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투빈대디 Mar 31. 2022

후배님한테 아부하자

늦기 전에 시작해야 할 것



다른 사람의 마음에 들려고 비위를 맞추면서 알랑거리는 것을 '아부'라고 한다.


직장생활에서 조직에 잘 적응하고자, 바라는 내 위치를 차지하고자, 제대로 된 보상을 받고자 모든 직장인들은 상사로 대표되는 선배에게 잘 보이려 애를 쓴다. 직장인의  흔한 모습, 선배에게 아부하는 것이다.


나도 그것을 하면서 직장생활을 했다. 그러다 직장생활의 전체 사이클을 한 바퀴 다 돌고 나니 가지고 있던 생각이 달라졌다.


직장 안에서는 업무를 지시하고 고과를 매기며 조직 안팎으로 영향을 미치는 선배가 큰 바위 얼굴처럼 대단해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선배에게 아부를 한다. 특히나 직장생활 초중반기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 그 직장을 나오면 선배는 별 소용이 없다. 직장 밖의 자연인인 나에게 밥 한 끼, 술 한잔을 대접할 이는 선배가 아니라 후배일 가능성이 높다. 둘 다 직장 안에 있을 때야 선배나 후배나 각자의 힘과 권한을 가지고 있으니 그렇게 까지 아쉬울 게 없다. 후배도 작더라도 나름의 힘이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때가 되어 내가 직장밖에 있다면 그때쯤 선배는 나보다 먼저, 동료는 나와 비슷한 시기에 직장 밖에 있게 된다. 그러니 직장 안에는 후배만 남게 된다.


물론, 직장생활을 잘하려면 선배, 동료, 후배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애를 써야 할 비중이 같지는 않다.


신입에서 중견간부에 오르는 직장생활의 전반부에는 선배와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 그 시기에 내게 미치는 영향력은 선배가 가장 크다. 그러니 그때는 당연히 선배에게 아부해야 한다.


그러나 직장생활이 전반에서 후반으로 넘어가면, 그때부터는 후배와의 관계에 관심을 높이고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 직장 밖에서 외롭지 않으려면, 가끔씩 옛 직장에 들릴 기회를 남겨 놓으려면, 혹시 옛 직장과 연관된 일을 하려고 한다면, 후배의 마음을 잡아야 한다. 직장 밖까지 이어지는 후배와의 돈독함은 꽤나 값진 유산이다.


그런데, 후배의 마음을 잡는 것, 즉 내편인 후배를 만드는 것은 선배의 경우보다는 어렵지 않을 수 있다. 투여할 시간과 노력의 량이 더 적을 수 있다. 선배로서 내가 가진 '우위'에다 나의 '진심'을 추가하면 된다. 그런데 후배와의 관계는 깊이가 중요하다. 관계의 깊이가 깊어야만 회사를 나간 다음에도 관계가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후배를 두고 나가면, 직장을 떠난 후가 외롭지 않다.


생각해 보자.

'내가 밥 한 끼라도 대접한 퇴직 선배가 있는가?'

'있다면 어떤 선배인가?'


자리를 바꿔서,

'후배가 밥 사고 싶은 선배는 어떤 사람일까?'

곰곰이 생각해 볼 말이다.


후배들이여, 당당히 요구하시라. 선배에게 선배 역할을. 그리고 역할을 한 선배는 기억하면 된다.


서둘러야 한다, 늦지 않으려면.

시작하자.

'후배님에게 아부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