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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be Sep 30. 2019

헤드헌터들의 연락이 부담이 되는 이유.

 직장 생활을 하고 나서 3년 이상 지나니 능력도 없던 내가 헤드헌터로부터 이직 제의를 받았다. 마치 내가 대단한 사람이 된 것인양 의기양양해지면서 한 번 제안에 응해볼까 하는 유혹을 받았다. 더구나 헤드 헌터는 내가 구직 사이트에 올려놓은 이력서에 대해서 대충 훑어본 건지 몰라도 나의 업무 경력에 잘 알고 있었으며 자신들이 추천하는 회사에 잘 어울리는 인재라며 나를 추켜 세웠고 그들이 제안한 회사가 좋은 회사라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당시에는 잡 플레닛과 같이 직원들이 회사의 분위기나 업무 강도에 대해서 평가한 결과를 제공해 주는 앱이 없어서 헤드헌터로부터 추천을 받은 회사의 장점 단점을 파악할 수 없었기 때문에 헤드헌터들의 말을 신뢰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직장 생활 3년쯤 되니 직장 생활도 힘들고 다른 친구들보다 월급도 적은 것 같고 왠지 그곳에서 직장 생활을 지속하면 비전도 없을 것 같아서 헤드 헌터의 말을 듣고 이직을 결심하게 됬다. 다행히도 당시 이직한 곳은 내가 찾던 이상적인 회사였다. 단점이 하나 있었다면 일이 한도 끝도 없이 많았다는 것이었다. 


 그런대로 만족은 했지만 이직 후 몇 차례 다시 헤드헌터들로부터 이직 제의를 받았고 새로운 곳에서 직장 생활을 한 후 약 7년 뒤에 계속되는 야근을 견딜 수 없어서 아내의 허락을 받고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다. 마침 헤드헌터로부터 이직 제의가 와서 흔쾌히 승낙했다.


 그러나 이직 제의를 받은 곳에 대해서 헤드헌터로부터 얻은 정보는 내가 거주하는 서울과는 거리가 멀리 떨어진 경기도 지역으로 출근 시간만 2시간이 걸리고 연봉도 당시 다니던 직장보다 1,000만 원 정도가 떨어지는 중소기업 이었다. 나를 추천했던 헤드 헌터는 어떻게 해서든지 내가 이직에 성공하여 자신이 원하던 댓가를 얻기 위해서 내가 그곳에 이직하도록 감언이설로 설득했다.  


 "거리가 멀지만 아침에 서울에서 카플을 하는 직원들이 있으니 같이 출근하면 지금 지하철로 출근하는 직장보다 출퇴근이 훨씬 편할 겁니다. 업무 강도가 현재 직장보다 세지 않아서 업무가 끝나면 대부분 퇴근하는 분위기고 직원들이 가족 같아서 일하는 내내 즐겁습니다. 또한 연봉은 적지만 해외에 나갈 기회가 많고 이로 인해 출장 수당을 받거나 해마다 나오는 인센티브를 합산하면 연봉이 그렇게 줄어드는 것만은 아닙니다. 그리고 현재  OO님의 능력이 출중하다 보니 이곳에 이직하면 곧바로 눈에 띄어 승진도 할 수 있고 지금 보다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만약 현재 직장에서 계속 일을 하면 끊이지 않는 야근으로 몸과 마음이 피폐해질 겁니다. 제가 직장 생활하면서 그런 분들 많이 봤습니다. 미래를 생각해서 잘 결정하세요. "


 헤트 헌터가 하는 말이 왠지 나를 생각해주는 것 같아서 그의 말에 더욱더 신뢰가 갔다. 또한 어리숙한 탓인지 그 회사가 사람을 모집하는 이유와 직원들의 퇴사율, 휴일 업무 유무 등에 대해서 물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이런 것을 물어보면 오히려 구직자가 너무 많은 것을 따진다고 하여 헤드헌터로 추전 거절을 받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막상 이직을 하니 군대 문화로 사무실 내에서 욕과 고성이 오갔고 연봉도 처음에 헤드헌터를 통해 제안 받았던 것보다 500여 만원이 더 깎인 채로 근로 계약서 작성을 요구받았으며, 휴일이면 회사에서 직원을 동원해 사장의 집안일을 강요하는 등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직장이었다. 


 너무 참을 수 없어서 입사하자마자 1 달 만에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는데 그 회사를 소개해준 헤드헌터에게 하소연을 하자 자기도 잘 몰랐다며 미안하다는 말과 다음에 기회가 되면 더 좋은 회사를 다시 소개해주겠다고 하며 몇 일 지나지 않아 그 헤드헌터와 연락이 두절됐다.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헤드 헌터들의 말을 100% 신뢰할 수 없게 되었고 그들이 하는 말은 단지 그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일 뿐 진심으로 구직자를 위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헤드 헌터들 중에는 구직자의 상황을 진심으로 고려해서 직장을 추천해 주는 좋은 사람도 있기는 하다. 내가 만난 헤드 헌터 중에 한 명은 추천해준 회사에 2차 면접까지 봐서 합격을 했지만 그 회사에서 연봉을 갑자기 깎아서 계약을 하겠다는 정보를 입수하여 나에게 그 회사에 입사하지 말 것을 제안해주었다. 나는 그 헤드헌터에 대한 고마움을 아직까지 잊을 수 없다. 


  이직을 하는 데는 2가지 이유가 있다. 현재 직장이 힘들기 때문에 하는 회피성 이직, 그리고 현재 직장에서 조건의 불만족으로 인해 더 좋은 조건을 얻기 위한 이직. 어떤 이직이든 간에 자신이 선택이기 때문에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따라서 이직을 할 때는 현명하게 판단하고 결정을 해야 한다. 헤드헌터들의 감언이설에 손쉽게 현혹되서는 안 된다. 헤드헌터들은 이직의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이다.


 헤드헌터들은 자신들이 추천하는 회사에 대해서 상세한 사항을 잘 알지 못하고 돈벌이를 위해서 조건이 조금이라도 맞으면 그 사람을 회사에 추천하기도 한다. 아무리 헤드헌터들이 좋은 말로 구슬려도 절대 쉽게 동요되서는 안 되며 회사의 업무 분위와 강도, 경영진의 태도에 대해서 철저히 확인하거나 다른 수다을 통해 조사를 하고 이직을 생각해 봐야 한다. 

 

 헤드헌터 들로부터 이직 제의를 받았다고 무턱대고 기뻐하거나 의기양양해진다면 지금 보다 더 좋지 않은 상황에 빠져 평생 후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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