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보면 저절로 시인처럼 되는 곳
봄이 너무 좋아 집을 나섰다.
지하철역에서 나와
오늘 내가 만나기로 한 길로 접어든다.
수백 살 나이 먹은 고색 성곽이
편안한 울타리가 되어준다.
성곽 아래에는
걷기 딱 좋게 잘도 다듬어 놓은
흙길과 돌길이
번갈아 가며 이어진다.
그 길 아래로
지금 사람들이 사는 모양 많은 집들이
옹기종기 얼기설기 모이고 엮여서
길 아래 세상을 보여준다.
그 길가에는
봄색 풀과 봄색 꽃들이 줄을 서서
가는 이의 걸음을
멈칫멈칫하게 한다.
경사가 시늉만 내고 있는
평평한 그 길을 걷다 보면,
어느 결엔가 걷는 이의 마음에
평온을 담아준다.
어떤 이는 운동삼아 그 길을 걷고,
어떤 이는 산책 삼아 그 길을 걷지만,
걷다 보면 걷는 이들의 표정은
닮아져 있다.
오래전 서울의 향기가 남아있고,
격조의 미가 느껴지는,
그렇게 시간과 멋이 버무려진
그곳은 운치가 있다.
그곳 그 길에는
여유라는 행운이 있다.
그곳은
한양도성의 낙산 길이다.
그 발걸음을 따라가면
걷는 이의 짧은 여행도
영화 같은 여정이 된다.
(영상제대로 보려면: 링크 후 화면에서 [설정]/[화질]/[2160p]로 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