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결혼생활계획'을 회사계획처럼 세워보면

결혼생활에 대한 소소한 제안

by 투빈대디
출처:pixabay


우리는 많은 계획을 세우면서 살아간다.


어릴 때부터 학창시절 청년기를 거치면서 다양한 인생계획들을 세우고,

생활 속에서 두 사람 이상이 함께하는 무엇인가에는 꼭 계획이란 것이 동반하곤 한다.


물론 회사에서는 더더욱 계획을 통해 일을 한다. 1년짜리 단기계획에서 3년짜리 중기계획 그리고 5년 이상의 장기계획까지 다양한 계획을 수립한다.


만약 30살에 결혼하여 80살까지 산다면,

가정운영 기간인 '결혼생활 기간’은 50년이 된다. 회사에서 장기계획이라고 하는 5년의 무려 10배이다.


그런데, 그렇게 긴 초장기 결혼생활 기간을 출발할 때 계획을 세우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부분별로 쪼개진 계획을 세우는 경우는 있지만,

전체 결혼생활 기간을 포함하는 종합적인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결혼생활을 시작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은 것 같다.


문득,

결혼생활을 앞둔 신랑 신부 두 사람이 함께,
결혼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결혼생활계획을 세운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애에서 결혼으로 넘어가면서 많은 것이 변한다.

세상은 달콤한 낭만에서 쓴맛도 같이 있는 현실로 전환된다.

두 사람 관계에서 많은 사람들의 관계로 변한다.

젊은 한 때를 고민하던 두 사람은 수십 년의 세월을 고민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그만큼 많은 것을 생각하고 선택하고 준비해 가야 한다.


미리 생각하고 준비해 놓지 못하면,

갈등이나 고통이 다가오고,

그것들이 인생을 고달프게 한다.

미리 생각하고 준비해 놓으면,

인생의 과정 과정이 조금은 덜 고생스러울 것이다.


얼기설기 대충이라도 50년짜리 장기계획으로 결혼생활계획을 한번 세워 보면 좋을 것 같다.




우선, 계획에 대한 생각할 것들을 몇 가지를 살펴보자.


첫째, 계획은 앞날의 비전(Vision)을 담아야 한다.

두 사람이 결혼을 통해서 이루고자 하는 것,

이루고자 하는 가치를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비전을 두 사람이 빈틈없이 합의하여야 한다.

두 사람이 만든 비전이 곧 두 사람의 결혼생활의 가치이다.


둘째, 계획은 머릿속 생각인 개념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두 사람이 머릿속에서 생각하고 있는 것을 솔직하게 꺼내 놓고,

서로의 다름을 확인한다.

그리고 그것을 조정하면서 하나씩 합의된 내용으로 만들어 간다.

내용이 구체적일수록 나중에 해석의 차이로 인한 갈등을 막을 수 있다.


셋째, 계획은 지속적으로 수정되어야 한다.

계획이 수립되고 나면 그 계획이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현재의 상황에 맞추어 업데이트해 나아가야 한다.

'지금 현재'를 반영하지 못하면 죽은 계획이 된다.


넷째, 계획은 손으로 잡을 수 있어야 한다.

계획은 현실을 실제적으로 반영하여

손으로 그냥 집을 수 있을 듯한 실감을 동반해야 한다.

그만큼 현실적이고 실제적이어야 의미가 있다.





그럼 대충이라도 결혼생활계획의 구도를 잡아보자.


결혼생활계획에 담을 내용은 커플 두 사람이 결정할 문제이다.

그러니 정답이 있을 수 없는 문제이다.

그래서 난 여기서 나와 내 주변의 직간접적 경험을 바탕으로 계획에 반영할만한 예비 주제들을 순서 없이 나열해보려고 한다.

단순히 참조사항으로 이해해주기 바란다.

그저 막연함을 줄여주기 위한 것일 뿐이다.



하나, 소소한 약속 증서를 만드는 것은 어떨까?


부부간에 반드시 '존대어'를 쓴다.

싸울 때도 상대방을 존대어로 불러야 하며,

거친 말이나 욕이 섞인 말은 하지 않는다.

구체적인 벌금이나 벌칙을 둔다.


‘이혼’이란 단어는 절대 입 밖으로 내지 않는다.

‘말이 씨가 된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말로 표현하는 것은 갈등 국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싸우더라도 친정, 친가로 가지 않는다.

갈등은 두 사람이서 해결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신혼 시기에 도움이 된다.


잠은 같은 침대에서 잔다.

부부싸움을 해결하는 좋은 계기로 작용한다.

나이가 들면 조정할 필요도 있다.



둘, 자녀계획을 세워 보는 것은?


자식을 둘 것인가?

둔다면 몇 명을 둘 것 인가?

어떻게 양육할 것인가?

어떤 교육을 지향할 것인가?


인생이 어느 정도 경과하고 나면,

자식의 의미를 다시 평가하게 되는 것 같다.

긴 안목으로 신중하게 결정할 문제이다.



셋, 양가 집안문제에는 어떤 원칙으로 대처할까?


어떤 사위 상,

어떤 며느리 상을

만들어 갈 것인가?

명절 때의 방문 순서는?

집안 제사, 결혼식 등 대소사에 참석하는 범위는?


생각보다 어려운 문제이다.

미리 둘이서 고민해 놓으면 대처하기가 더 쉬울 것이다.

잘못하면 부부간의 심각한 갈등의 진원지가 된다.



넷, 부부간 경제적 합산제? 별산제?


한 두 자녀 시대이다.

남자든 여자든 부모님에 대한 케어 문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여자라고 해서 시댁에 전속되는 시대가 아니다.

두 사람 각자의 본가 사정이 다르고 대처할 사항도 다를 수 있다.


맞벌이 시대이다.

남자의 수입으로 가정경제를 꾸려가던 시대가 아니다.


두 사람이 기꺼이 쿨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안을 솔직하게 꺼내 놓고 논의하기 바란다.

마음속으로만 고민하지 말고,

밖으로 꺼내놓고 생각을 나누어야 한다.

미루지 말고 토론처럼 임하면 좋을 것 같다.




몇 가지 사례를 든 것에 불과하다.

더 많은 과제들이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들을 둘이서 미리 고민해 보고,

생각을 정리해 보며, 절충점을 찾는 다면,

큰 탈없이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결혼생활계획을 같이 세우다 보면 공감하게 될 것이다.


둘이서 같이 고민하면 모든 것이 더 쉬워진다.

어떤 일도 혼자서 해결하려 들지 말자.

같이 상의할 때 훨씬 더 현명한 길을 찾을 수 있다.


문제를 만나면 망설이지 말고 꺼내어 보여주자.

어떤 문제도 밖으로 꺼내는 그 순간,

혼자 마음속에 담고 있을 때보다는 쉬운 문제가 된다.


부부는 서로에게 보완자이다.

내가 볼 수 없는 뒷면이 있다.

부부는 서로 보지 못하는 곳을 보고 말해주고 지켜주는 것이다.






회사에서만 계획 잘 세우는 기획자가 되지 말자.

내 인생에서 더 길고 중요한

결혼생활에 대해서도 기획자가 되어보자.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부자>가 되고 싶다면, 공부 필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