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전조 그리고, 고맙습니다.
그리고
2015/09/30
여덟 번째 불광의 아침
가을이 온다는 걸,
먼저 알아버린 시점은 아마,
늘 똑같았던 전봇대 전선 위에 걸쳐진 구름의 높이라든지.
언제고 나도 모르게 들어버렸던 단풍 때문에 느낀 서운함이라든지,
발이 닿기 전에 먼저 알아버리는 널브러진 은행의 냄새라든지.
그 해 가을, 모처럼 어머니와 단둘이 동네를 산책했습니다.
버려진 공터였던 곳이 아름아름 텃밭이 되어 울창해졌습니다.
구경하면 할수록 사람들의 부지런함에 감탄하게 됩니다.
가을은 가실이라고- 수확하다는 뜻의 어원이라는데,
그도 그럴 것이 꽃이며 열매며,
자기가 제일 예쁘다는 듯이 올라와있습니다.
"엄마 저건 뭐야?"
"응 저건 돼지감자, 저건 도라지."
신기함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더 들여다보게 됩니다.
꽃과 열매들 사이로- 문뜩
감춰두었던 마음 하나가 살풋, 올라옵니다.
그런 당신이라서 늘 고마웠고 미안했던.
곁이라서 더 하지 못했던 그 말입니다.
그러니 오늘은 좀, 그 마음을 더 나누고 싶었기에
부러 요새여야, 아니 지금에 만날 수 있는 가을꽃을 그려보았습니다.
불광의 아침은
2015-2016 서울혁신파크
이곳저곳 복도와 계단에
붙이고 도망치던 한 장짜리 글그림입니다.
일상의 소식을 묻고 전하며
'풋큭흑' 웃음 짓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습니다.
글/그림/글씨 이봄 2bom.do@gmail.com
불광의 아침 #처음부터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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