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을 활짝 펴고 고개를 15도 정도 위로 들어 올리세요. 사람들을 약간 내려다보는듯한 자세로.”
내가 한 청년의 질문에 대해 답을 한 내용이다. 그는 예술 대학을 졸업하고 관련 일을 조금 하다가, 최근에 사회복지기관에 비정규직으로 입사하여 근무하고 있는 청년이다.
그런데 요즘 그 청년은 고민이 많다고 한다. 요약해 보면, ‘업무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는 것과 ‘상사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다른 동료직원들이 대학에서 사회복지 관련 전공을 마치고 입사한 것과는 달리, 직무와 관련이 전혀 없는 음대 출신 비전공자이며, 음대를 다니면서 컴퓨터를 활용하는 작업을 경험하거나 컴퓨터 교육을 받아본 적도 거의 없었다.
그러다 보니, 그 청년은 사회복지 업무에서 등장하는 용어도 낯설고 관련 지식도 부족하여 팀장의 업무 지시 내용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고, 업무가 끝나면 컴퓨터를 활용해서 처리하는 후속 정리 작업도 서툴고 시간이 더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로 인해, 그는 스스로 업무에 대한 자신감을 많이 잃은 상태였다. 시간이 지나면 자기도 일을 잘하는 직원이 될 수 있을는지, 언제쯤이면 자신도 다른 동료들처럼 능숙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을는지 등을 걱정하고 있었다.
거기에 설상가상으로, 얼마 전에는 동료직원들이 같이 있는 회의에서 팀장으로부터 창피를 당했다고 한다. 팀장이 업무처리가 능숙하지 못한 그 청년을 공개적으로 지적하는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그런 일이 있고 나서, 그 청년의 고민은 더 깊어졌고, 급기야 내게 SOS를 친 것이다.
“제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이러다 저 잘리는 건 아닌가요?”
"저 그만두어야 할까요?"
나는 그 청년에게 대답했다.
“무엇보다 먼저, ○○님이 도도해졌으면 좋겠어요.”
“일단, 가슴을 쫙 펴고, 고개는 살짝 들고 상대를 약간은 내려다보는 듯한 도도한 자세를 해 보세요.”
"내가 보는 ○○님은 업무에 필요한 잠재적 역량을 이미 가진 사람입니다. 왜냐하면..."하고 나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그 청년은 사회복지업무를 직접 경험하면서 자신과 이 일이 잘 맞는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내게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직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중 하나인 일을 즐길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것이다. 그리고 내가 본 그 청년은 누구라도 감싸줄 수 있을 것 같은 포근한 이미지에 차근차근 친절하게 말을 하며 상대방의 말을 참을성 있게 들어줄 수 있는 성품을 가진 사람이다. 거기에다 예술인 출신답게 매우 품위 있고 부드러워서 모든 사람들에게 매우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복지업무 초기에 겪게 되는 미숙련의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 준다. 이 적응기간이 지나고 나면 당신은 누구보다 더 복지업무를 잘 수행하고 더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은 사회복지를 전공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지 못한 독특한 본인만의 장점을 가지고 있고, 시간이 지나면 그것이 빛을 볼 것이다. 그러니 당신은 자신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도 될 만큼 넘치는 자격을 갖추고 있다.'
라고 말했다.
"고맙습니다. 저를 그렇게 봐주시니 다시 힘이 납니다."
그 청년의 대답이었다.
실제로 그 청년은 그 업무에 필요한 많은 잠재적 능력을 이미 가지고 있었다. 나는 그 사실을 그 청년에게 명확히 알려준 것에 불과하다. 세상에는 의외로 자신의 장점과 강점을 잘 모르거나, 과소평가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더하여 그 청년에게 말했다.
“그 도도한 자세로, 팀장을 만나 차근차근 이야기를 해 보세요.”
나는 그 청년이 팀장에게 차분하고 천천히 '자신이 업무에 적응하고 숙달하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 열심히 하고 있지만 비전공자라서 그런지 용어도 익숙지 않아 지시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서 '팀장님 지시사항을 녹음까지 해서 알지 못한 것은 동료들에게 묻거나 조사를 해서 이해하여 실행하고 있다'는 것, 대학시절 '컴퓨터 활용 경험이 많지 않아 문서화 작업에 시간이 걸렸는데 이제는 많이 좋아졌다'는 것 등을 직접 이야기하라고 권했다.
그러면서 나는 팀장과 면담할 때는
'말을 잘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으며, 한마디 한마디를 명확하게 또박또박 생각을 전달하면 된다'
라고 말했다.
그러면 팀장은 당신을 다시 보게 될 것이고, 업무지시를 할 때나 보고를 받을 때도 전과는 다른 자세로 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절대 손해 볼 것은 없으니, 그렇게 해보세요'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그러고 나서 며칠 후 그 청년이 내게 전화를 해왔다.
“조언해 주신대로 상사이든 동료이든 다른 사람과 만날 때면 언제나 도도한 자세를 취하려 노력했어요. 그리고 기회를 잡아 면담 신청을 하여 팀장님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그 면담이 끝난 다음부터, 팀장님이 저를 대하는 태도가 정말 많이 바뀌었어요."
괜히 친한 척해주고, 업무에 대해 정말 자세히 설명해 준다고 했다.
그 청년은 아주 들뜬 목소리로 내게 자랑을 해대었다. 이제 문제가 없어졌다고. 그리고 고맙다는 말도 함께 했다.
나는, “수고했어요. 그리고 정말 잘했어요. ○○님. 당신은 충분히 자격을 갖춘 사람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전화기를 든 내 얼굴에도 미소가 피어났다.
직장에서 만나는 상사나 동료들 간에 발생하는 많은 갈등 중 상당 부분은 의사소통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런 문제는 소통의 통로만 뚫어주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그 청년의 경우도 소통의 문제가 일으킨 문제로 해석할 수 있다.
팀장의 입장에서는 업무를 지시해도 지시한 대로 수행하지 않는 경우가 있고 일처리의 속도도 느린 그 청년의 업무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새로운 직장에 들어와 적응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고 부족한 점을 채우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오해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청년이 마음속 고민을 솔직하게 상사인 자신에게 말해 주자, 상황이 자신이 생각한 것과 다르다는 것을 파악했을 것이고, 혼자서 열심히 부족함을 채우려 노력하고 있는 그 청년에 대해 가졌던 부정적인 생각은 지웠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자신이 팀원인 그 청년을 배려해 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을 약간이라도 가지게 되었을 수 있다.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 먼저 솔직한 자신의 마음을 열어서 보이면, 상대방도 마음을 열게 된다. 그러면 두 사람 간 막혀있던 소통의 통로는 시원하게 뚫리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사람은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고 표현하느냐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대접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자신을 스스로 귀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때만이, 상대방도 나를 귀하게 대접한다.
그러나 자신이 스스로를 귀하게 생각하지 않고 능력 있는 사람으로 대하지 않으면, 상대방도 당연히 그 사람을 귀한 사람, 능력 있는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다.
자기 홍보, 자기광고의 시대이다.
조금은 건방져 보여도 좋다. 도도한 자세로 걷고, 약간은 도도하게 행동하자. 그래야 내 안에 숨겨놓은 패가 많은 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