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격이 알려주는 것
그리고 잇달아 ‘예비합격자’ 통지도 도착했다.
최종 합격은 못했지만, 결원 발생 시 대기자 명단에 올랐다는 것이다.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를 일이다.
얼마 전 서류 지원해서 통과하고 일주일 전에 면접을 본 결과의 통지이다.
통지받고 혼자서 동네 길 산책에 나섰다.
불합격의 원인이 무엇일까?
계속 자문해 보았다.
면접을 잘못 본 것인가?
나이가 문제였나?
참고로, 내가 지원한 분야는 공공기관의 기간제 직원 직업상담원이다.
나의 관련 경력은 제로이다.
지금까지의 30년 직장경력은 여기서 경력으로 쳐주지 않는다.
걸으며 스스로 진단해 본다.
나이 문제라면 어쩔 수 없는 벽이니 논외로 해야겠다.
불합격이지만 예비합격자라고 하니, 합격자와 점수 차가 많지는 않았을 것이다.
미세한 점수 차가 어디서 났을까?
면접을 복기해 본다.
세 번의 답변 기회(요구?)가 있었다.
첫 번째 답변, '1분 자기소개'는 잘한 것 같다.
준비되어 있었고, 1분을 훨씬 초과하는 다른 면접자들과는 달리 나는 1분에 딱 맞추어 답변을 끝냈다. (면접은 5인의 피 면접자들이 화상으로 면접관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이었다.)
문제는 없었다.
오히려 가점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 같았다.
세 번째 답변, '입사 후 회사의 정책홍보를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라는 질문이었다.
논리적이면서 실질적 대안을 담은 좋은 답변을 했던 것 같다(스스로 생각할 때).
당시 스스로 다섯 피 면접자들의 답변 중 최고의 답변이었다고 생각하였다.
문제는 두 번째 답변이었다.
솔직히 면접이 끝나고 나서도 조금 찜찜하였다.
질문은 ‘상사와 의견이 불일치하는 경우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것이었다.
회사 경험 30년의 사람에게 그것도 간부와 임원 생활만 25년을 한 내게 묻는 말 치고는 너무하다는 그런 생각에서 나온 화였던 것 같다.
정답도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고 어찌 답변해야 할 지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난 화를 감추려 아주 짧게 대답하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감점은 이 곳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물론 나 혼자의 판단이지만.
걷는 동안 내내 스스로에게 질책이 갔다.
세 개의 답변에 일정한 점수들이 배정된 구두로 된 시험지에 불과한데,
왜 그것에 화가 났을까?
그냥 시험 치듯 하면 될 것을.
아직 내가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선 모든 경험을 버리고 60이 되어 새로운 직업으로 전직(轉職)을 도전하기로 결심하면서 다짐했다.
그 다짐을 아직도 다 채우지 못한 것이다.
스스로에게 질책을 했다.
다음 면접부터는 더 많이 내려놓고,
시험을 시험으로 만 대해야 한다.
시험문제는 나를 시험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지식과 대응능력 일부만을 보는 것임을 구분해야 한다.
그냥 아는 것을 말로 답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까지 수십 번 지원서를 넣었고, 대부분 서류에서 탈락되다가, 최근에서야 한 훈련과정을 이수한 덕분에, 제대로 된 이력서를 쓰기 시작하였고, 그 후 면접 기회가 주어지기 시작했음을 희망으로 생각하여야 한다.
더 떨어지더라도 난 계속 갈 것이다.
그 길은 내가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게 외친다.
도전할 수 있는 지금을 행복으로 즐길 때
그 길이 내게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