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독립심을 기르기 위해서는 아이와 잘 때 다른 방에서 떨어져서 자는 게 좋다고 하는데 나는 좀 다르게 생각한다.
큰 아이가 올해 초등학생 1 학년이지만 아직도 우리 가족은 좁은 방에서 같이 잔다. 경제적인 이유로 방이 1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총 3개의 방이 있지만 여전히 우리 네 가족은 좁은 3~4평의 안방에서 같이 잔다.
30여 년 전 초등학교 수업 때 담임 선생님이 미국의 가정교육을 이야기하면서 미국에서는 아이들을 어릴 때부터 다른 방에서 혼자 자도록 한다고 했다. 그래서 미국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부모님과 떨어 저서 자기 때문에 독립심이 발달하고 반대로 한국 아이들은 부모와 같이 한 방에서 자다 보니 아이들이 부모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면서 한국과 미국 교육을 비교하면서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한 적이 있는데 여전히 잊혀지지 않는다.
어린 시절 경제적 형편으로 인해 부모님과 형제들이 한 방에서 같이 생활을 해왔다. 그렇다고 해서 나의 독립성이 남들보다 덜 성숙한 것은 아니다. 대학교를 입학하면서 성인이 되었기 때문에 부모님 도움 없이 혼자서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스스로 알바를 시작하고 용돈도 벌고 자비로 해외 유학을 갔다 오기도 했다.
지금은 초등학생 아이 1명과 미 취학 아이 1명을 양육하면서 방 3 칸이 있는 집에서 살고 있지만 아이들과 한 방에서 같이 잔다. 큰 아이는 엄마 아빠와 같이 자는 것에 익숙해져서 혼자 자기 방에서 자려고 하지 않는다. 큰 아이한테 혼자 자기 방에서 잘 것을 권해봤지만 큰 아이는 혼자 방에서 자는 것을 싫어한다. 지금까지 3~4번 정도 권유했지만 아이가 거부를 하여 지금은 더 이상 아이에게 각 방을 쓰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아이가 부모와 같이 자게 되면 부모에 대한 의존도가 커서 독립심이 부족해진다고 하지만 다른 방에서 부모와 따로 잠을 자는 것이 아이의 독립심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평소의 양육 방식이 아이의 독립심 배양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다.
아이는 학교에서 수학여행을 가서 부모와 떨어져서 1~2박을 자기도 하고 멀리 친구네 집에 놀러 가서 일주일 이상을 부모 없이 보내기도 한다. 자전거도 처음에만 아빠가 알려주다가 다음 날부터 스스로 운동장에 가서 혼자 타기 연습을 하기도 한다. 여전히 큰 아이는 부모와 한 방을 같이 쓰지만 다른 아이에 비해 어떤 부분에 있어서 독립심이 결여되는지 알 기는 어렵다.
독립심 배양을 떠나 아이가 자기 방에서 혼자 자기 시작하면 왠지 부모로서 아쉬울 것 같다. 여전히 아이와 같이 한 방에서 눈을 감을 때 나는 하루의 피로와 스트레스가 풀리고 따뜻한 가족의 울타리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시간이 된다.
아이의 독립심이 설사 저하된다고 할지라도 아이와 한 방에서 자는 것은 좋은 점도 있다. 아이에게 잘 때마다 옆에 누워서 재미있는 창작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아이에게 정서적으로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고 자기 전에는 바빠서 할 수 없었던 부모와 아이 간에 대화가 이루어져 부모와 아이간 돈독한 교감의 형성과 애착 관계를 두텁게 할 수 있다.
아침에 출근을 하기 위해 일찍 일어나서 아이들의 자는 모습을 보면 그것이 너무 행복하다. 언제까지 아이와 같이 한 방에서 잘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가능하면 아이가 초등학생 때 까지는 한 방에서 같이 자고 싶다. 아이의 방이 있긴 하지만 우리 가족은 서로 오픈된 공간에서 생활을 하고 싶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각자의 공간 속으로 서로 사라져 가는 것이 아니라 오픈된 공간으로 나와서 책도 보고 텔레비전도 보고 게임도 하면서 가족 간 일상을 나누는 모습이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가정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은 대인 관계 능력이 많이 부족하다고 한다. 게임을 일찍부터 시작하고 미디어를 일찍부터 접하면서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서 어색해한다. 관계의 정이 메말라 가는 세상 속에서 나는 아이들이 좀 더 사람 냄새 사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