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투빈대디 Jan 14. 2022

마음 전하기 딱 좋은 시간

헤어짐이라는 시간이 주는 기회



얼마 전 내가 잠시 몸담고 있는 직장 내에서 인사이동이 있었다. 같은 부서의 젊은 동료가 타 부서로 이동을 하게 되었다. 이번에 이동을 하게 된 그와는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꽤 말이 통하는 사이였다. 헤어진다고 하니 다시 하기 어려울 것이란 생각에 무엇인가 좋은 말을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와 점심식사 후 커피를 한 잔 나누며 그에게 말했다.


“헤어짐보다 좋은 기회는 없어요. 진심을 전하기에 딱 좋은 시간이거든요. 진심을 전하고 싶은 이에게 편지를 써보는 건 어때요?”


규모가 있는 직장에서 일하다 보면, 사회에서와 마찬가지로 직장 내 인간관계를 긴 호흡으로 관리해 나가야 한다. 직장에서 일하는 동안 수많은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게 된다. 헤어졌던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되는데, 같은 부서로, 업무상 관련이 있는 위치 또는 나를 평가하거나 나와 관련된 결정을 하는 사람으로, 그것도 아니면 내 평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다시 만난다. 결국 어떤 형태로든 다시 만난다고 생각해야 한다.


인사이동과 같이 직장 내 헤어짐의 시간을 마주하게 되면, 예쁜 헤어짐을 만드는 데 힘을 써야 한다. 헤어짐을 잘 관리하는 사람이 결국 회사생활도 잘하기 때문이다. 헤어짐을 예쁘게 하지 못하는 사람은 회사 내에서 좋은 평판을 받기가 힘들다. 그런데 이 평판이라는 것이 회사 생활을 하는 동안은 물론 퇴사 후까지도 직간접적으로 나에 대한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치니 무시할 수가 없다.


보통은 같은 부서의 직장 동료 - 특히 상사나 선배 - 가 내가 바라는 만큼 나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도록 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좋은 인식을 심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심지어 노력하더라도 바라는 만큼을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헤어짐의 시간은 특별하다. 헤어짐에 다다르면, 앞으로는 서로 간에 지시하고 보고할 일도 잘 보이려고 노력할 일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런 심리상태에서 보이는 행동이나 말은 상대방에게 평상시보다는 훨씬 더 '진심'으로 받아들여진다. ‘아, 저 사람의 평상시 속 마음이 저러했었나 보다.’라고.


그래서 헤어짐의 시간은 나의 진심을 누군가에게 전달하기 딱 좋은 때다. 이때 평상시 하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어 전하지 못했던 사람에게 나의 진심을 전달하면 좋다.


그리고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인 전달 방법이 편지를 쓰는 것이다. 손 편지면 더 좋다. 이때 편지에 담긴 마음은 말로 전달한 마음보다 더 깊이 상대방 마음속으로 파고든다. 편지 한 편을 쓰는 정성으로 회사생활 내내 그 사람을 내편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시간과 노력을 투입할만하다.


떠나는 부서 안에 내 진심을 꼭 전하고 싶은 사람에게 편지를 쓰자. 떠나는 부서의 상사에게, 가까이 가고 싶었지만 가지 못한 사람에게, 내내 불편했던 사람에게.



물론, 직장 밖 헤어짐에도 마찬가지다. 퇴사할 때도 헤어짐의 시간이 갖는 효능은 다르지 않다. 한번 연결된 인연은 지금의 직장에서 벗어나 직장 밖 사회로까지 모양을 달리하여 연결되곤 한다. 결코 드문 일이 아니다. 직장 밖 헤어짐의 시간도 똑같이 관리하자.  


그렇게 나의 진심을 그에게 전달하고 나면, 복도 든 엘리베이터 든 어디에서 든 그와 마주치게 되면 그가 나에게 보내는 눈빛이나 손짓이 달라져 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긍정은 긍정을 낳고, 긍정은 긍정을 더 키운다. 편지로 전한 나의 진심이 가져온 긍정의 신호는 시간이 더할수록 눈사람처럼 커져 갈 것이다. 편지란 언어를 통해 전한 진심 고백은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모두에게 잃음이 없는 소위 '윈-윈 게임'이다.



그런데, 그렇게 좋다는 편지는 어떻게 써야 할까?


실제 있었던 에피소드로 이야기를 시작하자. 편지의 시작은 편지를 받는 사람과 내가 함께 했던 두 사람이 다 관련되었던 에피소드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작은 부분이라도 상대방과 공유하고 있는 기억을 실마리 삼아 시작하는 이야기는 상대방의 공감을 끌어내는 데 특효이다. 실제 있었던 일인 에피소드를 표현하는 것이니 글을 써 내려가기가 쉽고 자연스럽다.  


진짜 품었던 존경과 관심을 표현해 보자. 평상시 편지를 받을 상대방에 대해 내가 가졌던 것들 중, 내게 좋게 다가왔던 것, 저절로 존경심을 불러일으켰던 것,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치게 만들었던 것 등 상대방이 내게 주었던 긍정적인 것을 찾아 편지 속 이야기로 삼자. 솔직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 바란다. 솔직한 진심보다 좋은 건 없다.

 

짧아도 좋다. 작은 이야기가 좋다. 편지의 길이는 상관이 없다. 길어도 좋고 짧아도 좋다. 다만, 소소하고 수다 같은 작은 이야기를 담자. 세세하고 구체적인 작은 이야기를 담자. 큰 담론이나 일반화된 개념 같은 큰 이야기는 진심을 나누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 좋은 편지는 '수수하고 솔직한 고백'과 같은 이야기를 담으면 된다.




문득, 궁금해진다.

“그 친구는 과연 편지를 썼을까?”
"그리고 누구에게?"





매거진의 이전글 공무원 세계의 '웃음'이라는 언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