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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빈대디 May 02. 2022

늦깎이 강사 데뷔전을 통해 얻은 교훈: 응원의 힘

새로운 시작을 놀이로 바꾸는 마술



강사 데뷔전에 숨어있던 응원군들이 모습을 속속 드러냈다.


얼마 전  '재취업'이라는 주제로  외부 강사 데뷔전을 가졌다.  화상을 이용한 온라인 강의였고, 꽤 많은 수강자들이 접속한 4050 세대의 재취업에 관한 콘퍼런스에서였다.


강의 요청을 받고 여러 날 전부터 강의에 대해 고심했다. '콘텐츠는 무엇으로 할까?', '스토리텔링은 어떻게 전개할까?' 등 혼자서 상상 속으로 들어가 시나리오를 만들어 갔다.


콘퍼런스는 네 명의 강사가 순서대로 강의를 하는데 각자 20분의 시간이 주어졌고, 나는 그중 마지막 차례였다. 큰 잘못 없이 강의를 끝내고 스튜디오를 나오니 벌써 저녁 아홉 시였다. 스튜디오를 뒤로하고 터벅터벅 걸으며 뒤를 한번 보니 내 마음은 큰 폭풍이 한 차례 흩고 지나간 듯했다. 피로가 밀려왔다. 신경을 많이 썼던 모양이다.


그때 갑자기 핸드폰에서 계속 부르르 하는 진동이 울렸다. 요즘 나와 같은 류의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 만든 단톡방 멤버들이 보내온 카톡 문자였다. 단톡방의 멤버들은 콘퍼런스를 처음부터 다 봤다면서 칭찬을 쏟아냈다.


"오늘 강사 중 단연 최고였습니다."

"강의가 감동적이어서 살짝 울컥했어요."

" 전문 강사로 나가도 될 것 같습니다."


과분하고 편파적인 응원 폭풍이었다.


응원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집에 들어서니 기다리고 있던 집사람과 작은 딸이, 거기에다 결혼한 큰 딸은 화상전화를 걸어 축하와 응원 메시지를 전했다. 다음 날에는 콘퍼런스 주최회사의 직원 몇 분도 격려 인사를 전해왔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했던 응원도 있었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곳의 주무관들도 열광적인(?) 응원을 보내 주었고, 그 응원은 내게 또 다른 의미의 감동과 용기를 주었다.


새로운 이력의 출발점을 찾아보고, 그 일에 대한 나의 역량이 부족하지는 않은 지를 확인해 보려고 시작한 것이 이번 강의였는데, 데뷔전을 치르고 나니 강의 자체의 성공 여부보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주변의 반응이 준 감동과 용기가 훨씬 더 큰 의미로 다가왔다.


내가 혼자 사는 게 아니구나.


나의 새로운 시도를 이렇게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내게 응원군이 많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자  새 도전에 대한 자신감과 의욕이 두배가 되는 듯하였다.


그들의 칭찬은 나를 춤추게 하고,

그들의 응원은 나를 용감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리고 내 삶의 방식을 다시 한번 되새김하게 한다.


직장의 동료들과 어떤 소통과 어떤 관계를 만들어 왔는가?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어떻게 인식되게 해 왔는가? 가족들은 나를 어떤 마음으로 대하고 있는가?


새 강의 데뷔전 하나로 참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확인하고 난 나의 독백은


내가 그래도 잘 살고 있네..

 


얼마 전 내가 치른 데뷔전은, 늦은 오후에 시작한 새로운 도전이었고, 온종일 걸어온 발자국을 뒤돌아 본 확인의 시간이었다. 그것은 해가 저물면 저녁 하늘의 달빛을 빌어서라도 새로 길을 나설 용기를 되찾게 해 주었다. 나다움으로 다시 다가간 시간이었다.



이제부턴 나도


누군가를 목청껏 응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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