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안 그랬으면 좋겠다! 버스에서 잰틀해 지는 법
오랜만에 긴 시내버스 여행을 했다.
가을을 만나러 도성길을 따라 가벼운 걷기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거리가 있어서 한 시간이 넘게 버스 신세를 져야 했다. 시내버스였지만 길게 타다 보니 그럴듯한 여행을 하는 것 같이 기분이 좋았다.
내가 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음 정류장에서 나이 좀 지긋한 분이 차에 타더니 내 바로 앞자리에 앉았다. 난 당연히 무심하게 차장 밖 가을풍경 눈에 담기를 계속했다.
그런데, 잠시 후 앞자리 그분이 통화를 시작했다. 전화 소리를 키워놓았는지 주고받는 대화 내용이 내 귀로도 다 들리도록 흘러들었다.
'뭐, 잠시 얘기하다 끊겠지' 했다.
그런데 그분의 전화 대화는 멈추지 않았다. 10분, 20분, 30분.. 정확히 계산해 본 건 아니지만 30분은 넘은 것 같다. 그렇게 그 사람은 전화 대화를 끝내지 않았다.
잠시 후 그 통화 중인 분의 옆자리 여성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리시려나?'
아니었다. 일어나 저 앞 멀리 떨어진 빈자리로 옮겨 갔다.
그리고 그 후로 내 앞 좌석의 한쪽 빈자리는 아무도 앉지 않았다. 그래도 그분의 전화 대화는 끝을 만나지 못하다, 결국, 내가 내리기 조금 전에야 그 긴 통화는 끝이 났다.
그 통화소리를 내 의지에 반해 청취당하면서,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라면 어떻게 할까?"
"내가 저 나이 되면 어찌해야 할까?"
혼자 상상을 해 본다.
버스에 타고 있는데 전화가 온다.
일단 전화를 들고 통화버튼을 누른다.
"여보세요, 죄송한데 제가 지금 버스 안이라서요."
"혹시 급하신 일인가요?"
"아니라고요?"
"그럼 제가 버스에서 내리면 바로 전화드릴게요."
그리고 종료버튼을 누른다.
나는 그렇게 하면 좋겠다.
난 저렇게 안 하면 좋겠다.
그러면, 젊은이들에게
내가 대신 미안하지 않아도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