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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빈대디 Sep 28. 2021

'그림속 세상' 보통사람의 눈에는

난생처음 쓴 엉뚱한 미술감상문



나는 예술 특히, 미술과는 전혀 인연이 없다.

그런 내게 우연찮게 어릴 적 친구 조 작가의 미술 작품을 볼 기회가 생겼다. 그리고 어찌어찌하다 보니, 조 작가로부터 감상평을 부탁받게 되었다.


미술에 관해서 백지처럼 무식하고,

예술계의 공기에 전혀 오염(?)되지 않은,

진짜 일반인의 입에서 나오는 자연산 감상평을 듣고 싶단다.

내가 그 조건에 딱 맞았나 보다.


잠시의 머뭇거림 끝에 오케이를 던졌다.

나름 재밌는 새 도전일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렇게 나의 엉뚱한 감상문이 시작되었다.


작품이 내 눈을 지나가는 동안 뇌리를 스치는 생각들을 그냥 순서 없이 나열해 보기로 했다.




작가의 누드크로키는 무엇을 향하고 있을까?


작가의 누드크로키 작품은 정물이 아니라 추상을 그려내고 있다.


그곳에는 세밀함으로 표현하는 에로틱한 느낌은 희미해지고, 큰 곡선만을 사용하여 전체를 표현하고 있다. 에로틱한 자극은 잔향만 남기고 자취를 감추었다.


대신에, 그 자리를 평범한 곡선들로 그려낸 전체의 형(形)이 채우고 있다. 부분의 묘사는 과감하게 생략되었다.

 

작가의 크로키는 누드로 시작했지만,

이미 누드가 아닌 것이다.


작가는 복잡한 선들을 하나의 형으로 통합시켜 ‘단순(單純)’이라는 가치를 표현하고 싶어 한 것 같다.




작가는 색(色)을 통해 무엇을 전하려는 걸까?

     

작가의 채색 작품은 만나는 처음의 순간부터 나에게 강한 각인을 주었다.

그야말로 호화롭고 화려하다.

그것이 첫인상이다.


원색을 중심으로 구성된 유채화의 강렬한 색감과, 대범하게 계단진 색 배열(그라데이션 gradation)이 활력 넘치는 첫느낌을 만든다.


하지만 짜릿한 원색의 화려함을 전면에 내세웠던 그 그림은, 잠시 후

원색이 품고 있던 어린아이의 순진함 같은 '단순'을 미소처럼 내민다.




채색화와 크로키를 결합해서 말하려는 것은 무엇일까?


이렇게 작가는 ‘단순’이라는 하나의 가치를 품고 있는 두 그림을,

채색 작품 위에 누드크로키를 입히는 것으로,

결합시킨다.


유채색과 단색,

면과 선,

자연과 사람,

세월과 순간

등과 같이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진 채색 작품과 누드크로키란 두 가지 그림을 하나로 합친 것이다.

‘단순’이라는 한 가지 가치를 통해. 


작가는 이 작품 속 ‘단순’을 통해 견고하게 묶여있던 자유와 해탈의 실마리를 뽑아내려 한 것 같다.




결국, 조 작가의 작품은 ‘단순’을 만들고,

그것을 통해 진정한 ‘자유’를 만나는,

조 작가의 인생과도 같은 그 길을 노래하고 있는 듯하다.





여기까지가 나의 감상문이다.



알지 못했던 미술이란 세계를 처음으로 관찰하듯 살펴보았다. 그곳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작품의 의도와 작가가 추구 가치를 찾으려 애를 썼다.


그리고 거기서 그림 속에서 추구하는 가치가 결국은 세상 밖에서 통용되는 가치와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단순'이라는 가치에 전적으로 공감이 간다.


일하는 기술이나 방법이 꼭대기에 가까워질수록 단순해지듯이, 세상을 보고 해석하는 눈이 깊어질수록 보이는 것이 단순해 보이듯이, 생각도 익을수록 결국은 단순과 만난다.


작가는

사람들이 단순하게 놓아두지 않았던 것을

단순한 제자리로 돌리고 싶었던 것 같다.



조 작가가 작품 속에서 던지고 있는 '단순'이란 꿈을 이렇게 해몽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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