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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면 나도 전략가

딸에게서 배운 전략과 지혜

by 투빈대디


얼마 전 나는 큰 실수를 했다.

어이없는 실수였으나 그 결과는 매우 무거웠다.

그 원인은 전략 없이 즉, 계획을 세우지 않고 그냥 상황에 대처했기 때문이다.

내가 즐겨 쓰고 자주 강조하던 전략적 접근을 하지 않은 것이다.

후회되지만 이미 늦은 이야기이다.


수십 년을 전략적인 사고를 한다고 자부하며 살았지만, 막상 내 인생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전략적 사고와는 거리가 먼 행위를 한 경우가 너무 많았다.

놓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어정뜨기 전략가란 의미이다.


그런 나와 딸은 많이 비교가 된다.

딸은 어릴 때부터 나와 이런 류의 이야기 - 전략적 사고에 관련된 이야기- 를 많이 나누어 왔다.

나의 지식과 생각을 전달받는 것에서 시작했지만,

이제 성장한 딸의 접근방식은 나와는 사뭇 다르다.


중요한 일이나 결정에는 차분하게 접근하고,

체계적으로 계획하여 준비하고 실행한다.

그래서 기대하는 목표를 계획했던 것과 크게 벗어나지 않게 달성해 낸다.

옆에서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제 오히려 내가 배워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만히 생각해 본다.

그 차이의 원인은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 질문으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머리로 배운 것을 얼마나 진짜 나의 것으로 만들었는가?


지식은 몸의 혈관 속으로 녹아들어 갔을 때 진정한 나의 것이 된다.

제대로 알고 정확하게 해석하여 내가 즉시 써먹을 수 있도록 정리하여 머릿속에 저장하여야 한다.

그래야 실제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적용되는 지식이 된다.


이것이 나와 딸의 큰 차이인 것 같다.

책과 이론으로 그리고 회사 업무의 일환으로 배워 머릿속에 저장하고 있는 사람과,

어릴 때부터 이야기처럼 듣고 이해하게 되고

사례를 통해 해석하여

몸속에 녹여 담은 사람의

지식에 대한 '체화의 수준' 차이 일 것이다.


둘째, 얼마나 부지런하였는가?


어떤 상황을 만났을 때 딸은 정말 부지런히 정보를 찾고 고민을 한다.

나름의 접근방법을 결정하고 마음의 결정을 만들어 낼 때까지 쉬지 않는다.

모든 일을 대하는 데 진지하고 부지런하다.

그것이 회사의 일이든 개인의 일이든 관계없다.


반면, 난 회사 일과 같이 조직적 차원의 일을 대할 때만 부지런했다.

개인적인 일이나 일상의 작은 일은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한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게 여겨지는 일들은 그냥 계획 없이 일상의 게으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모든 일이 아니라 선별적으로 전략적 원칙을 적용한 것이다.

당연히 빈틈의 크기가 다를 수밖에 없다.

부지런함과 게으름이 가져다준 결과이다.


그것이 나와 딸이 다른 점이다.




그렇다면 나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몇 가지 원칙만 염두에 두면 될 것 같다.

결국 별로 특별할 것이 없는 작은 생각의 차이가 결과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몇 가지 습관을 만들면 된다.


지식을 적용하는 대상을 구분하지 말자.

세상에 사소한 일은 없다.

결과가 나오고 나면 모두 다 중요한 일이었다.

어렵게 쌓았지만 내 지식을 아껴 쓰지 말자.

지식은 사용한다고 낡아지거나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새롭게 되고 더 커진다.


배울 때 보다 활용할 때 더 부지런하자.

내가 가진 지식을 의식적으로 모든 일에 적용하려 노력하자.

그러다 보면 적용하는 데 구분하는 버릇이 없어질 것이다.

지식을 일상에 적용하는 것은 노력과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의식적으로 노력하자.

소중한 내 지식을 박물관에 보관하지 말자.


먼저 생각하고 행동하는 버릇을 만들자.

문제를 만나면, 바로 대응하지 말고 생각할 시간을 벌자.

생각하는 시간이 전략을 수립하는 시간이고,

나의 지식을 끄집어내어 적용하는 시간이다.

즉각 반응은 실리와 거리가 멀다.

생각하자. 그리고 행동하자.

마음이 급하면 전략적 사고와 멀어진다.




성인이라면 모두 각자의 지식을 머릿속에 담고 있다. 삶 자체가 지식의 축적 과정이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 그 지식의 양과 질은 다를 수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가지고 있는 지식을 생활 속에서 활용하는 것이다.

계속 적용하다 보면, 지식의 순도도 높아지고 그 지식이 동반했던 결정의 결과도 좋아진다.


모든 것이 어렵고 힘든 시기이다.

나와 마주하는 하나하나의 일들을

내가 이미 가진 지식을 적용하여

판단하고 행동하자.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나는 전략가가 되어 나의 인생길을 잘 찾아 걷고 있을 것이다.


자신의 일 하나하나에 대하여 부지런하자.



이 글은 나 자신에 대한 반성문이다.

반성할 일을 만들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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