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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브문 May 08. 2023

쉽지 않았던 일 구하기_2

나에게도 언젠가 기회가 오겠지

10일간의 공부 끝에 Smart serve 자격증을 땄다. 노트북으로 시험을 쳐야 하는데 중간에 노트북이 꺼지거나 문제가 생기면 어떡하나 생각했는데, 다행히 아무 문제 없이 자격증을 한 번에 딸 수 있었다. 이제는 서빙까지 지원할 수 있게 돼서 더 넓은 범위의 구직활동을 시작했다.



집 주변에 있는 일본 라멘집에 갔다. 지나갈 때마다 언젠가는 한번 들어가서 먹어봐야지 생각했던 곳인데, 구인 포스터가 붙어있길래 이력서를 들고 들어갔다. 문을 여니 직원들이 큰 소리로 인사했다. 식사하러 온 건 아니었기에 문 앞에서 우물쭈물대고 있자, 직원 한 명이 다가와서 무슨 일이냐 물었다. 이력서를 보여주며 여기 구직을 하러 왔다고 하니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사장인지 매니저인지를 불러왔다. 그는 지금 너무 바쁜 시간대저쪽에 앉아서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다.


한 30분쯤 지났을까, 아까 그 사람이 다시 와 아르바이트에 지원한 거냐 물었다. 이력서를 건네자 그 자리에서 몇 초 정도 읽어보더니 알겠다며 나중에 연락을 주겠다 했다. ? 이렇게 끝이라고? 물론 이력서만 건네러 온 건 맞지만, 이력서를 그 자리에서 읽어보는 거였으면 뭐라도 물어볼 줄 알았는데. 가라고 하는 걸 그대로 눌러 앉을 순 없으니 알겠다고 하고 자리를 떴다. 그리고 슬프게도 이 곳에서 연락이 오는 일은 없었다.



다음 날은 느지막이 잠에서 깼다. 아침에 밍기적대며 인터넷으로 이력서를 몇 곳 더 넣었다. 오늘은 하루종일 집에만 있을 수도 있었지만, 집도 아닌 '방'에 콕 박혀 있자니 너무나도 우울해져서 집 앞 카페 가기로 했다. 일기예보에서 비가 올 것이라 했지만 어차피 횡단보도 하나만 건너면 나오는 집 바로 맞은편의 카페라 우산을 들고 나오지 않았다. 카라멜 마끼아또 한 잔을 시키고 노트북을 켜서 이력서 낼 곳이 없나 더 둘러보았다. 그런데 그 때 밖에서 비가 정말 거세게 내리기 시작했다. 우산이 없는데 음, 비가 그칠 때까지 여기서 시간을 더 보내다가 돌아가야겠다. 하지만 음료를 반도 마시지 못했을 때 카페 사장은 이제 영업을 마감할 거라며 내게 나가줄 것을 요구했다. 아직 이른 낮시간이었는데도 이렇게 금방 문을 닫다니 좀 의아했지만 노트북과 짐을 주섬주섬 정리했다. 바깥으로 나가려던 찰나, '여기 혹시 사람 구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뒤돌아 마감을 하고 있는 카페 사장에게 혹시 구인 하지는 않냐고 물었다. 그는 웃으며 이 카페는 자기가 열고 싶을 때 열고 닫고 싶을 때 닫는 그런 곳이라 굳이 아르바이트생이 필요하지는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가 아는 차이니즈 레스토랑에서 구인을 하고 있다며 손가락으로 서쪽을 가리켰다. '저쪽으로 한번 가봐, 굿럭!' 어느 차이니즈 레스토랑을 말하는 건지는 몰랐지만 가리킨 쪽으로 어느정도 걷다보면 나오겠지 싶어 고맙다고 인사하며 나왔다.



집에 들렀다가 우산을 들고 나올 수도 있었는데, 그 차이니즈 레스토랑이 좀 가까울 줄 알고 바로 서쪽으로 향해 비를 뚫고 걸어갔다. 애초에 캐나다 사람들은 비가 와도 우산을 많이 쓰지도 않고···. 그런데 약 5분 정도를 걸어도 차이니즈 레스토랑 비슷한 어떤 곳도 나오지 않는 것이다. 더 걸으면 노트북과 이력서가 쫄딱 젖을 것 같아 나무 밑에서 비를 피하다가 조금 잦아들었을 때 집으로 뛰어 들어갔다.



샤워를 하고 점심을 라면으로 간단히 때웠다. 오늘은 비가 많이 와서 오프라인으로는 구직을 못하니까 온라인으로 더 해야겠다 생각하고 다시 노트북을 켰다. 웬만하면 팁잡인 서빙을 더 하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더 수준 높은 영어 실력을 요하는 터라 카페와 레스토랑 약 7:3 비율로 지원했다. 바리스타를 구하는 구인글은 생각보다 많이 없어서 웬만한 곳은 다 넣었던 것 같다.



또 다시 다음 날. 오늘은 비가 그쳤다. 그리고 소득 없는 하루인 건 똑같았다. 하지만 일을 구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약 일주일 정도를 계속해서 이력서만 넣었다. 그러다 보니 기회가 또 찾아오기도 했다. 이번에는 다운타운의 어떤 작은 카페에서 연락이 왔다. 인터넷에서 봤을 때 외관이 예뻐서 꼭 일하고 싶었던 곳이라 기뻤다. 오전 11시까지 면접을 보러 오라 해서 단단히 준비하고 10분 정도 일찍 도착했다. 정도 되니까 이제는 문 앞에서 어색하게 서성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들어가 직원분께 잡 인터뷰를 보러 왔다고 말할 수 있었다. 직원분은 찡긋 웃으며 나를 반겨주었고, 구석의 테이블에 있는 저 남자분이 나의 면접을 봐줄 거라고 알려주었다. 테이블로 가 인사를 나름 크게 건넸다. 하지만 남자는 무뚝뚝했다. 테이블 위에는 내 것을 제외한 나머지 이력서들 두둑하게 쌓여 있었다. 기가 좀 죽었다. 게다가 영어로 면접을 보는 건 언제나 떨렸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은 다 했다. 한국에서 카페 아르바이트를 해보았고, 다른 아르바이트들도 많이 해서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거라고. 무뚝뚝한 그는 다행히 내 얘기를  들어주었다. 남자는 이만 수고했다며 가보라고 했다. 이곳에서 일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던지고 나왔다. 하지만 이곳에서 연락이 오는 일은 없었다.



구직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계속되는 거절과 무응답에 조금 힘이 빠졌다. 특히 지원이 쉬운 온라인으로는 정말 셀 수 없이 많이 이력서를 넣었는데 대부분 연락이 오지 않아 슬펐다. 이대로 가다간 일을 못 구하고 돈이 없어 한국으로 바로 돌아가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집이 없고 일을 못 구해 한국으로 돌아가는 워홀러는 본 적이 없었으니까··· 나에게도 언젠가 괜찮은 일자리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의 끈을 놓지는 못했다. 집도 운좋게 구했으니, 일도 마찬가지로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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