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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be Apr 03. 2020

업무후 상사의 연락을 거절하는 연습

정말이지 너무 싫은 상사가 있었다.  6년 전에 경력으로 A 사에 입사했을 무렵 업무가 끝나거나 혹은 주말이 되면 상사는 나에게 가끔 연락을 해왔다. 상사가 연락을 한 이유는 아주 사소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함이었고 말 투 자체도 어른이 잘못한 어린아이를 꾸짖는 투였다.


예를 들면 이런 내용을 퇴근 후나 주말에 까지 전화를 하면서 물어보기 일수였다.

*오늘 당신이 보낸 메일의 내용을 봤는데 내용 중에 띄어쓰기가 제대로 안 된 것이 있었어.


*메일의 내용 중에  갯 수를 표시할 때 왜  "pcs"를 쓰지 않고 왜 "ea"를 사용했는지?

  -> 개수를 표현할 때 pcs 혹은 ea를 둘 다 사용하나, 이 사람은 무조건 pcs만 사용한다고 생각하는 상사였다.


*영문으로 쓴 메일 내용을 읽어봤는데 과거 분사를 왜 이렇게 많이 사용하는지?

 ->영어 회화는 전혀 못하고 간단한 독해 실력만 가지고 있지만 자기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어렵게 쓴 영어 메일에 대해서 이런저런 트집을 잡기 일쑤였다.


굳이 퇴근 후나 주말에 일부러 전화 연락을 하면서까지 확인할 만한 내용은 아니었지만 뭐든지 궁금하면 그 자리에서 확인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사람이었고 워낙 성격이 급해서 전화를 걸자마자 상대가 곧바로 전화를 받지 않으면 자신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생각하여 짜증을 내기도 했다. 


업무 진행을 위해서라면 업무 후에도 전화를 할 수 있고 주말에도 연락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자신의 궁금중 해결을 위해 업무 시간 이외에 무급의 조건으로 부하 직원에게 업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일종의 괴롭힘이 될 수 있다.


어떤 때는 퇴근 후 집에 돌아와서 아이들을 보느라 정신이 없는데 1시간 동안이나 전화기에 대고 자기가 궁금한 것을 물어보기도 했다. 그리고 만족할 만한 대답을 들으면 미안하다는 한마디 말없이 전화를 끊어 버렸다.   


이런 사람들은 부하 직원을 무시하는 습관과 사람을 대하는 매너가 부족한 비정상적인 사람이라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어느 조직에 가더라도 상대의 기분을 배려할 줄 모르는 공감 능력이 부족한 상사 혹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곳에 입사하고 처음 2년 동안은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기 위해 어떻게든 상사의 눈 밖에 나면 안 되고 상사와 괜한 트러블로 인해 주변 사람들로부터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낙인찍히기 싫었기 때문에 상사에게 싫은 기색 하지 않고 퇴근 후 연락이나 주말 후 연락에도 불평 없이 응대를 해주었다.


시간이 지나고  주변의 사람들 중에 몇 명의 내 편이 생기고 상사의 의견에 반대 의견을 낼 수 있을 정도로 업무에 자신감이 생겼을 무렵 나는 그동안 상사에게 당했던 불합리한 행동들에 대해서 저항을 하기로 결심했다.


처음에는 상사에 대해서 이런 저항 활동을 하는 것이 살짝은 두렵기도 했었고 상사는 나보다 10살가량이 많은 윗사람이었기 때문에 나의 행동이 다소 예의에 어긋난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리고 가끔씩 상사가 예상치 못한 휴머니즘적인 행동을 보여줄 때는 나의 행동에 대해서 약간은 가책도 느껴졌었다.  


그러나 그 사람이 지금까지 해왔던 안하무인적인 행동들을 생각하면 나이로 인해 예의를 표하거나 동정심을 품어줄 만한 가치가 1도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예의를 모르는 사람에게 예의를 갖추어 행동하는 것은 사회의 적폐를 방치하고 적폐의 힘을 강화시켜준다.  


상사에 대한 나의 첫 번째 레지스탕스는 상사와의 카톡 대화방에서 나가 버리고 상사를 카톡 친구에서 차단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업무 시간이 끝나고 나서 상사에게 연락이 오면 가끔은 전화를 받지 않거나 혹은 전화를 받으면 운전 중이라고 핑계를 대고 전화를 끊어 버렸다. 


상사는 나의 저항에 대해서 처음에는 짜증을 내고 화를 냈지만 내 방침을 굽히지 않았다. 이 후로 상사의 행동은 차츰 변하기 시작했다. 이 전에는 전화를 하면 다짜 고짜 짜증 섞인 말투로 묻곤 했지만 


"업무 후에 연락을 해서 미안한데,  지금 통화가 가능해?"


라고  물어보며 전화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후로는 업무 후 전화를 하는 횟수가 줄어들더니 최근 3년 간은 업무 시간 이후에 전화를 하지 않았다.  


상사가 어떤 성향의 사람이냐에 따라서 내가 사용한 레지스탕스의 방법이 제대로 먹혀 상사의 행동을 바꿀 수 있고 혹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지만 악한 상대에게 저항하지 않으면 상대를 위협할 수 없고 상대가 위협받지 않으면 상대의 행동은 바뀌지 않는다. 약육강식의 원칙이 존재하는 이 세상에서 약자 역할을 한다는 것은 저항하지 않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와의 싸움으로 상대가 위축되고 상처를 받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사람을 반면교사 삼아야겠다는 교훈과 강한 상대와 싸우면서 싸움의 기술이 늘어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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