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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be Sep 16. 2019

상사가 지시한 대로 했는데도 혼나는 건 왜?

 15년 차 직장인이라 내가 깨지는 일은 드물지만 주위에서 매일매일 깨지는 신입 직원을 보는 게 일상이 되고 있다. 내 책상에서 불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신입사원과 한 판 전쟁을 벌이는 상사, 오늘도 무슨 잘못을 했는지 신입을 향해 온 감정을 담아 야단을 치고 있다. 작은 목소리로 야단을 치지만 누군가 누구를 혼내는 소리는 집중하지 않아도 공기의 파동을 통해서 귀에 쏙쏙 들어온다.

 혼나는 신입도 이 상황이 힘들지만 신입에게 매일 마다 야단을 치는 상사도 힘든 건 마찬가지다. 혼내기까지 스스로 고민도 하고 신입을 어떻게 지도하면 될지 자기도 상사로부터 배운 것이 없기 때문에 혼내는 게 신입을 위한 최선의 지도라고 생각한다. 직장에서 혼내는 상사나 혼나는 신입이나 둘 다 상대의 입장에서 상대는 아주 나쁜 사람이며 아무도 나쁜 사람들을 처벌할 제3의 강력한 권력 기관이 존재하지 않는다. 나쁜 사람들을 처벌할 권력 기관이 존재한다면 직장에서 살아남을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나는 운 좋게도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 사회 초년생의 힘든 점을 잘 이해해주고 낯선 직장 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인내심을 가지고 도와주었던 상사와 선배들이 있었기 때문에 업무로 인해 상사나 선배들에게 야단을 맞은 적은 없었다. 물론 내가 선배나 상사를 대하는 태도도 내가 혼나지 않은데 한몫했었지만 화기애애한 회사 분위기가 나의 행복한 신입 시절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래서 드라마 "미생"에서 보았던 신입들에게 못되게 굴고 자기 딴에는 가르쳐준다는 마음으로 일부러 신입 사원을 호되게 혼내는 상사들을 내가 신입 때 경험할 수 없었다.   

 직장 생활을 한 지 15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나에게 잘해주었던 상사들의 얼굴과 이름을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하며 그들에게 여전히 감사해한다. 내가 죽는 날이 와도 나를 도와준 그들은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들에 대한 나의 감사의 마음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느끼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종종 동료들 중에는 자신들을 호되게 가르치고 혼냈던 상사들에게 고마워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왜 이해가 안되는 걸까?)

 

 사람들이 일하는 직장에는 운 나쁘게도 좋지 않은 상사들이 많이 있다. 대충 알려주고 다 가르쳐 주었다고 생각하는 상사들 한 번 알려주면 열을 알아야 된다고 착각하는 상사들 그냥 혼자 알아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막무가내 상사들 물어보는 것을  귀찮아하는 리더십 부재의 상사들.  


 신입이나 부하를 대하는 것을 잘못 배운 상사들이 있기 때문에 업무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 사원들은상사들로 부터 혼나면서 배우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런 상사들에게 상습적으로 깨지는 사람도 있지만 덜 깨지거나 깨지지 않는 사람도 있다. 아무리 나쁜 상사들 아래서 일한다고 해도 상사들의 지시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서 덜 깨지거나 깨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 자체의 심성이 꼬여 있어서 아무리 업무를 잘하고 잘 따라와 줘도 부하 직원이나 신입을 깨는 상사도 있는데 이런 상사들에 대한 대처 방법은 다른 부분에서 다룰 예정이며 이 글에서는 업무적으로 깨지지 않기 위한 방법을 다루고자 한다. 

 

 "아무리 잘해도 깨지는 건 어쩔 수 없어, 어차피 오늘은 가고 내일은 올 거야. 조금만 버티자."  

신입 때 깨지는 것이 회사 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성장을 위해 겪는 통과 의례이며 견디고 이겨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며 지금까지 받아온 교육의 가치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성의 장이라고 하는 대학의 고등 교육을 마치고 어려운 취업 경쟁률을 뚫고 가까스로 입사를 했는데 큰 실수도 아니고 사소한 실수를 했다고 해서 상습적으로 깨지고 인격적 모욕을 당하는 것은 그냥 통과 의례 정도로 너그럽게 받아들일 상황이 아니다. 최선을 다해서 깨지지 않고 지날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하며 깨지지 않기 위해 생각하고 연습하는 과정에서 업무적 스킬도 향상이 된다.  


 긍정적으로 깨지고 혼나는 것을 받아들이고 우습게 넘길 강한 내성이 없다면 매일 출근하는 것이 죽고 싶을 만큼 두렵다면 일단 상황과 선배를 죽도록 욕하고 그다음으로 자신을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 오늘도 선배나 상사에게 깨질 거라고 예상한다면 직장 상사가 왜 자신만 심하게 깨고 혼내는지를 분명하게 분석하고 냉정하게 반성하고 즉시 고쳐야 한다. 


 직장 상사가 신입 직원들을 깨는 이유는 간단하다. 

 1. 상사가 지시한 것을 지시대로 하지 않는다. 

  상사가 지시한 것을 그대로 하기 위해서 상사가 지시한 것을 메모했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사람은 듣는 것을 100% 동일하게 그대로 메모할 수 없다. 메모하는 손의 속도가 상대가 말하는 속도만큼 빠를 수 없기 때문이다. 메모를 할 때는 상사가 말하는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메모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메모를 하고 상사가 지시한 것을 그대로 메모했는지 직장 상사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상사가 지시하는 것을 메모하지만 몇 가지 내용을 빼먹거나 상사 자신도 두서없이 말을 하다가 자신이 의도한 내용을 부하 직원에게 잘 못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메모한 내용을 상사와 확실하게 확인하고 나서야 상사의 지시에 대한 실행을 해야 한다. 


 상사가 지시한 것을 제대로 하지 않았냐고 나무랄 때면 메모한 것을 보여주면서 상사에게 반박할 수 있으며 상사가 혼낼 때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2. 지시한 것을 하긴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한다.  

 메모를 하고 상사와 확인을 해서 상사가 말한 대로 했다. 그러나 상사의 의도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내용으로 결과를 보고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일을 하기 전에 상사의 의도 즉, 상사가 원하는 것을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상사는 엑셀을 이용해서 2019년 1월부터  5월까지 고객 별로 월 별 매출액, 이익 금액의  데이터를 만들고 적자 이익액에 해당하는 고객에 대해서 구분 표시를 해두라고 부하 직원에게 지시를 한다. 고객은 총 2,000사가 있다. 상사의 지시대로 2,000개의 고객에 대해서 적자 이익액이 나는 고객에 대해서 구분 표시를 해두었지만 상사로부터 아무 생각 없이 데이터를 보고하냐고 부하 직원은 야단을 맞는다. 


 상사의 의도는 2,000개의 고객사 중에 적자가 나는 고객에 대해서 한눈에 보고 싶어 했다. 하지만 부하 직원은 2,000사나 되는 고객을 1번부터 2,000번까지 고객 숫자대로 총 2,000 행을 만들고 적자 이익액의 고객에 대해서 고객사 앞에 칸을 추가해서 "적자"라고 표시를 해두었다. 상사의 지시대로 했지만 상사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상사는 적자 이익액의 고객을 확인하기 위해 컴퓨터상으로 화면을 몇 번이고 넘겨야만 했다.  

  

  적자 이익액만 나는 고객만 모아서 엑셀의 다른 시트에 정리를 하면 상사는 적자 이익액이 나는 고객을 한눈에 쉽게 알아볼 수 있지만 부하 직원이 만든 데이터로는 2,000개의 고객사를 하나하나 확인을 해야 한다. 시간을 쏟아서 상사의 지시대로 만들었지만 상사가 원하는 자료는 아니다. 


 상사가 지시를 하면 그 지시에는 무슨 의도가 있는지 그리고 상사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상사가 원하는 것은 "왜"라는 물음과 동일하다. 어떤 일을 할 때는 항상 "왜"라는 이유를 확인해야 한다. "왜"라는 이유 없이 시작하면 지시대로 하긴 해도 시킨 사람의 의도와 맞지 않게 일이 진행될 수 있으며 결국은 아무 생각 없이 일한다는 말을 듣게 된다. 


3. 지시 사항을 기한 내에 보고했지만 혼난다. 

 지시한 것에 대해서 마감 일을 지켰지만 결과 물이 완벽할 수는 없기 때문에 중간에 한 번쯤은 상사와 중간 점검을 해서 자신의 업무 진행 방향이 올바르게 가고 있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 (반드시 상사가 지시한 일을 시작하기 전에 업무의 중간 점검차 중간보고를 하겠다는 말을 상사에게 미리 해 둘 필요가 있다.)

 

  상사의 지시대로 일을 하긴 했지만 중간에 진척 상황에 대한 보고 없이 일을 진행하다 상사가 원하는 결과물이 아닐 경우에는 수정할 시간이 없으면 상사는 당연히 짜증이 나기 마련이다. 일을 지시하는 상사라면 부하 직원이 중간에 한 번쯤은 업무 진행 상황에 대해서 제대로 되고 있는지 진척 상황을 보고 받기를 원하는 마음이 있다. 


 아무리 내가 상사의 의도를 잘 이해했더라도 사람은 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중간에 한 번쯤은 중간 보고를 통해서 상사의 방향성에 맞게 일을 진행하는지 확인을 해야 하며 일을 하면서 의문점에 대해서 물어봐야 한다. 

(그렇다고 자주 묻는 것은 업무의 방해가 되기 때문에 방향성 확인과 의문점을 정리해서 한 번에 중간 점검을 하며 물어보는 게 효과적이다.)


 신입 때는 업무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상사의 지시만 잘 따라도 신입의 역할을 제대로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간단한 지시 조차 제대로 잘 따르지 못해서 혼나고 깨지는 사람들이 많다. 수동적인 태도로 인해 생각 없이 일하는 태도로 인해서 지시를 제대로 따르지 못한다. 이로 인해 매일 깨지면서 주눅이 들고 업무에 대한 두려움이 생겨서 직장 퇴사를 고민한다.  

 

  업무의 향상은 업무를 얼마나 오랫동안 일을 하는가가 아닌 어떤 생각을 가지고 업무에 임하느냐에 따라서 발전의 정도가 달라진다. 직장 생활에서 최선을 위한 태도는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수긍해 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최선을 다해서 보호하는 것이다. 만약 오늘 깨졌다면 상사나 상황만 비난하지 말고 어리석었던 자신의 태도도 한 번쯤은 반성해 보고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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