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투빈대디 Sep 20. 2021

아침 한강의 물비늘을 보셨나요?

마포대교의 하늘과 물아래 풍경

당산철교 밑으로 한강공원을 따라 걸어서 여의도를 향했다. 국회의사당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곳으로 향하는 공원 길에는 주말을 즐기는 자전거 라이딩 족들과 트레킹 족들로 붐볐다.


강기슭을 따라 걷다 보니, 자잘한 파도들이 찰랑찰랑 정겨운 소리로 지나는 이의 귀를 간지럽혔다.


여름날 아침, 나의 걷기 여행은 여의도 쪽에서 서강대교 위로 올라섰고,  한강 상류 쪽 인도를 따라 동편의 마포대교를 바라보며 다리 위를 천천히 걸었다.


마포대교 위 중천에는 여름 아침 눈부신 태양이 일찌감치 제자리를 잡고 있고, 그 태양이 내리비추는 햇살이 널따란 한강 물낯 위 잔잔한 물결을 따라 신비로운 '물비늘'을 만들고 있었다. 


한강을 볼 때면 늘 그렇듯, 오늘도 한강은 이름 그대로 '참 크기도 하네!'라는 감탄사를 내뱉게 하면서, 넓고 평평하게 펼쳐진 한강의 수면은 그 위로 그냥 뛰어가도 될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한다.


멀찍이 보이는 마포대교는 물낯 위에 세워놓은 낮고 기다란 장난감 다리인 양 서 있었다. 수면 위로 짧은 다리로 길게 늘어서 있는 저 다리가 저렇게 커다란 하늘을 이고 있는 건 지, 아니면 저 큰 하늘이 키 작은 다리를  잡아주고 있는 건 지 알 수가 없었다.

 

마포대교를 바라보며 내가 오늘 걷고 있는 이 서강대교도 나름의 사연이 많은 다리이다.


서강대교는 서울의 영등포구 여의동과 마포구 신정동을 잇고 있는 한강 다리로 길이가 1320m, 너비는 29m인 왕복 6차선 다리이다.

 

이 다리는 1980년에 착공했다가 경제성 등의 문제로 중간에 오랫동안 공사가 중단되었다가, 1999년에서야 완전 개통을 하였다고 한다. 무려 19년이 걸린 개통이었다.


이렇게 어렵사리 개통된 서강대교는 한강 하류 쪽으로는 당산철교가, 상류 쪽으로는 마포대교가 나란히 하고 있다.


서강대교 남단에서 북단 방향으로 걷다 보면, 강변북로 조금 못 미쳐 철새도래지와 영화 ‘김씨표류기’로 유명한 밤섬을 발아래에 두고 지나가게 된다.


밤섬은 동쪽 상류방향의 윗섬과 서쪽 하류 방향의 아랫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동서 간 최장거리는 1.3Km이고, 남북으로 최장 폭은 300m에 이른다고 한다. 


밤섬 아랫섬으로 서강대교가 지나고 있다.


이 작은 밤섬의 행정관할은 나눠져서, 윗섬은 영등포구에, 아랫섬은 마포구에 속한다고 한다.


지금 이 섬은 아무도 살지 않는 무인도이다.


원래 밤섬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는데, 1968년 여의도를 개발하면서 한강의 흐름에 방해가 된다 하여 주민들을 섬 밖으로 내보내고, 섬 전체를 폭파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재밌게도, 폭파되어 수면 아래에 남아있던 밤섬의 암반층에 퇴적물이 쌓이기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한강 수위가 낮을 때만 모습을 드러내다가, 수십 년이 흐르면서 섬이 점점 커지더니 급기야 지금은 폭파하기 전보다 더 커졌고, 지금도 계속해서 더 커지고 있다고 한다.


밤섬에는 물가에서 잘 자라는 버드나무와 억새가 번성하였고, 자연스레 그곳으로 철새들이 찾아들면서 서울 한복판의 철새도래지가 되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파괴했던 섬을
자연이 다시 제자리에 제모습으로 돌려놓은 것이
밤섬인 것이다.



이런 사연을 담고 있는 서강대교를 걸으며 여름날 아침에 만났던 아름다운 전경들을 영상으로 담아보았다.


특별히, 오늘 여행은 '잔잔한 물결이 햇살에 비치는 모양'을 표현하는 아름다운 우리말 '물비늘'을 입으로 읊조리며 걸어 본 아름다운 서울기행이었다.


https://youtu.be/0_r1IKG2WTc






매거진의 이전글 당산철교 위 출퇴근길 지하철 창밖 풍경 속으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