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행복하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obe Jan 05. 2020

언젠가부터 아내의 눈치를 보고 살게 됐다..

 아내와 아이들과 외식을 하러 갈비집에 갔다. 식사를 하는 동안 나는 고기를 싸서 아내의 입에 넣어졌다. 주변의 사람들은 남편이 자상하고 아내를 무척이나 사랑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자발적인 마음보다 아내의 화를 예방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왠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내에게 한 바탕 혼날 거 같았다. 이제는 나도 아내의 눈치를 살피며 행동을 하기 시작한 것에 스스로 대견한 마음이 들기도 하다.


  결혼 10년 이상이 지난 지금, 나는 아내에게 길들여졌다. 그래서 지난 과거를 돌아다보면 결혼 1년 차와 10년 차의 생활에서 나의 행동과 마인드는 큰 차이가 난다. 결혼 초에는 아내를 속 상하게 하는 행동들이 빈번했지만  아내에게 길들여와 진 탓에 지금은 아내를 속상하게 해는 행동들이 현저히 줄어들고 아내의 비유를 맞추는 행도들이 자연적으로 발휘된다. 아내에게 감사해야 할지 혹은 아내의 비유에 굴복당한 나 자신의 연약함에 개탄을 해야 될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감사해야 된다는 생각이 든다.



 여자들은 남자들로부터 세심한 배려를 받기를 원하지만 결혼 초에는 여자들의 마음을 눈치채기에 나는 너무 둔했었고 그리고 무관심했다. 그래서 나의 배려가 부족해서 아내의 기분이 상하게 되면 나의 문제보다는 아내의 행동이 남자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영력이라고 단정 지었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였다. 

*아내가 퇴근을 하고 지하철에서 내려서 집에 오면 먼저 퇴근한 내가 아내를 데리러 지하철 역까지 나가거나

*아내와 외출을 할 때 아내가 가방을 들고 있으면 내가 아내의 가방을 들어줘야 하거나

*거리를 걷다고 비가 오면 아내를 위해 우산을 먼저 펴줘야 한다거나 

이런 사소한 일들이 아내가 원하는 것이었고 나는 그런 것을 눈치채는 센스가 없었고

이런 남편의 무감각함이 아내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나의 센스가 부족해서 아내의 기분이 상하면 나의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나는 아내의 기분을 풀어주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하루 이틀이 지나도 아내의 화는 풀릴 기미가 안 보이고 좁은 집안에는 차가운 냉기만 돌았다. 이런 냉기가 오랫동안 집안에 표류하기를 원치 않았던 나는 아내에게 먼저 사과하고 빨지 집안의 냉기를 잠재우기를 원했었다.


 이런 것을 결혼한 부부들의 기선 제압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는 사람도 있는데 신혼 초부터 남편이 아내를 기선 제압해서 아내를 길들이고 아내를 잡고 살아야 한다고 하는 선배와 동료들도 있었지만 나는 신혼초부터 아내의 기선 제압에 걸리고 그 이후로 지금도 여전히 아내에게 잡혀 살고 있다.


 아내에게 잡혀 사는 것이 지금의 우리 가정의 행복 지수에 있어서는 좋은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내가 나보다 기질이 세고 마음이 독하기 때문에 이런 아내와 맞붙어 봤자 집안만 풍지 박살 나고 서로 상처만 심해진다. 나로 인해 아내의 심경이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집안에 냉기가 돌고 집안일 여러 곳이 마비가 된다. 아내의 심경이 불편해지면 아내는 안방에 처박혀 텔레비전만 보고 아이들 밥도 차려주지 않고 빨래는 쌓여만 간다. 이로 인해 집안 분위기가 확 주저앉아버리고 나는 이런 사태를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애당초 아내의 화를 돋우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어떻게 든 아내의 비유를 맞추기 위해 아내의 눈치를 살핀다. 그러나 어떤 일로 인해 아내가 아내가 화가 나면 먼저 사과를 한다. 먼저 사과할 마음이 드는 사람이 사과하고 상대의 비유를 맞추는 게 빨리 상황을 진정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나의 대처 방식이 정답은 아니고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지만 나의 경험상 여자들에게 저주고 아내의 기분을 살피는 것이 행복을 유지하는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내가 편안하면 집안이 편안하다는 말에 100% 동감을 하는 축에 속한다. 그리고 저주는 것이 비겁함이나 연약함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와 반대로 생각하고 살고 있는 남자들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남자가 여자보다 기가 세고 남자가 아내를 잡고 사는 가정에서는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아내의 기질이 센 아내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우리 가정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남편인 내가 아내를 위해 눈치 빠르게 행동하고 먼저 사과하는 방식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들과 한 방에서 같이 자는 것의 기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