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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be Nov 13. 2019

믿었던 상대가 등을 돌려도 돌은 던지지 맙시다.



 2013년 경력으로 입사를 한 회사에서 K 부장을 만났다. K 부장은 입사한 지 얼마 안 되는 나에 대해서 잘 대해줬다. 경력으로 입사해서 내가 적응을 잘하지 못해 바로 퇴사는 하지 않을까? 걱정을 내비치며 항상 바쁜 업무에도 불구하고 나를 볼 때마다 안부를 묻고 퇴근 후에는 가끔 술도 마시면서 서로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정년까지 가보자며 서로 위로와 응원을 해주곤 했다. K 부장의 응원에 힘입어 열심히 일을 해보고자 매일 같이 야근도 불사하고 자료를 만들고 생각을 하고 부서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고분 고투했다. 


 알고 보니 K 부장도 이곳에 경력으로 입사를 했는데 처음에 동료들의 텃세가 심해서 잘 적응을 못하고 입사 초기에는 퇴사를 많이 고민했었다고 했다. 그래서 자기처럼 경력 사원들이 적응하는 과정을 볼 때마다 자신이 겪었던 힘든 상황들을 생각하니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잘해줘야겠다는 마음이 든다고 했다.


 특히 이 곳 직장은 군대 문화가 강력하여 아침부터 저녁까지 욕이 난무하는 회사였다. 회의는 서로의 의견이 교환되는 회의가 되지 않고 상사의 명령이 강요되고 업무 부진에 대해서 전략적인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기보다 담당 직원을 마구 마구 욕하고  부하는 상사 앞에서 이야기할 때  짝 다리를 하거나 주머니에 손을 넣어도 안 되는 인권이라고는 전혀 보장되지 않는 회사였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상사들은 사장의 눈에 들기 위해서 사장과 같은 종교로 개종하며 사장 앞에서는 거룩하고 선량한 척을 하곤 했다.  


 그래서 사장 앞에서 실적 발표를 할 때는 거룩한 언어와 온화한 미소를 짓지만 부하 직원들 앞에서는 B급 영화에나 나오는 욕설과 질타를 일삼곤 했다.   


 분위기가 젠틀한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다 이런 군대식 문화가 난무하는 곳에 오다 보니 적응을 하는데 힘들어하는 나를 보고 K 부장은 알라 차렸는지 내가 이곳에 자리를 잡도록 도와주려고 했다.   


 나는 해외 대리점들을 관리하고 그들이 매출을 잘 내도록 도와주는 업무를 했다. 그런데 해외의 대리점 중에 말을 안 듣는 대리점이 있었다. 현지인이 대리점 대표로 있었으며 나보다 나이가 20살 이상 많았다. 업계에서는 잔뼈가 굵은 사람이라 자신만의 주관이 확실해 고집도 셌다. 그래서 한국 본사의 자신보다 업계 경험이 적고 나이가 어린 담당자들을 무시하고 지시를 내려도 따르지 않았고 고충이 많았던 모양이다. 이 사람들 때문에 나의 전임자도 결국은 퇴사를 하고 내가 그 자리를 채우게 되었다. 


  그래서 K부장은 내가 이곳에 입사했을 때 나의 전임자들처럼 우유 부단하게 대리점 대표를 대하지 말고 대리점 대표가 뭐라고 해도 절대 주눅 들지 말고 요청할 것은 강력하게 요청하고 지적할 것은 반드시 지적하라는 것이었다. 


 어느 날 현지 대리점 사장과 전화 회의를 하다 내가 지시하는 일에 대해서 계속 반대만 하길래 추궁을 했다. 나는 현지의 신규 고객 개척을 위해서 내가 인터넷으로 조사한 후보 고객들을 방문하여 니즈 조사를 요청했다. 그러나 현지인 대리점 대표는 처음부터 반대를 하고 다른 고객군들을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해보지도 않고 거절을 해서 나는 이 사람의 논리에 대해서 추궁을 하기 시작했지만 이 사람은 반대에 반대만 하고 서서히 무시하는 말투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더 이상 말이 안 통한다며 전화를 확 끊어 버렸다. 


 다음 날 외국인 대리점 사장은 나와 회의를 하다가 나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며 K 부장에게 장문의 메일을 보내고 회사의 사장 아들에게도 나의 태도에 대해서 예의가 없다며 나를 맹 비난하는 이야기를 했다고 했다. 


K부장은 곧 나를 불러서 웃으면서 말을 걸기 시작했다. 외국인 대리점 사장에게 왜 그렇게 대했냐고 하면서 그래도 한 방 잘 먹여주었다고 하면서 나를 응원해 주었다. 그러나 그 일이 있고 나서 약 2 주일 뒤에 해고 통지를 받았다. 


 인사 부서를 통해서 알아보니 K 부장의 결정이었다고 했다. K 부장은 겉으로 나를 위하는 척하면서 나와 대리점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했다. 아무리 대리점 말을 잘 듣지 않아도 융통성 있게 대리점을 움직일 수 있는 인재를 필요로 했던 것이다.


 당시 내가 아마추어였던 것을 인정한다. 아무리 대리점 대표가 말을 듣지 않았어도 융통성 있게 조율을 하지 못한 것이 치명적 실수였다. K 부장은 내가 해고 통지를 받은 날에도 나에게 웃으면서 안부를 물었고 나는 해고의 결정적인 키맨이 K 부장이었던 것을 안 이상 그에게 더 이상 웃지 않았고 그의 인사도 무시했다. 당시 K 부장의 이중적인 모습에 대해서 쓰레기라고 원망했었고 실망했었다. 

(물론 지금은 K 부장이 프로다운 프로라는 생각이 들고 오히려 나의 아마추어적인 태도에 대해서 쓴웃음이 나올 뿐이다.)


  K 부장이 나를 잘 대해 주었기 때문에 K 부장에게 고마워서 K 부장의 체면을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일 하려고 했지만 K 부장은 나를 업무 성과를 위해 필요한 도구라고 생각해서나를 잘 대해졌을 뿐 그 이상의 그 이하의 사람도 아니었다. 지금은 K 부장의 입장을 이해하기 때문에 더 이상 원망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나를 몇 달간 치켜세워주고 응원해주었던 것에 고마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K 부장이 그 상황에서 나를 해고시킨 건 그와 그의 가족을 위해서 최선의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나 또한 K 부장이었다면 동일한 결정을 했을 것이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믿었던 사람이 어쩔 수 없는 선택에 의해 나에게 등을 돌리는 경우가 있지만 이런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나도 누군가에게 등을 돌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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