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붉은 도시, 페트라에서 마주한 나와의 대화
키부츠에서 지낸 지 3개월이 넘었을 무렵, 자원봉사자 비자의 기간이 곧 만료되어 잠시 이스라엘을 벗어나야 했습니다. 그래야 다시 입국할 때 출입국 심사에서 3개월 혹은 6개월짜리 비자 연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마침 키부츠에서도 1~2주간의 휴가가 주어졌습니다. 다른 자원봉사자들에게 물어보니, 대부분 가까운 나라 요르단이나 이집트를 다녀온다고 하더군요. 저는 그중에서도 ‘요르단 페트라’를 먼저 선택했습니다.
이스라엘에서 요르단 페트라로 가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 국경을 통해 갈 수 있는데, 제 기억으로는 남부 에일랏(Eilat)에서 요르단 아카바(Aqaba) 국경을 이용했던 것 같습니다. 페트라에 도착해서는 저렴한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해 짐을 풀었습니다. 당시 숙박비는 1박에 약 5~10달러 정도였고, 꽤 저렴한 편이었죠. 프런트에는 TV 한 대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영화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이 계속 나오고 있었습니다. 페트라의 명소인 알 카즈네(보물창고)에서 영화의 주요 장면이 촬영되었다며, 게스트하우스 측도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영화 후반부에 해리슨 포드와 숀 코네리가 성배를 찾기 위해 이 협곡과 보물창고를 탐험하는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페트라는 단순한 유적지가 아니라, 거대한 야외 박물관과도 같은 곳입니다. 하루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얘기를 들었던 터라 저도 여유 있게 이틀 일정을 잡았습니다. 이곳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나바테아 왕국의 수도였던 고대 도시입니다. 붉은 사암 절벽을 깎아 만든 수많은 건축물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죠. 그래서 ‘장밋빛 도시’라는 별명도 있습니다.
나바테아 왕국은 기원전 4세기부터 서기 106년까지 요르단, 사우디, 시리아, 이스라엘 일부 지역을 지배했던 아라비아계 왕국이었습니다. 이곳은 많이 걸어야 하기에 준비물이 꼭 필요합니다. 편한 운동화나 등산화, 모자, 선글라스, 선크림, 그리고 충분한 물은 필수입니다. 사막 기후라 탈수가 빠르기 때문에 대비해야 하죠.
협곡이나 고지대로 갈 때 동물을 타는 관광객도 많은데, 초반에 부르는 가격이 상당히 비싸서 흥정이 꼭 필요합니다. 낙타, 당나귀, 노새, 말 등을 이용할 수 있는데, 보통은 USD 20~30을 부르지만 흥정을 통해 USD 5~10 정도에 이용 가능합니다. 최근에는 가격이 더 올라서 마차나 낙타 투어는 USD 30~40, 당나귀 투어는 USD 10~20 정도이며, 페트라 입장료도 현재는 약 USD 70이라고 하네요. 저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도보로 모든 구역을 구경했습니다.
시크(Siq)는 페트라의 입구로 약 1.2km에 이르는 협곡입니다. 양옆으로 높이 80m에 달하는 암벽이 서 있어, 자연이 만든 위용에 압도당하게 됩니다. 약 30분 정도 걷다 보면 협곡의 끝자락에서 드디어 알 카즈네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인디아나 존스 영화에 등장했던 그 보물창고, 바로 그곳입니다. 나바테아 왕국이 기원전 1세기에 지은 것으로, 왕족의 무덤 또는 신전으로 추정됩니다. 햇빛에 따라 색이 바뀌는 붉은 사암의 모습은 정말 아름답고, 정교한 조각은 감탄을 자아냅니다.
그 후로도 20여 분을 더 걸으니 ‘왕가의 무덤’이 나타났고, 다시 10분 정도 지나니 ‘콜로네이드 거리’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고대 페트라의 중심 거리였고, 양쪽으로 기둥이 세워져 있어 당시 도시의 규모와 웅장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걷다 보니 물이 다 떨어졌는데, 다행히 유적 안에는 작은 상점들이 있어 물을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가격은 USD 1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물을 마시고 다시 힘을 내어 대제단으로 향했습니다. 이곳은 나바테아 인들이 신에게 제물을 바쳤던 장소로, 높은 지대에 있어 페트라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최고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이어지는 길을 따라가다 보니 수도원이 보였습니다. 이곳은 페트라의 또 다른 주요 유적으로, 도달하려면 800개가 넘는 계단을 올라야 합니다. 체력이 꽤나 요구되는 코스이지만, 정상에 다다르면 수도원의 경건한 분위기와 함께 장대한 전망이 펼쳐집니다. 고생한 보람이 있는 곳이죠.
저는 이틀에 걸쳐 천천히 페트라를 둘러보았고, 하루에 약 6시간 정도 걸었던 것 같습니다. 워낙 넓고 볼거리가 많아 여유 있는 일정이 좋습니다. 신발, 모자, 물, 선크림, 선글라스는 필수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게스트하우스에서는 뜻밖의 반가운 만남도 있었습니다. 키부츠에서 함께 일했던 영국 친구들을 우연히 다시 만났거든요. 오랜만에 맥주 한 잔 하며 키부츠 생활과 여행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친구들은 이제 키부츠 생활을 마치고 영국으로 돌아간다며 작별 인사를 전했습니다. 짧지만 잊지 못할 소중한 시간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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