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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빈대디 May 12. 2019

진급 누락자가 더 행복하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보이는 것들




"회사생활에서 진급이 그렇게 중요한 건 가요?"

얼마 전 딸이 내게 한 질문이다.


회사에 다니는 많은 사람들은 진급에 온 신경을 쏟는다. 진급을 하면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뻐하고, 진급에서 누락이 되면 세상이 끝난 것처럼 낙담한다. 겉으론 진급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았던 사람도 속으론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가끔 그런 사람을 보고 놀랄 때가 있다. 옆에서 보기에는 진급의 대상도 아니고 깜도 아닌 것 같은 사람도 욕심을 거두지 못한다. 겉으로만 관심 없는 듯할 뿐이다.


회사생활에서 진급만큼 가슴을 뛰게 하고 활기 불어넣어 주는 것도 없다.


진급은 당장에 앉는 자리에서부터 부르는 호칭까지 많은 변화를 가져다준다. 그래서 진급에 웃고 우는 것이리라.


그런데 인생 전체를 놓고 보듯이, 회사생활 전체 기간을 놓고 볼 때, 


'진급이 빠르고 늦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진급자 명단에 몇 번 누락되어 늦어지는 것이 그렇게 슬퍼할 일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입사 때부터 30년 동안의 회사생활을 잘 아는 주변 사람들의 경우를 보더라‘일찍 진급하면 일찍 나간다’는 조진조퇴(早進早退)를 떠들어 대던 예전 선배들의 술자리 농담이 대부분 현실과 다르지 않다.


마라톤과 회사생활은 많이 비슷하다.


초반부터 빠른 속도로 달린 주자가 결승점까지 그 순위를 유지하고 골인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적당한 속도를 유지하며 계속 달린 주자가 먼저 결승점에 도착한다. 조금은 천천히 뒤처져서 달려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사람은 완주하여 박수를 받을 수 있다.


그러니 같이 출발한 사람이 먼저 자기 옆을 지나쳐 앞장선다고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몇 번 추월당했다고 상심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 것이다.


나도 회사생활을 통해 이런 진리(?)를 직접 체험하고 확인할 수 있었다. 끝까지 회사에 생존(?)해 있는 사람들을 보면, 동료들보다 진급이 늦었던 이들이 대부분이고, 그렇게 회사에 생존한 사람들이 결국 정상 근처에 자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일찍 승진하고 일찍 꽃을 피었던 이들은 지금 회사 안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남들보다 조금 늦게 진급하면 좋은 점이 많다.


동료들로부터 경쟁의 대상으로 여겨지지 않으니 견제받을 일이 없다. 먼저 진급한 사람보다 더 많은 시간을 갖고 여유 있게 필요한 능력을 키워갈 수 있다. 상사 눈치 볼일이 적어서 일과 생활의 균형을 잘 유지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마지막까지 현역(?)으로 있으니 먼저 퇴사한 동료들에게 술 한잔 밥 한 끼라도 더 사줄 수 있다. 


결국은 먼저 진급했던 이들의 부러움은 진급이 늦은 사람의 차지가 된다.


알고 보면,


'진급은 단단한 왕사탕과 같다.'


이빨로 깨어서 먹는 것보다, 입안에서 서서히 녹여 먹는 것이 더 좋다. 단단한 사탕에 이가 상할 염려가 없고, 단맛을 오래오래 음미하며 즐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진급을 조금 더 빨리 하려 하면, 몇 배의 에너지와 스트레스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 진급은 서둘러 얻을 전리품이 아니다. 비용 대비 가치가 별로인 물건이다.


'힘여 그 큰 나무를 흔들려하지 말자.'


감이 익으면 나무를 세게 흔들지 않아도 잘 익어서 떨어진다. 떨어질 때와 자리를 알면 쉽게 받아먹을 수 있다. 그냥 살짝만 흔들면 된다. 운 좋으면 그냥 있어도 저절로 떨어진다.


그 대신, 회사에서 진급하려 애쓰는 에너지를 인생 전체의 균형을 잡고 회사 밖에서도 인정하는 능력을 준비하는데 쓰자. 언젠간 회사 밖으로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 인사이동에서 진급이 누락되었다면,

혼자 옥상에 올라가 하늘을 향해 크게 웃어주자.


그리고 내려와서, 먼저 진급한 이에게 진심으로 축하 악수를 해주자.


그런 다음,


'나에게는 누락돼서 다행이라고 등을 토닥거려주자.'







2019년 5월, 인턴 '투빈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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