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당신은 '동네 사랑방'을 갖고 있나요?
이른 새벽 들판 위에서 햇살을 맞으며 티를 꽂았다. 맑은 아침의 바람, 푸른 잔디가 만든 녹색 지평선, 동반자들의 웃음소리와 달뜬 승부와 경쟁...
그것들과 익숙하게 20년이 훌쩍 넘도록 지냈다.
그러다 문득,
내가 걷고 있는 지금이 삶의 오후 어디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삶의 오후는 그 아침과 전혀 다른 규칙을 따라 살아야 한다."
늘 읊조리던 그 말이 떠올랐다.
그러자,
이제 저 먼 곳까지 즐거움을 찾아가는 것보다는, 가까운 데서 편하게 머물 수 있는 것, 그것이 더 소중하다는 마음의 소리가 내 귀에 들어왔다.
그리고 나는
스크린 속에서 골프를 치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스크린을 앞에 두고 사람들과 웃고 떠든다.
당근이라는 앱을 통해 시작된 동네 스크린 골프 모임 이야기다.
시작한 지 채 한 해가 안된 만남이지만, 조금씩 야금야금 나의 일상 속을 파고드는 인연이다.
동네 스크린 모임, 그곳엔,
'골프 잘 치는 사람'들이 아닌,
'같이 치면 좋은 사람'들이 있다.
그곳에서 나누는 것은 '스코어'가 아니라, '마음'이다.
그곳에선 손끝의 감각보다는 눈빛의 공감이, 퍼팅 라인보다는 대화의 흐름이 중요하다.
어느새 그 모임의 공간, 스크린 골프장은 '우리 동네 사랑방'이 되었고, 채팅방은 '동네사람들의 수다방'이 되었다.
골프를 핑계 삼아 모이지만,
사실은 늦게 만난 편안한 인연들을 이쁘게 빚어내고 있다.
그렇게 내가 만난 스크린 골프는
멀고도 비쌌던 골프를 가깝고도 따뜻한 존재로 만들어 주었다.
골프는 다시,
내 삶의 오후를 함께하는
가장 편한 놀이로 돌아왔다.
다가오는 일요일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