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키부츠에서의 발런티어 생활과 국제적인 자원봉사자와의 만남
제가 처음 일을 했던 곳은 메기도(Megiddo) 키부츠로 기억됩니다. 이스라엘 북부에 위치한 전통적인 키부츠로, 하이파(Haifa)에서 남동쪽으로 약 40km 거리에 있으며, 농업과 공업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공동체 마을입니다. 주로 농업(과수원)과 폴리갈(Polygal) 플라스틱 공장을 운영합니다. 이스라엘인과 대부분 러시아, 프랑스, 카자흐스탄, 캐나다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소속되어 있지만, 아직 발런티어는 만나지 못했습니다.
밤새 뒤척이다가 새벽 일찍 눈이 떠집니다. 새벽 4시입니다. 한국과는 대략 7시간 차이로, 한국은 오전 11시경입니다. 조금 더 자야 하는데 잠이 오지 않습니다. 시차도 있고 첫날이라 긴장도 되나 봅니다. 다행히 눈을 붙이고 일어나니 5시 30분입니다. 키부츠에서 준 작업복으로 환복하고 식당으로 가서 간단히 빵과 삶은 달걀, 우유를 마시고 있으니, 어느덧 밖에는 소형차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식사를 빠르게 마치고 탑니다. 오전 6시경, 30분 정도 달려 도착한 곳은 폴리갈 공장입니다. 다른 키부츠에서 온 발런티어들도 꽤 여럿이 있고 커피를 마시고 있습니다. 간단히 영어로 인사하고 통성명을 합니다. 한국 분 여성도 계시고, 캐나다, 멕시코, 프랑스, 독일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공장 관리자 매니저는 작업 시간을 오전 7시부터 식사 후 늦어도 3시까지라고 안내합니다. 휴식시간은 10분에서 15분 정도이고, 쉬는 시간에 커피를 마실 수 있으며, 식사 시간은 12시에서 13시까지입니다. 마지막으로 안전사항을 언급하며 작업이 시작됩니다. 폴리갈(Polygal) 플라스틱 패널은 주로 폴리카보네이트 시트로, 건축, 온실, 광고 간판 등에 사용됩니다. 2m 정도의 폭과 길이는 2m에서 12m까지 다양합니다. 작업은 다양한데, 플라스틱 패널 이동 및 적재, 불량 패널 비닐 벗기기, 패널에 스크래치, 균열, 기포 여부 확인, 패널 포장 및 출하 준비 등이 있습니다.
저는 캐나다 남자와 함께 조를 이루어 다른 나라 발런티어들과 함께 일을 시작합니다. 플라스틱 패널이 무겁기 때문에 두 개 조로 짜여 있습니다. 작업은 단순합니다. 라인에서 불량으로 분류된 플라스틱 패널을 하나씩 옮겨 비닐을 벗기고 다시 작업 공간으로 이동시키는 일입니다. 벗겨진 비닐은 쓰레기통에 잘 정리해 놓습니다. 패널 크기가 크고 무거워 옮길 때 체력 소모가 상당합니다. 공장이 덥고, 먼지가 많아 장시간 작업은 힘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15분간 휴식 시간이 주어집니다. 단순 반복 작업이라 지루할 때도 있지만 서로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캐나다에서 오신 분은 퀘벡 출신으로 약 30세의 기술자입니다. 성지 순례 차 이스라엘 키부츠에 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머리는 짧게 깎았고, 약간 대머리끼도 있지만 유머가 있어 일하는 내내 즐겁게 대화를 나눕니다. 그가 저에게 "왜 키부츠에 왔냐"라고 묻습니다. 저는 외국 친구도 사귀고 영어를 배우러 왔다고 설명하니, 계속 말을 겁니다. 정확히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는 안 되지만 웃기게 얘기해서 저도 그냥 따라 웃습니다. 어색한 미소를 지었겠죠.
공장에서 종이 올리면서 드디어 쉬는 시간이 옵니다. 발런티어들 모두 커피를 마시러 갑니다. 다들 힘든 모양인지 옷에 땀이 흠뻑 묻어 있습니다. 그러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합니다. 발런티어로 온 이유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직장에 다니다 지쳐서 오신 분, 성지순례로 오신 분, 이스라엘 문화와 여행을 하러 오신 분, 외국 친구를 사귀러 오신 분 등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 저처럼 영어를 배우러 온 사람도 있고, 모두가 각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이곳에 모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업을 마친 후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식당에는 발런티어들이 가득합니다. 닭다리 훈제와 각종 야채 등 다양한 음식들이 제공됩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김치와 밥, 가끔 계란프라이, 또는 간단한 사발면으로 끼니를 때웠다면, 키부츠에서는 푸짐한 식사를 즐길 수 있어 정말 좋습니다. 공짜로 재워주고 먹여주며 영어도 공부할 수 있어 천국이 따로 없죠. 식사를 마친 후, 몇몇 발런티어들과 커피를 마십니다. 외국인들이 하는 말은 잘 들리지 않지만, 대충 알아듣는 척하면서 "Oh! OK!, I see!" 하며 대화를 이어갑니다. 어색하기만 하지만 그 또한 즐거운 경험입니다.
이제 2시간 정도만 더 일하면 됩니다. 점심을 먹었지만 체력이 많이 떨어져 땀이 비 오듯 흐릅니다. 휴식을 취한 뒤 마지막 한 시간을 기다리면 되네요. 일을 마친 후, 내일 작업을 위해 청소도 깨끗이 합니다. 작업복은 땀과 먼지로 뒤덮여 있습니다. 오늘 처음 발런티어로서 일한 것이지만, 힘든 만큼 보람도 있었습니다. 팀을 이룬 캐나다 친구와 유쾌하게 작업을 하면서도, 영어를 배우고 있다는 이유로 많은 대화를 나눠주어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일을 마치고 공장 밖으로 나오니, 아침에 타고 온 차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 혼자 차를 탔지만, 다른 차들에도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 타고 갑니다. 메기도 키부츠에는 아직 발런티어가 많지 않아서 다른 키부츠에서 발런티어를 데리고 온 것 같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오후 4시경입니다. 옆집에 새로운 발런티어가 왔나 봅니다. 키가 늘씬한 여성으로, 카자흐스탄에서 온 미스코리아 같은 외모의 여성입니다.
피곤해져 간단히 인사를 하고 집 안으로 들어옵니다. 피곤이 몰려와 잠깐 잔다는 것이 벌써 오후 6시가 되었네요. 저녁을 먹고 키부츠를 산책합니다. 가로등이 잘 되어 있고, 잔디와 나무가 많아서 휴양지에 온 기분이 듭니다. 산책을 마친 후 카페로 가보니 이스라엘 중/고등학생들과 동네 주민들이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습니다.
오!! 이곳이 내가 바라는 생활이구나, 싶습니다. 편안한 분위기, 좋은 사람들, 그리고 즐거운 일. 이 모든 것이 좋습니다.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니 9시경입니다. 피곤해져 눈이 스르르 감깁니다. 방 안에는 TV가 없고, 한국에서 가지고 온 라디오를 켜니 영어 방송이 잡힙니다. 들리지는 않지만, 영어를 배우러 왔으니 영어 방송을 들으며 잠을 청합니다.
플라스틱 패널을 옮기고 비닐을 벗기며 캐나다 친구와 영어로 대화하는 꿈을 꿀 것만 같은 느낌이 듭니다. 내일은 어떤 일을 할지, 누굴 만날지,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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