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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빈대디 Jan 07. 2022

공무원 세계의 '웃음'이라는 언어

[공무원 세상 엿보기] 독특한 공무원세계의 조직문화



내가 공무원 생활 엿보기를 시작한 것은 7개월 전이다. 현재 내가 일하고 있는 조직은 하나의 사무공간에 20명 정도가 같이 근무하고 있고, 나를 제외하면 모두 공무원인 그야말로 늘공들의 세상이다. 조직의 리더는 물론이고 간부직원의 80%, 전체 조직 구성원의 65%가 여성이 차지하고 있는 지자체 내 일선 행정조직이다. 구성원의 연령 층도 간부를 제외하면 모두 40대 초반을 넘지 않은 젊은 조직이다.


기업 조직에 30년 넘게 익숙해져 있는 나의 눈에 이 공무원 조직은 아주 독특하게 다가왔다. 내 눈에 파고든 이 공무원 조직의 특징을 몇 가지로 좁혀서 이야기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웃음’이 소통의 핵심 언어

이 조직에서 구성원인 공무원들 간의 의사소통은 모두 ‘웃음’, 그것도 ‘소리 내어 웃는 웃음’으로  시작하여 웃음으로 그 대화를 끝맺는다. 대화의 중간에도 시도 때도 없이 웃음이 빈번히 등장한다.

주무관 A: “하하호호, 주임님, 있잖아요...”

주무관 B: “... 예, 알겠습니다. 주임님, 하하호호”

부서장과 부하직원이 대화할 때든, 선후배 간이나 동료 간 대화를 할 때든, 언제나 모든 대화가 웃음으로 시작하고 웃음으로 마무리된다. 예외는 거의 없다. 모든 대화가 그렇다. 그런데 여기서 말한 이 웃음 대화법은 공무원들 간의 대화에 주로 적용된다. 외부인과의 대화는 별개의 문제이다.


둘째, 매너와 품격이 전제되는 상호관계

나는 지난 7개월 동안 조직 내 구성원들 간의 소통에서 높은 옥타브의 목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얼굴을 붉히는 이도 본 적이 없다. 상사든 부하든 구분 없이 모두 그렇다. 모든 구성원들이 상대방에 대해 언제나 매너를 지키고 품격을 잃는 일은 결코 없다. 내가 경험했던 기업 조직생활에서는 본 적이 없는 현상이다. 참 특이하다.


셋째, 직원 간 교류도 일과시간까지

구성원 간의 교류는 별로 활발하지는 않아 보였다. 그러나 필요한 소통이나 관계 증진을 등한시하거나 우선순위를 낮게 놓는 것은 아니다. 점심시간을 이용한 구성원 간의 친목과 관계 강화 노력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은 퇴근 전 일과시간 안에서의 행위이다. 좀처럼 일과시간이 지난 후의 행위는 발생하지 않는다. 직원 간 교류와 소통도 일과의 하나로 소화되는 것 같다.


넷째, 커피와 조각 케이크를 나누며 소통

점심을 하고 나면 함께 커피숍에 들려 커피와 조각케이크를 놓고 둘러앉아 서로 간의 이야기를 나눈다. 승진과 같은 좋은 일이 생기면 조직 내 타 부서 사람으로부터나 조직 밖의 사람들로부터 많은 선물이 답지한다. 그런데 그 선물로는 맛집의 빵이나 떡 같은 것들이 아기자기하게 포장되어 전달된다. 술을 마시거나 저녁을 하며 하는 축하연은 없다. 물론 코로나 사태도 한몫했을 것이다. 대부분의 소통 방법과 장소가 부드러우며 작고 예쁘다. 다분히 여성스러운 문화가 주를 이루는 것 같다.


다섯째, 젊고 밝은 조직 분위기

대다수의 조직 구성원들이 젊다. 20대 30대가 일선 직원들의 주류이다. 그러다 보니 조직 분위기가 매우 젊고 활기차며 밝다. 개인적 사정에 따른 휴가 사용이나 의사표현에 거리낌이 거의 없다. 다만 조직의 규칙이나 관례를 벗어나는 경우는 없다. 규율 속에서 자유롭다. 내가 이곳에서 생활하기 전에 가지고 있던 선입견 중 잘못된 것들이 많았음을 스스로 인정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공무원들의 모습과 직접 내가 경험한 모습은 달라도 많이 달랐다.



그런데, 이런 조직의 문화나 분위기가 대다수 공무원 조직의 모습일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많은 부분이 내가 만난 이 조직만의 특별한 모습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런 특별한 조직 문화를 가져온 원인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 먼저, 밝고 세심하며 부드러운 ‘웃음의 리더십’을 꼽고 싶다.

내가 본 이 조직의 리더는 언제나 '웃음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한다. 직접 대화든 전화 소통이든, 내부 소통이든 외부 소통이든, 공식적 행위든 비공식적 행위든 차이가 없다. 매우 독특한 리더십 스타일이다.


그리고 모든 조직 구성원이 리더의 행동방식과 스타일을 닮으려 하고 따르려고 한다. 팀장은 물론 모든 직원들이 예외 없이 그러하다. 거기에는 여성이 다수를 차지하는 성비, 젊은 구성원의 비율이 높다는 것, 잘 교육받고 훈련된 고급인력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 소확행을 중시하는 구성원들의 가치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조직 분위기가 가져다주는 효과일까?

이 조직의 분위기는 매우 화기애애하다. 그리고 타 구성원에 대한 관심이 약해 보이지만 막상 어떤 일이 닥치면 매우 섬세하게 서로를 배려한다. 또한 전체 분위기나 문화가 울타리로 작용하는지 조직 분위기를 흐리게 하거나 깨뜨리는 구성원은 찾기가 어렵다.


너무 좋은 점만 나열하는 것 아니냐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그건 아마도 그동안 가졌던 오해에 대한 작은 미안함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질문도 함께한다.

기업의 직장인이나 사업가의 눈에는 어떻게 비칠까 하는 측면의 시각이다.


추진하는 일들의 리스크는 얼마나 큰 것일까?

업무 담당자나  상사 자신의 직장생활 명운을 걸고 해야  정도로 위험이나 압박이  일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업무에 대한 절대적인 리스크가 크지 않아서 이런 여유로운 조직 분위기 형성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리스크 부담에 걸맞은 보상은 주어지는가?

보상체계가 불합리하다면 리스크를 선택하는 조직 구성원은 드물게 되고, 리스크를 회피하는 선택이 조직 내에서 선호되고 일반화되기 쉽다. 공무원 세계는 과연 어떠한가? 리스크 부담을 회피하면 일하면서 받는 압박감은 현저히 줄어들 것이고, 그것이 그런 조직 분위기가 가능하게 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주는 입장이 아닌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하는 일의 성격이 '무엇인가를 줄 것인가 말 것인가?' '준다면 누구에게 줄 것인가?' '얼마나 줄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많아서 일 수 있다. 타인이나 경쟁 상대와의 투쟁을 통해 찾거나 빼앗아오는 것보다는 가진 것을 주는 것이 주된 입장인 업무를 수행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여유로울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시각을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만난 그 공무원 조직은  참 독특하고 재미있는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은 틀림이 없다. 앞으로도 좀 더 시간을 두고 이 조직의 문화와 분위기를 유심히 살펴볼 생각이다. 흥미로운 관찰의 시간이 될 것 같다.



이런 조직문화가 공무원 사회에서 더 넓게 퍼질 수 있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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