거는 없다. 내 키와 내 힘에 맞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일단 출발한 자전거는 다음 언덕을 만날 때까지 달리면 된다. 그러다 큰 언덕을 만나면 그땐 내려서 걷다가 언덕 너머에서 어린아이가 했던 것처럼 새 자전거를 타면 된다.



"어린 내가 나 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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