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격이 알려주는 스펙의 진짜 의미는?
지난 한 달 동안 나는 어떤 직무에 세 번에 걸쳐 지원했다.
한 달 전 모 기관의 일선 고객응대 직무를 수행하는 기간제 일자리였다. 서울의 본청과 지청에서 따로 모집하여 두 군데에 다 지원서를 제출했다.
두 군데로부터 모두 서류 합격과 함께 면접 통지를 받았다.
두 면접 간에는 1시간의 여유가 있었으나. 이동시간을 감안하면 두 군데 다 보기에는 빠듯한 시간 차였다. 일단 가능하다면 두 군데다 도전하기로 했다.
첫 번째 면접은 나를 포함해 세 명이 동시에 면접장에 함께 들어갔다.
그곳에서 면접관이 내게 던진 첫 질문은;
그리고 질문의 많은 부분이 과도한 스펙과 업무환경 적응가능성에 관한 것이었다.
나는 미소를 잃지 않으려 노력하며, 또박또박 짧고 명료하게 모든 질문에 답하였다. 같이 면접을 본 다른 피면접자들 보다는 면접은 잘 본 것 같았다.
면접장을 나오면서, 스스로 다른 사람들에 비해 실수도 없었고, 답변도 간단명료했으며, 말도 잘했으니 면접은 잘 본 것이라고 자평했다.
다음 면접장으로 가려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포기할까 생각했다. 그러나 일단은 두 번째 면접장에 가보자는 생각으로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에 내리니 이미 면접 대기 장소에 입장할 시간이 다 되어 버렸다.
어떻게 할까 잠깐 고민하다가, 일단 얼굴을 두껍게 하고 부딪쳐 보기로 했다.
면접장으로 뛰었다.
그리고 문 앞에 도착하니 20분 정도 경과한 것 같았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망설이다 용기를 내어 문을 두드렸다. 담당자분이 나왔고, 이런저런 사정을 이야기하며 면접이 끝났냐고 물었다. 내 순서는 지나갔지만 아직 다 끝나지는 않았다며, 고맙게도 기회를 달라는 나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면접 대기 장소에 들어가니, 두세 명의 대기자가 남아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면접장의 호출을 받았다. 가쁜 숨을 고르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후 면접장에 들어섰다.
이곳은 한 명씩 들어가 세 사람의 면접관으로 부터 질문을 받았다.
이곳 면접관의 첫 질문은;
그리고 10분으로 예고되었던 면접시간은 30분 가까이 지나갔다. 과스펙과 업무적응 문제가 주제가 되었다.
세분의 면접관은 모두 질문 후 나의 답변을 경청해 주었고, 대답에 대한 추가 질문을 번갈아 가며 했다. 나는 늘 하던 대로 차분하게 간단명료한 스타일로 질문에 답했다.
면접장을 나오며, 예정시간을 훨씬 초과한 면접시간은 긍정적 신호가 아닐까 혼자 생각하였다.
그리고 며칠 후 두 곳의 면접결과가 순서대로 발표되었다.
거기에 더해, 두 곳 중 한 곳은 예비합격자 명단까지 추가로 게시하였는데, 나의 이름은 그곳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해석하면, 면접대상자 중 '꼴찌권'에 속하거나, '업무부적격자'에 속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밖에 없었다.
면접관들의 판단에 동의하기가 어려웠다.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판단한 거지?”
“내가 다른 사람보다는 면접을 훨씬 잘 본 것 같은데?”
“부적격이라면 서류평가에서 불합격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
이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몇 주가 지난 얼마 전 내가 면접을 보았던 두 곳 중 예비합격자를 게시하지 않았던 곳에서 추가 모집을 한다는 공고를 우연히 발견하였다.
“어떻게 할까?” 생각해 보았다.
궁금증을 해소해 보기로 했다.
그들의 판단이 일관되는지를 보고,
만약 면접에 들어간다면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다시 지원서를 작성하여 제출했고, 며칠 후 결과가 확인되었다.
‘귀하는 불합격입니다.’
불합격을 확인하고 오히려 나의 의문은 많이 풀렸다.
스스로 의미를 복기해 보았다.
면접관들은 일관된 판단을 결과로 보여 주었다. 그리고 두 번째 지원에 대해서는 서류에서 탈락시켰다. 처음에는 호기심이나 궁금증에서 서류를 통과시켰을지 모르지만, 두 번째에는 서류에서 걸러낸 것이다.
나는 그 직무에 부적합하다고 판단받은 것이다.
역량이 부족했거나 면접을 잘못 본 것이 아니라고 스스로 생각하기로 했다.
이번 경험을 통해서도 새삼 깨닫게 된다.
스펙이란 것은 높은 것이 좋은 게 아니라, 적합해야 한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스펙 쌓기에 열중한다. 그러나
스펙은 그 조직과 직무에 적합한가 가 중요하다. 과도한 스펙은 부족한 스펙과 다를 것이 없다.
즉, 회사와 업무라는 목적지와 잘 맞는 스펙만이 의미가 있는 것이다.
면접시간이 경과하여 포기할 뻔했다. 그런데 이번에 나는 용기를 내어 얼굴에 철판을 한 겹 깔고 문을 두드리는 것을 행동으로 옮겼다. 그랬더니 문이 열렸다.
결과와는 별개로 나에게는 특별했던 이 도전에 대해 칭찬해주고 싶다.
그만큼 내가 내려놓았고, 간절해졌다는 의미이니 말이다.
다시 도전할 생각이다.
내가 바라보는 그 영역에서 내가 갖은 스펙에 맞는 곳을 찾아서. 얼굴을 조금은 두껍게 하고, 못해봤던 무모함도 시도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