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것, 안 좋은 것, 또 한번의 선택
많은 취준생들이 대기업에 들어가고 싶어 한다. 왜일까? 대기업 취업을 선호하는 것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경향이다. 30년 전에도 많은 청년들이 대기업에 들어가려 했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그렇게 많은 이들이 원하는 대기업 취업을 나의 주관적 시각으로 하나씩 해부해 본다. 그냥 이런 생각도 있구나 하고 받아 주기 바란다.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높은 급여와 좋은 복지를 제공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큰 경우가 많다 보니, 높은 임금을 쫓아 대기업을 향한다. 그리고 맞벌이가 일반화된 요즘엔 회사의 복지 수준도 중요한 가치로 받아들여진다.
브랜드 파워가 있는 대기업은 이름만 대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아준다.
젊은 시절에는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자신의 명예심과 동일시되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은 일종의 명문학교 유니폼 같은 역할을 한다.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비전을 설정하고 회사생활을 할 수 있게 한다.
대기업에 들어가면 상당한 세월 동안은 안정적인 고용환경을 제공받는다. 그리고 그러한 환경을 기반으로 자신의 미래를 좀 더 장기적인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해 준다.
자기 직무분야에 대한 체계적이고 깊이 있는 교육훈련과 경험을 제공한다.
규모가 있고 여유가 있는 대기업은 직원들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교육훈련과 깊이 있는 직무경험을 할 기회를 제공한다.
워라벨 유지에 유리하다.
법과 제도에 맞게 근무시간과 휴가제도가 철저하게 이행되므로,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
이직 때 좋은 이력으로 사용할 수 있다.
대기업의 경력은 전문성이나 인적 네트워크의 강점을 이유로 회사 밖 시장에서 높이 평가받는다.
점차 회사에 의존적이 되고 개인의 자생력은 약화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회사라는 시스템의 부속물과 같이 되어간다. 회사 안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존재이지만, 회사를 떠나게 되면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독자 경쟁력이 거의 없는 사람이 되어 간다.
천천히 끓는 물이 담긴 냄비 속의 개구리가 되기 쉽다.
회사 내부 사회에만 집중하다 보면 외부 세상의 변화를 자각하지 못하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점차 외부 경쟁력을 잃어 가기 쉽다.
오래 살아남기 위한 밀어내기 게임을 하게 된다.
대기업에서는 끝까지 회사에 남아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는 사람이 결국 승리하는 것이 일반적 공식이다. 회사생활을 통해 직접 획득하는 것은 물론이고, 퇴사 후 회사와 관련된 간접적인 혜택도 어떤 위치에서 퇴사했는지가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다 보니 회사 내 생존기간 연장을 위해 밀어내기 게임을 하게 된다.
인생의 한창때가 지나서 회사 밖 정글로 나오게 된다.
대부분의 대기업 종사자는 자신이 원하지 않아도 40대 후반에서 50대 중반이면 퇴사를 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한창때를 지난 다음 생소한 외부 세계에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다. 당연히 비즈니스 정글에서의 생존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대기업은 공채제도를 운영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경력직의 채용이나 수시 채용의 문도 열리고 있다. 순혈주의적 인사정책만으로는 시대적 요구를 충족시키기 어려워졌기 때문일 것이다. 외부의 다양한 경험과 시각을 가진 경력직의 채용은 조직 구성원의 다양성 확대와 이종교배 효과를 기대하는 접근으로 보인다.
이런 기류를 감안하여, 공채 신입이 아닌 우회 접근방법을 활용해 보자. 학과시험에 경쟁력 있는 사람은 공채를 택하면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경력직 채용을 통해 진입하는 것이 현실적일 수 있다.
경력직으로 대기업에 진입하려 한다면,
자신이 진정 희망하는 직무분야를 찾아내어 매진하자.
진짜 하고 싶은 일, 즉 좋아하는 직무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소기업에서 그 직무를 담당하면서 경험과 역량을 축적해 가자. 만약, 일을 하다가 현재 하는 직무가 진짜 내가 바라는 직무가 아니라고 판단되면, 빨리 희망 직무로 바꾸어야 한다. 빠를수록 좋다. 평생 갈 직무의 경력을 쌓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경력직 평가에서는 그 사람의 전문 직무분야 경험만을 평가하고 관련 경력으로 인정해 준다.
어떤 형태이든 상관없다. 가능한 한 빨리 경력을 시작하자.
중소기업의 신입이든, 인턴이든, 아니면 임시직, 계약직일지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직무분야를 쫓아 실제 경력을 시작해야 한다. 근무 경험을 말한다. 실제 근무를 통한 경력 쌓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더 좋은 길로 전환해 간다.
직진으로 정규직 진입이 어렵다면, 계약직이나 인턴으로 작은 경력을 쌓은 후 다른 회사의 해당 직무의 정규직으로 이직하는 우회 전략을 구사해 보자. 정규직의 해당 직무 경력을 어느 정도 축적하였다면, 중견기업으로 이직을 추진하면 좋겠다.
중견기업에서의 경력과 실적을 충실히 한 다음, 대기업을 노크하자.
물론 일관된 직무분야를 고수해야 한다. 여기서의 실적과 경력이 대기업 진입 시 평가받는 대상이 된다. 분명한 경력과 실적을 잘 만들어 차곡차곡 준비해 가자. 그러면 대기업의 문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 근무하는 회사에서 베스트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회사에서 인정받고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면, 대기업도 그것을 평가해 준다. 지금 있는 회사에서 자기 역량에 대한 증명서를 만들어 가자. 현재에서 최고가 되는 것이 먼저임을 잊지 말자.
20년 후에도 회사 밖 시장에서 쓰임새가 있을 직무영역을 선택하자.
한번 선택한 직무분야는 바꾸기가 매우 어렵다. 선택한 영역으로 자신의 이력이 모아지고, 그 이력은 회사생활 전반은 물론 퇴직 후의 선택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한 번의 직무 선택이 인생 전체의 직업 진로 방향을 결정하는 결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끊임없이 회사 밖 변화에 관심을 갖으며 외부와의 관계를 확대해 가야 한다.
언제든지 이직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회사 밖의 큰 흐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그 흐름에 맞는 이력과 역량을 준비해 가야 한다. 기획, 인사노무 등 회사 안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지만, 회사를 나가면 쓸모가 거의 없는 내부 지향적 직무와 거리를 두려 노력해야 한다. 반면에 영업, 일반기술 등 내부에서는 과소평가받더라도 회사 밖에서 통용될 수 있는 업무 이력을 축적해 가야 한다.
회사 내 후배들과의 인적 네트워크를 깊이 있게 만들자.
퇴사하게 되면 회사 내 현직에 있는 사람들의 도움이 절실할 때가 있다. 내가 퇴사할 때에는 후배들이 회사의 주역이 되어 있다. 후배들의 평가와 친밀도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회사에 있을 때 밖의 친구들과 친교를 깊고 넓게 해 두자.
회사를 나오면 회사 밖 친구들의 도움이 중요하다. 여러 가지 여건이 풍부한 회사 재직 시에 친구들에게 밥 한 끼라도 사주고 베풀어 두어야 한다.
대기업이든 아니든 어떤 회사라도 입사하면 바로 다음 이직을 생각해야 하는 시대이다. 평생직장은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다. 회사와 나는 일정 기간 동안 필요에 의해 동행하는 것이다.
인생의 큰 지도를 그리고, 계속 수정하고 보완해 가면서, 그 지도 위에서 지금을 살아가야 한다. 마음이 바뀌면 지도를 수정하면 된다. 상황이나 환경이 변하면 지도를 수정하면 된다.
큰 지도, 큰 그림을 가지고 살아가자.
그러다 보면 목적지에 가까이 가 있을 것이다. 길은 사통팔달 막힌 곳이 없다고 했다. 직진만 생각하지 말고, 우회할 줄 도 아는 사람이 되자. 험한 직진보다는 옆으로 우회하는 것이 더 빠를 때가 많다.
섣부른 포기나 절망을 멀리하면 된다.
2019년 7월, 인턴 '투빈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