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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빈대디 Jan 28. 2022

<자소서>의 핵심 '이것만은 꼭' :인사부장 생각

대기업 인사부장에게 듣다(1): 자소서의 핵심 포인트



며칠 전 흥미로운 호프집 치맥 자리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내가 만난 사람은 얼마 전까지 한 대기업-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의 인사부장으로 있었던 분이다. 그는 대기업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주로 인사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고 한다. 그런 그와 만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요즘 청년들의 취업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대화중에 내가 웃으며 그분에게 말했다.

“자소서를 작성할 때 특별히 신경 써야 할 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오랫동안 채용 실무를 직접 주관했던 인사부장의 입장에서요.”

“요즘 청년들의 고민거리 중 하나니 만난 김에 좋은 팁이나 얻어볼까 해서요.”


그는 웃으며 말했다.

“글쎄요, 인사부장이라고 특별한 게 있겠습니까? 허허”

쉽게 입을 열 태세가 아니었다.


나는 생맥주 한잔을 권하며 다시 재촉했다.

“인사부장 입장에서 솔직한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편하게 생각나는 대로 말씀해 주시지요.”

“특별한 게 없더라도 취준생 청년들에게는 도움이 될 겁니다.”


그는 침묵에 들어갔다. 한참이 지난 후 생맥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인 후에 진지한 표정으로 분위기를 잡으며 입을 떼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제가 평상시 생각하던 것을 간략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그의 열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인사부장이 생각하는 자소서에 들어가야 할 내용과 생각'이라 말할 수 있을까?






첫째, 자소서는 ‘자기’ 소개서가 아니다.


회사는 지원자의 성장배경과 같은 인생 스토리에는 관심이 없다. 회사는 철저하게 ‘모집하는 직무에 적합한 인물’인지에만 관심이 있다. 따라서 목표로 하는 기업과 직무에 초점을 맞추어 작성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다시 말해서, 자기소개서는 지원한 '회사에 대한 나의 관심'을 잘 나타내고, 지원한 '직무에 내가 얼마나 적합한지'를 인상 깊게 구체적으로 표현하여야 한다. 그런 면에서 '직무역량과 관련된 나의 경험을 스토리 텔링'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둘째, ‘내’가 아닌 ‘회사’의 입장에서 생각하자.


채용과정에서 회사가 확인하고자 하는 것은 지원자가 회사에서 원하는 사람인가를 평가하는 것이다.

<같이 일할 수 있는 사람인가?> 회사 구성원들과 팀플레이를 하는 데 필요한 인성, 태도, 팀워크, 커뮤니케이션 역량, 문제 해결 능력 등을 살핀다.

<오래 일할 수 있는 사람인가?> 회사에 대한 관심, 직무에 대한 호감도, 조직 이해 능력, 근성이나 끈기 등을 살핀다.

<일을 잘하는 사람인가?> 해당 직무와 관련된 경험, 지식, 기술이 있는가. 이 직무에 적합한 성향을 가졌는가를 살핀다.



위 두 가지 요구사항을 묻는 대기업들의 실제 출제 질문이다.


대기업 A 자소서 첫 번째 문항:

지원하는 회사와 분야(직무)에 대한 지원동기를 자유롭게 기술하시오.


대기업 B 자소서 첫 번째 문항:
당신이 선택한 계열사와 해당 직무를 지원한 동기는?


서류합격을 좌우하는 자소서 첫 번째 질문으로 많이 등장하는 위와 같은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그리고 대기업의 서류심사자들은 모든 지원자의 자소서 전부를 다 읽은 후 평가할까?


답부터 말하면 '아니오'이다. 실제 자소서 평가에서는 모든 자소서들의 내용 중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보고 ‘버릴지 말지’를 결정한다. 첫 번째 질문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은 자소서만 다음 프로세스로 넘어간다. 나머지는 탈락이다. 첫 번째 답이 그만큼 중요하다.


그럼 첫 번째 답을 잘 쓰기 위해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내가 이 일을 해야 하는 이유’, ‘이 일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나의 경험’, ‘이 일에 대한 나의 강점과 직무 적합성’ 등을 담백하게 쓰면 된다. 미사여구를 동원해서 화려하게 쓰는 것은 오히려 감점 요소이다. 해당 일(직무)에 대한 이해, 경험, 역량 등이 명확하다면 답을 써 내려가기가 쉬울 것이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직무’이다.  






셋째, ‘회사를 좀 아는 사람’, ‘정말 입사하고 싶은 사람’으로 인식시키자.


회사가 속한 산업과 그 회사의 기업정보, 그리고 구체적인 직무 내용에 대하여 최대한 분석해야 한다. 즉, 회사가 추구하는 현재 사업과 미래 사업 중 내가 입사하게 되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회사 홈페이지에서 회사 소개는 물론 다양한 검색과 조사를 통해 회사의 재무실적, 현재와 미래 전략, 사업운영 방향 등 회사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가능한 최대로 파악해야 한다. 파악한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의 역량, 생각, 의견, 포부 등을 잘 표현함으로써, ‘아, 이 사람은 우리 회사와 직무를 좀 알고 있구나.’ 그리고 ‘정말 우리 회사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구나’라는 인상을 강하게 줄 수 있어야 한다.


넷째, ‘장점’이나 ‘단점’을 묻는 질문에는 ‘회사의 입장’에서 답을 찾자.


나의 직무상 장점은 ‘내가 말하고 싶은 강점’이 아니라, ‘회사에서, 직무에서 요구하는 강점’ 중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말해야 한다. 예컨대, 회사 홈페이지 같은 데서 그 회사의 인재상이 무엇인지를 찾아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제 대기업의 자소서 질문의 사례를 살펴보자.


대기업 C의 자소서 두 번째 문항:

나의 장단점과, 입사 후 장점을 어떻게 활용하고, 단점을 보완할 수 있겠는 지를 기술하시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일단, 장점에 최대한 초점을 맞추자. 단점은 장점과 연관되어 발생하는 마이너스 부수효과 정도로 가볍게 언급하고 말자. 아니면, 단점이 구체적인 개선 노력을 계속하여 이제는 대부분 보완되었다고 언급하는 것도 방법이다. 절대로 ‘치명적인 단점’을 솔직하게 꺼내면 안 된다. 특히 직무 관련 단점은 더욱더 그렇다. 그것은 ‘나를 뽑지 말아 주세요’라는 말과 다름없다.


명심하기 바란다. 단점을 말하라는 어떠한 질문에도 순진하게 답하면 안 된다. 대응하지 않거나 얼버무려야 한다. 솔직함은 답이 아니다.


자소서 어디에서든 ‘부정적 단어’나 ‘나쁜 경험사례’는 절대 쓰지 말아야 한다. ‘금기사항’이다.






다섯째, ‘경험’을 묻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내 경험’을 말하자.


경험은 구체적으로 표현하되, 팀이 아니라 ‘내 주도적’으로 한 행동을 중심으로 써야 한다. 그리고 그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을 언급하는 것도 좋다.



실제 대기업의 '경험질문' 사례는 다음과 같다.


대기업 D의 세 번째 문항:

내가 살아오면서 가장 도전적이었거나 인상적이었던 경험을 기술하시오.






처음엔 조금 뜸을 들이던 그분은 일단 이야기를 시작하자 금과옥조를 끊임없이 쏟아냈다. 진지한 그분의 연설(?)에 몰입된 나는 언제부턴가 내 폰의 노트에 열심히 메모를 하고 있었다.


그분의 금쪽같은 실전적 조언은 계속되었지만, 글이 너무 길어지는 듯하여, 여기서 이번 글을 마무리한다.  뒤이어 계속된 또 다른 주제에 대한 금과옥조는 다음 기회에 글에 담도록 하겠다.


그분과의 대화 중 내가 느낀 것은,

“이래서, 전문가를 전문가라고 하는구나!'

였다.



참고로 이 글을 쓰기 전에 나는 그분에게 우리가 나눈 대화의 요지를 글로 써도 되겠는지 물었다. 그분은 흔쾌히 'OK'사인을 내게 주며, 이렇게 덧붙였다.


“이 대화가 누군가 한 명의 청년에게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진짜 전문가와 나눈 대화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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