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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be Dec 08. 2019

아내가 회식하는 날.

 12월은 연말이라 회식이 많다. 회식은 맞벌이 부부들에게 짐이 된다. 내가 회식을 하면 아내가 집에 돌아와서 혼자 아이들을 돌보고 집안 일을 혼자서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반대로 아내가 회식을 하면 내가 집에 돌아와서 혼자 아이들을 돌보고 집안 일을 해야 하고 덤으로 해야될 일이 하나 더 있다.


 나는 아내의 회식이 끝나면 아내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 아내를 데리고 집에 돌아 와야 한다. 아내는 대리 운전이나 택시, 지하철을 타고 집에 오는 것을 꺼려한다. 위험하거나 혹은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택의 여지 없이  아내 회식이 끝나면 아내를 데리러 가야한다.


 나도 집에와서 혼자 애들 보느라 피곤하지만 맞벌이를 위해 이 정도는 해둬야 된다고 생각한다. 처음 부터 자발적 태도 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아내는 회식을 마치면 택시를 타고 혼자서 돌아왔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택시를 타고 돌아오는 것이 위험하다고 생각한 탓인지 앞으로 회식이 끝나면 내가 데리러 올 것을 요구했다. 처음에는 황당하다고 생각했다.


 맞벌이를 하면서 아내가 힘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아이들 보기와 가사일을 아내보다 많이 하는 편이다. 남자가 여자보다 체력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나도 피곤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제는 회식 셔틀까지 담당하라고 하다니, 내가 너무 잘 해주니까 더 과한 것을 요구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아내에게 너무 잘 해졌다는 생각과 괘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아내가 택시를 타고 혼자 돌아오는 것은 아내 말대로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대리 운전도 좀 찜찜했고 회식이 끝나고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는 것도 여자에게는 힘들다고 생각이 들어서 아내의 요구가 무리하고 비합리적이다라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내이 생각이 과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 저것 따지면서 거절하기가 찜찜했다. 결혼과 사랑은 자로 잰 듯 서로 계산하면서 역할이나 할 일을 정하는것은 나의 관점에서 맞지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내는 보통 대략 밤 10시가 되면 회식이 끝난다. 회사 동료들과 2차로 가서 간단한 맥주를 마시고 수다를 떨면서 2차에서 마무리 하고 웬만하면 3차까지는 가지 않는다. 아내의 회사 동료들도 맞벌이를 하는 동료들이라 무리하게 마시지는 않는 분위기다.


 그런데 어떤 날은 10시를 넘는 날도 있다. 한 번은 아내가 동료의 집에서 회식을 하다 동료의 집으로 자기를 데리러 오라고 호출을 했다. 밤 10:30 경에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아내의 동료의 집에 도착을 해서 전화를 하니 아내는 동료들과 함께 나를 환영하러 밖으러 나왔다. 그리고는 같이 들어가서 술 한 잔을 하자고 했다.


 아내의 동료들은 아이들을 업고 집으로 들어갔고 나도 싫은 내색하지 않고 따라 들어갔다. 여자들의 술 자리에 얼떨결에 초대받아 밤을 새기 시작했다. 사람을 사귀고 알아가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항상 회사 사람들만 만나이렇게 아내의 동료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제법 재미있었다. 뭐랄까 나의 시야가 확대된다는 느낌과 인 관계의 영역이 폭넓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내가 회식을 하는 곳까지 달려가서 아내를 셔틀하는 것이 그리 나쁜 것은 아니었다. 밤에 커피를 마시면서 혼자 운전을 하며 강변 북로를 달리며 한강을 바라보고 혼자만의 시간도 즐길 수 있다.


 이런 말이 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어차 맞벌이 아내를 두고 있는 한 아내에게 협조를 해야 하는 것이 내 숙명이다. 기쁘게 하는 것이 나에게도 좋고 아내에게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몸은 피곤하지만 체력을 기르는 의미, 나의 정신력의 한계를 띄어넘는다는 의미에서 도전도 된다. 그리고 아내에게 신뢰와 사랑을 준다는 의미에서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부부간에는 가는게 있으면 오는 것도 분명히 있기 때문아내도 나의 수고를 알기때문에 많은 것을 챙겨준다. 내가 쉬는 날이면 나를 위해 시락을 만들어주고 생일이면 비상금을 모아 용돈을 주고 주말에 운동이나 커피숍에 간다고 하면 싫은 내색하지않고 허락해준다.


 나는  오늘도 잠든 아이 둘을 차에 태우고 밤 강변 북로를 달리며 아내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밤이라 차들이 많지 않아서 시원하게 도로를 달린다. 라디오를 들으면서 유리창 너머로 반짝이는 불들과 한강을 바라보며 나를 기다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달는 기분은 행복이다.


 힘들게 회사 일하고 술 한 잔 하면서 동료와 직장 생활의 스트레스를 풀고 있는 아내의 모습 짠하기도 해서 조금이라도 보답하기 위해 엑셀레이터를 꾹 밝는다. 추운 겨울 거리에서 에 취해 를 기다린 아내는 따뜻하게 데워진 차 시트에 앉으면서 잊지안고 고맙다는 말을 한다.

 

  우리는 뒷 좌석에서 곤히 잠든 아이들의 숨소리를 들으며 좁은 공간에서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행복하 강변북로를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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