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벤처에서 시작한 큰 책임, 그 속에서 성장한 나의 이야기!
때마침 대표님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세계가전전시회(CES, Consumer Electronics Show)에 출장 중이셨습니다. CES는 최첨단 기술과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이는 자리로, 글로벌 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업체들이 참가하는 세계적인 전시회입니다.
대표님은 10여 년간 대기업의 미국 법인장을 지낸 분으로, 제가 첫 직장에서 면접을 볼 당시 면접관이셨던 인연이 있습니다. 현재는 벤처회사를 설립하여 기존 프로젝트 외에도 새로운 아이템과 시장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CES에 참석하신 것이지요.
출장에서 돌아오신 대표님께 인사를 드리러 갔습니다. 이사님이 직원들을 일일이 소개해 주셨습니다. 대표님은 과거 수출본부장이셨고, 이사님은 수출기획부장이셨기에 두 분은 함께 근무한 인연이 깊습니다. 공장장님도 과거 수출 업무 중 몇 차례 마주친 적이 있어 익숙했습니다.
연구소장님은 신제품 품평회에서 뵌 적은 있지만, 자세한 대화를 나눈 적은 없습니다. 회로 엔지니어, 수석 엔지니어는 이번에 처음 뵙는 분들이고, 연구원 한 분은 제가 입사하기 1~2달 먼저 들어온 분이었습니다. 다들 같은 회사 출신이라 그런지 편안한 분위기였고, 가족처럼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앞으로 함께할 시간이 기대됐습니다.
이 회사는 대만 업체와 함께 서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프로젝트 진행이 더뎠습니다. 매출이 전무한 상태에서 직원들 급여만 나가는 상황은 경영진에게 큰 부담이었지만, 모두가 이 과정을 ‘투자’라고 생각하고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결국 '배운 게 도둑질'이라는 표현처럼, 컴퓨터 판매로 방향을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내수와 수출을 병행하며 첫 오더로 PC방에 50여 대를 납품했고, 제가 직접 설치까지 진행했습니다. 이후 백화점 등 다양한 경로로 납품하며 조금씩 매출이 발생했고, 회사도 서서히 안정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영업 담당은 저 혼자뿐이었습니다. 저는 내수 및 수출 영업뿐 아니라 구매, 자재, 물류까지도 담당해야 했습니다. 용산 전자상가에 직접 가서 마더보드와 하드디스크를 구매하고, 박스·스티커·매뉴얼은 견적을 받아 발주했습니다.
해외에서는 그레이마켓에서 메모리와 CPU를 적정가에 매입해 마진을 챙기는 방식으로 수익을 냈습니다. 자재 입고는 엑셀에 정리해 출입고 관리를 했고, 택배 주문 시에는 웹사이트에 들어가 수기로 송장번호와 배송일을 입력해야 했습니다.
종종 전 회사에서 함께 일했던 선배들이 회사를 찾아와 함께 식사를 하며 옛정을 나눴습니다. 어느 날 한 선배가 서류를 보더니 “오더 많이 받아서 좋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 서류는 수출 주문서가 아닌 ‘구매 주문서’였고, 선배는 “여기 와서 수출은 안 하고 구매만 하냐”라고 웃으며 핀잔을 주었습니다.
그 순간 조금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벤처 회사에서는 무엇이든 해야 하는 걸 알지만, 첫 회사에서 수출부서에 있으면서 미국과 캐나다로 수출을 담당했던 제게는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스타트업이란 이름 아래 모든 업무를 도맡아야 하는 고된 현실. 하지만 그 속에서 저는 실무 능력을 키우고, 책임감을 배웠으며, 진정한 성장의 의미를 느꼈습니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그 과정을 견디며 배운 것들이 결국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다음 편 예고
"OEM, ODM, 브랜드 수출… 그리고 진짜 해외영업의 시작"
다음 편에서는 제가 어떻게 첫 해외 고객을 만나고, 브랜드 제품으로 수출에 성공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초보 영업자가 경험한 국제무역의 생생한 현장,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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