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점심을 먹었다. 식당에서 나오자 친구가 나를 보며 말한다.
"먼저 가, 난 여기서 한 대 피우고 갈게."
내가 유독 담배연기를 싫어한다는 걸 잘 알기에 뱉은 말일 것이다.
그렇게 말을 던진 그는 수십 년 된 자신만의 자세로 입에 담배를 가져간 다음 라이터에서 불을 지피는 프로세스를 밟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담배가 손가락 가까이에 닿을 때까지 서 있는다.
"편하게 피워. 잠깐 기다리면 되니까. 같이 가야지."
친구가 담배를 다 피울 때까지 기다리다 보니 문득 엉뚱한 생각이 스쳤다.
"그래도, 이 녀석은 매너가 있네."
혼자서 속으로 한 말이다.
사실 실외의 어느 한 곳에 서서 담배를 다 피우는 것은 특별한 행동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길을 걷다 보면 그런 사람들을 자주 본다.
길을 걷는 것과 담배를 태우는 것을 동시에 하는 사람이 많다는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담배를 입에 물고 걸어간다. 그 사람들은 별생각 없이 그런 행동을 하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사람을 뒤따라 같은 길을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다른 사람은 괴롭다. 담배연기가 싫어 이리저리 피해 보기도 하고 숨을 참아 보기도 하지만 연기를 완전히 피해 가기는 쉽지가 않다. 결국은 앞사람이 내뱉은 담배연기를 원치 않는 다른 사람이 들이마시게 되는 사태가 발생한다.
그럴 때면 나는 그 사람 얼굴이 궁금하다.
"어떻게 생긴 사람이지?"
참 매너가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밀려온다.
그런데 내 친구가 그런 사람이 아닌 게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친구는 주위를 먼저 살피고 사람들의 왕래가 드문 장소를 찾아 그곳에서 담배에 불을 붙인다. 그리고 그곳에 흡연 작업을 마친다.
"그래, 저 친구는 항상 그래."
별것도 아니지만 그게 내게 미소를 준다.
그래도 담배는 끊으라 말하고 싶지만, 말해봤자 소용없을 것이다. 지금까지도 '식후불연초 소화불량'이라는 고대의 주문을 믿는 고집불통의 애연가이니 말이다.
난 작은 소리로 뇌까렸다.
"그래도 넌 담배 피울 자격이 있다."
"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